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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음성예배': 야베스 기도의 의의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20-09-19 (토) 10:23 3년전 1386  

1.

 

곧 추석입니다. 음력 8월 보름달이 뜨는 날이지요. 달은 우리에게서 늘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소리 없이 강한존재입니다. 밀물과 썰물은 달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겨서 일어납니다. 비를 능가하는 물뿌리개 없듯이 달을 능가하는 가로등은 없습니다. 달은 우리 인류에게 심리적 영향도 많이 주었습니다. 때로는 신비의 세계를 열어주는 창()이 되었고 때로는 슬픈 마음을 위로해주는 친구가 되었고 때로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학습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늘 아래에 사는 모든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달과 얽혀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누구도 이 사람들만큼 달과의 사연이 깊지 않습니다. 아폴로 13호 비행사들입니다. 인간이 달에 처음 내린 것은 아폴로 11호 때입니다(1969716). 4개월 후 아폴로 12호가 다시 달에 가고 그 후 약 5개월 후(1970411) 달을 향해 발사된 우주선이 아폴로 13호입니다. 우주선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달착륙선과 사령선과 기계선입니다. 달착륙선은 달에 내리고 달에서 올라올 때 사용한 후 그곳에서 버리게 되어있습니다. 사령선은 비행사들이 조종하고 머물러 있는 곳이고 지구에 재진입할 때는 이것만 내려옵니다. 기계선은 엔진과 산소탱크 등이 있는 부분이며 지구 재진입 전에 버려집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아폴로 13호는 관제센터가 있는 휴스턴 시간(미국 중부표준시)으로 1313분에 발사됩니다. 특이한 점이 보이시는지요. 서양 문화에서 불길한 숫자로 여겨지는 ‘13’이 계속 등장합니다.

 

13호는 발사 후 2단계 추진에서 중앙에 있는 로켓 엔진이 2분 일찍 꺼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다른 4개 엔진으로 보완하여 본궤도에 오르고 달로 순항을 하게 됩니다. 숫자의 불길함은 이 정도에서 끝났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틀 후 그러니까 공교롭게도 413, 달 궤도 진입을 앞두고 심각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기계선에 있는 산소탱크가 폭발하여 주위 기계들이 파손되고 산소가 누출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주선과 관제센터가 난리 났지요. 결국 비행사들은 산소 공급이 안 되는 사령선에서 달착륙선으로 옮겨 탑니다. 우주선에 큰 손상이 생겨 이제 달착륙 임무는 수행할 수 없게 되고 지구로의 무사 귀환이 새로운 임무가 됩니다. 우주선 방향을 바꾸어 지구로 향해야 하는데 폭발로 인해 유턴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아 달을 돌아 지구로 향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러나 이내 사고로 인한 전력 부족 문제가 대두됩니다. 지구 다시 내려올 때 많은 장비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최대한 아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컴퓨터조차 제대로 쓸 수 없어 항로 계산이나 항로 수정을 비행사들이 직접 하며 어려움을 겪습니다. 여러 장치에 손상이 있다 보니 문제는 연이어 발생합니다. 용도 변경해서 쓰고 있는 달착륙선의 이산화탄소 제거 용량이 부족하여 비행사들이 위험해졌습니다. 관제센터와 함께 연구하여 사령선에 있는 제거기를 가져와 양말과 덕트 테이프 등으로 연결하여 위기를 넘깁니다. 그 외에도 산소 누출로 인한 항로 이탈, 파손된 단열재들이 햇빛을 반사하여 별자리를 볼 수 없는 문제, 히터를 켜지 못해 생긴 심한 추위, 식수 부족 등으로 비행사들의 심신이 탈진하게 되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응원과 관제센터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에 417일 아폴로 13호는 지구 재진입을 앞두게 됩니다. 달착륙선에서 사령선으로 옮겨 탄 후 달착륙선과 기계선은 버린 후 사령선으로 내려오는데요, 상황은 여전히 불안했습니다. 폭발 사고에서 사령선 내열재들에 손상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사령선은 타다가 사라지는 별똥처럼 되기 때문이지요. 끝까지 13호는 사람들 마음을 졸이게 했습니다. 내려올 때 통신 두절을 약 4분 예상했는데 실제는 약 6분이었습니다. 2분 동안 관제센터 사람들 마음은 어땠을까요? 우주의 미아가 될 뻔했던 아폴로 13호 비행사들은 마침내 지구로 귀환하게 됩니다. 미국 대통령이 남태평양에 있는 함선으로 마중 나와 했던 환영사는 한마디로 성공한 실패”(successful failure)라는 찬사였습니다. 달 탐사는 실패했지만 사고 중에도 무사하게 귀환한 것은 기적적인 성공이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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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NASA

 

2.

