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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빈이를 겨울 산에 묻고 온 날 2023. 12. 7

진창오 (익산노회,꿈너머꿈교회 ,목사) 2023-01-07 (토) 15:26 1년전 356  
(1983년 12월 22일. 40 년 전 첫 목회지 에서의 색이 바랜 노트에 기록된 내용을 이곳에 옮깁니다 )
 
성탄 축하의 밤 주보를 만드느라 어제 밤 늦게까지 일을 했고 아침 식사를 하지 못했다. 스물 여섯살 섬 교회 전도사는 이렇게 배를 쫄쫄 굶었다. 마을 청년들과 지은 네 평짜리 방은 춥고 발이 시러울 정도이다. 주일학교 학생 현남이가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듯 헐레벌떡 달려왔다. " 내 동생이 죽었어요" 딸 셋에 네 번째 아들이라 하여 영원히 빛으로 살라고 내가 이름을 영빈이라 지어줬다. 10개월 전에 폐렴으로 내가 안고 두 시간동안 달리다 시피 산을 넘어 예수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집에 가니 엄마가 아기를 껴안고 통곡하고 있었다. 나도 할머니도 엄마도 어린 딸 셋도 함께 울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 없었다. 아이를 천국에 보내는 예배를 드리고 밖을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이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포대기에 쌌다. 사망 신고를 한 후  울며불며 따라온다는 가족들을 겨우 말린 후 혼자 삽을 들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얼어붙은 땅을 파는데 왜 그리 힘이 드는지, 아침은 못 먹고 점심은 굶었다. 배고파서 솔잎 이라도 뜯어 먹고 싶었다. 
아 목회의 길은 이런 것인가, 겨울이어서 막은댐 나가는  배가 없다. 오후 2시 쯤 집을 나서 성탄 새벽송 때 나눠줄 선물을 사러 전주에 나가려고 산길을 접어 들 무렵
김대곤씨 아주머니가 팥죽 한 그릇 잡수고 가세요 라며 나를 붙잡는다. 이것을 여호와 이레 " 하나님이 준비해주심" 이라 하는 것이리라. 따끈한 팥죽 두 그릇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웠다. 다리에 힘이 생겼다. 

( 세월이 흘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노집사님은 냇째 아들을 낳아서 이름을 영빈이라 했고 그 아이가  군대 가기 전에 한번 만나서 밥을 같이 먹은 날이 있었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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