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절별 주요 별자리가 달라지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 때문이라고 간단히 설명되는데요. 전제되고 있는 것을 섬세하게 드러내 주지 않으면 공전으로 인한 “지구의 이동”이 그런 현상을 가져온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별들에게 공전으로 인한 지구의 이동은 마치 ‘원자핵을 도는 전자 회전의 반경’과 비슷하여 큰 변수가 되지 못합니다.
만일 공전은 하되 중심에 발광체인 태양이 없다면 계절별로 별자리가 달라지지 않습니다(물론 계절도 없겠지요). 지구 위에 사는 우리는 태양 쪽의 별을 못 봅니다(개기일식 때는 관측 가능). 태양 반대쪽 별을 밤에 볼 수 있는데 공전으로 인해 태양 반대쪽 별이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2.
첫 번째 별자리 공부를 제가 자주 언급하는 ‘북두칠성’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배당 북쪽에 지하차도의 가로등이 환하여 별이 잘 안 보이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새벽기도회 마친 후 남서쪽 하늘에 “일렬로 빛나는 세 개의 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텔라리움으로 확인해보니 “오리온 자리”였습니다. 허리 벨트에 있는 별 세 개가 인상적입니다.
3.
새벽기도회 때문에 일찍 자는 편입니다. 어제 초저녁, 동쪽에 뜨는 오리온 자리를 보려고 했는데 안 보이더군요. 아마 이 시기에는 일몰 직후에 뜨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 이유를 그림으로 설명해보았습니다. 이 분야 그림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다른 시점(時點)을 하나의 그림 속에 그리거나 삼차원을 이차원으로 대충 표현해놓아 혼란을 주는 그림이 있다는 것입니다. 앞의 “달 모양” 글에서 설명한 방식을 별자리에 한 번 더 적용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시점이 “가을 쪽 약 45도 위에서 보는 조감”입니다. 공전에 관한 표준 그림입니다(밤낮 표시는 안 했습니다).
오리온 자리가 몇 시경 뜨느냐에 대한 설명은 다른 그림을 가지고 극 지방이나 적도 지방을 상정하여 진행하는 것이 쉽습니다. 우리가 있는 중위도는 극과 적도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간 쯤을 상상하시면 되고요.
북극 위에서 하나님이 내려다보시는 것을 그렸습니다. 오리온 자리는 겨울 별자리이어서 흔히 오른쪽 A-B 근처에 그려 넣습니다만, 정확한 그림은 그 위에 있는 ‘카드’를 A-B 슬릿에 끼워 넣는 것이 맞습니다. 천구의 적도 근처에 있는(적위가 약 0도) 세 개의 별을 지구의 적도와 일치시켜서요. 그래야 입체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지금 지구는 ‘11월 초’ 위치에 있습니다. 적도에 서 있는 거인에게 밤 12시인데요. 아직 동쪽 지평선 아래에 A-B가 있네요. 며칠이 지나면 지구가 더 이동을 하게 되고 그래서 12시 이전에 동쪽 지평선에 오리온 자리가 떠오를 겁니다. 이 그림 상에서 볼 때 한겨울에는 해가 질 때 즉 일몰 후 오리온 자리가 떠오르고요. 별 세 개가 적위 0도 근처이기 때문에 오리온 자리는 동쪽에서 떠오른 후 거인의 머리 위를 지나 서쪽로 사라질 겁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모습
-출처: 확인 불가(이것을 포함한, 여러가지 변형은 제가 했습니다)
남쪽을 향한 후 머리 위를 올려다 보았을 때 모습
서쪽으로 지는 모습
북극 지방에서는 어떨까요. 아마 별 세 개 아래는 안 보이고 동쪽 지평선에서 ‘나타나’ 지평선 따라 남으로 이동한 후 서쪽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모양은 이렇게 똑같고요.
우리 중위도는 이 중간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모습
중천에 떴을 때
서쪽으로 지는 모습
[추신] 제가 책에서든 직접적이든, 오리온 자리가 중위도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론'으로 추정해본 것입니다. 어제(2021년 1월 8일) 저녁 8시 50분 경, 예배당 둘러보다가 하늘을 보니 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그 속에서 선명하게 오리온 자리가 보였습니다. 제 추정이 맞는지 맞추어 보려고 얼른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을 오늘 저녁에야 기억나네요. 어제는 대단한 추위였습니다. 이른 아침, 차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하 24도, 잠깐 영하 26도까지 내려갔습니다(차량 2대로 측정). 임실 변두리라서 공식 기온이 되지 않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