 

제가 보기에 아폴로 13호에는 핵심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비공식적인 임무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13이라는 숫자를 흉조로 보는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12호 다음의 우주선 이름을 13호로 명명하려고 했을 때 처음에 조금 주저했을 겁니다. 사람들이 ‘13’을 불길한 것으로 여기니까요. 그러나 달 착륙이라는 초유의 쾌거를 이룬 과학자들답게 13호 이름을 채택합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13이라는 숫자를 적극적으로 의식하고 부각합니다. 발사 시간을 1313분으로 맞추어놓고 13호의 달 인력 영향권(궤도) 진입 날짜도 13일로 잡아놓습니다. 중요한 시점을 13으로 맞추어놓은 것에서 그런 징크스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심산이 보입니다. 달 탐사 기술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렇게 설정된 비밀 임무는 사실상 방심(放心)이고 모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폴로 13호의 이 비밀 임무는 성공한 것인가요, 실패한 것인가요? 저는 성공이라고 판정하겠습니다. 비록 사고가 발생하여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지만 13호는 사고를 상쇄하고도 남는 결과를 냈습니다. 해피엔딩이었습니다. 문제를 협력하여 해결해가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준 사건이었고 우주선의 결함을 바로 잡아 달 탐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계기가 되었고 재난 속에 휘말린 비행사들을 기도하고 응원하여 기적적인 생환을 이루어 낸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13이라는 숫자는 더이상 불길하지 않지요.

 

성경에서 아폴로 13호의 비밀 임무 같은, 그러한 정면 돌파가 보이는 말씀이 오늘 본문입니다. “야베스의 기도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많은 성도들이 이 말씀을 읽을 때 야베스가 누린 복의 내용에 초점을 맞추다가 이 말씀의 취지를 놓치곤 합니다. 사실 이 세상의 어떤 복을 누렸느냐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실패도 있고 실패한 성공도 있는 법입니다. 이런 기도도 있지 않습니까? “큰일을 이루기 위해 힘을 주십사 기도했더니 겸손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습니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습니다 ()”

 

오늘 본문에서 유다의 자손 이름이 단순하게 나열되다가 예외적으로 야베스 이야기가 비교적 길게 적혀있는 핵심적 이유는 기도를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는 운명조차 바꾼다는 것입니다.

 

야베스라는 이름에는 고통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사람의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야베스라는 이름도 그가 슬픔과 고통을 안고 태어났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폴로 13처럼 불길한 이름이지요. 하지만 야베스는 13호라는 이름을 피하지 않은 항공우주국 관계자들처럼 이 이름을 바꾸지 않습니다. 이름에 대한 전통을 거부하고, 대신 기도로 정면 돌파를 합니다. 고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상했던 마음과, 운명과 같은 불운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역사와 인생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도로 자신의 마음과 운명을 바꿉니다. 바벨론 포로기 이후 여전히 운명처럼 느껴지는 무거운 역경 속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기도로 돌파하라는 것이 오늘 말씀의 취지입니다.

 

 

3.

 

불길하다는 느낌 속에는 어쩔 수 없다는 좌절이 잠재되어있습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이런 상황을 종종 겪습니다. 어떤 꿈을 꾸고 나면 불길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나쁜 사람이 쏜 저주에 마음이 꺼림칙합니다. 사고 난 후 아폴로 13호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옵니다. 그럴 때 좌절하지 마시고 아폴로 13호를 생각하십시오. 그들은 차근차근 문제들을 해결해갔습니다. 그럴 때 좌절하지 마시고 오늘 말씀의 야베스를 생각하십시오. 야베스는 운명과 같은 상황을 기도로 반전시켰습니다. 아멘.

 

 

(1) 2020920일 주일예배[가정예배] 설교문입니다. 본문은 역대상 4:9~10입니다.

(2) 영화도 있습니다. “아폴로 13”(1995년 제작)

(3) 올해가 아폴로 13호 발사 50주년이고, 작년은 아폴로 11호 50주년이었습니다. 아폴로 11호 기록 영화("아폴로 11")가 작년에 만들어졌는데, 매우 생생하군요.

(4) [추신] "아폴로 13" 영화를 화(22일) 저녁에 보았습니다. 이것 하나 보았으면 되었는데 이 사건을 충분히 이해해보려고 여러 글을 비교해보고 의문나는 사항들도 찾아보는 수고를 했네요. 당시 항공우주국에 '비공식 임무'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제 추정이나 사실일 개연성이 높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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