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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식

(목회 경험담) 목사는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최윤식 (익산노회,울밖교회,목사) 2021-03-20 (토) 11:57 3년전 820  

목사는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나는 집안의 막둥이다. 우리 부모님이 총 12명의 자녀를 낳으셨다는데 내가 목사 초년생일 때 24녀가 살아있었다. 고인이 된 어머니 추도일을 맞았다. 명절이나 추도일이 되면 장남인 형님댁에 모인다. 아버님과 새어머님, 형님 내외, 그리고 가까이 살고 있는 누이 두 분, 그리고 형님이 출석하는 교회 교인들이 참여하여 예배를 드린다. 형님이 다니고 있는 교회는 나의 모교회이기도 하다. 교인들도 거의 다 낯익은 분들이고 거리낌 없이 지내는 분들이다. 나의 모교회는 시골에 위치해 있었고, 목회자가 공석일 때가 자주 있었다. 그날의 추도일 때도 목회자가 안 계셔서 내가 예배를 인도했다. 예배가 마치면 장만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과 교인들이 교제를 나눈다. 교인들이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중에 한 분이 목회자에 관계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전에 있던 목사님은 교인이 무엇을 갖다 줘도 고맙다는 말을 안 했어!”

그러자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비판이 쏟아진다.

아무게 집사님이 갖다 준 생선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지 뭐야!”

교인들이 교회 텃밭에서 일하고 있어도 사모가 물 한 잔 떠다 주지 않았다니까?”

듣기가 민망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목사는 교인들에게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목사에게 흠결이 있으면 가차 없는 비판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교인들은 교도소의 교도관들이 죄수들을 감시하는 것보다 더 유심히 목회자를 관찰하는지도 모른다. 설교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 교인을 정성껏 돌보는지 소홀히 돌보는지, 절약적인지 낭비적인지, 젊잖은지 덜렁거리는지, 말만 하는지 실천하는지, 인사성이 있는지 없는지, 깔끔한지 지저분한지, 진실인지 가식적인지, 친절한지 불친절한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 같다. 그러다 실망스러운 모습, 거슬리는 모습을 보면 불평한다. 그래서 목사는 교인들 앞에 언행에 조심해야 하고, 처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목사가 흠결이 보이면 불평이 나오고, 불평이 확대되면 교회 내부에 여론이 되고, 비판적 여론이 강화되면 목회자 배척 운동이 벌어진다. 결국, 목사는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교회는 목사 쫓아낸 교회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목사는 페르소나(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가면)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교인들이 목사에게 거는 기대가 있고, 목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교인이 교회를 위해 수고의 봉사를 했을 때 목사는 칭찬과 격려를 해 줄줄 알아야 한다. 목사에게 대접을 했을 경우 감사의 인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표현력이 없다 할지라도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목사는 교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고 좋아하는 것은 실행해야 한다. 물론 무조건 교인들의 비위를 일일이 맞추라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교인들이 싫어할지라도 올바른 신앙훈련을 위하여 교인들이 바라는 방향의 반대로 나아가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서에 위배 되거나 신앙원리에 거슬리는 일이 아닌 한 교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려고 애쓰는 것이 양을 사랑하는 목자의 배려이다.

나는 목회하는 중 주변에서 어려움을 당하는 목회자들을 이따금 보았다. 어려움을 당하는 사유는 실력의 부족보다 처세의 미숙에 기인한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목사로서 교인들 앞에 흠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삼손이 머리를 잘렸을 때 그 거대한 힘이 일순간에 상실되었던 것처럼 목사도 교인들에게 흠 잡히면 그 영적 권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목사는 매사에 신중하고 작은 것에도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목사도 인간인지라 어찌 완전할 수가 있겠는가. 조심한다고 흠결이 없겠는가? 웬만한 것은 사랑으로 덮어나가야지.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했다(벧전4:8) 목사에 대한 불평이 많은 교회는 사랑이 결핍되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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