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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c]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의 논증/오류

신솔문 (전북동노회,임실전원교회,목사) 2023-11-08 (수) 10:26 5개월전 370  

1.

비판적 사고와 같은 ‘실용 논리학’에서 오류론의 위치는 “법정 감염병” 비슷합니다. 인간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논증”이 있는데 대부분은 “나쁜 논증”입니다. 이 나쁜 논증 중에서 많이 등장하는 논증 유형을 쉽게 식별하도록 꼬리표를 붙여주는데 그것이 “오류 이름”입니다.

신학(또는 철학)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류는 무엇일까요? 제 경험으로는 “애매어의 오류”입니다. 한 단어의 의미가 한 개가 아닌 여러 개인데 이것을 하나인 것처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오류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선구적으로 탐사하는 학문의 성격으로 인해 쉽게 빠지는 오류입니다. 성경의 진리를 삼박하게 정리하고자 노력하는 조직신학자들이 주로 범하는 잘못이며, 성경신학자들은 잘 걸려들지 않습니다. 성경의 한 개념을 무리하게 일의적(一義的)으로 정리하는 경우에 말려들기도 하지만요. 학부 때 이것을 깨닫고 법열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2.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의 오류는 무엇일까요? 미끄러운 경사면에 무엇을 올려놓으면 (브레이크 장치나 고임목이 없는 한)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점점 아래로 향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떤 논증의 전제들 중 핵심 전제의 내용이 이런 연속적인 변화나 ‘도미노 효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 주장이 정당화되지 않을 때 그 논증을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를 범했다고 합니다.

성소수자가 포함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독교인의 논증이 미끄러운 경사면 전제를 가진 논증입니다.

[전제1] 만일 문제의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A가 일어나고 이것은 B를 조장하고. . . 결국 Z 등과 같은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

[전제2] Z 같은 최악의 경우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문제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

이것이 오류인가 아닌가는 전제1이 얼마나 정당화되느냐에 달렸습니다. 신앙적 입장에서 동성애를 반대해도 개인 권리 존중이라는 사회적 입장에서는 문제의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분들은 전제1의 주장이 지나친 기우라고 평가합니다. 중간중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고임목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에게 이 논증은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가 되지요. 이렇게 대립하는 두 입장이 풀어야 할 쟁점이 “고임목”에 대한 것임이 이러한 분석에서 드러납니다.

반면에 성소수자들은 전제1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게 진행되기를 소망하고 있으니까요. 입장 차이는 전제2에서 나타납니다. 이들은 Z가 최악의 경우가 아니며 받아들일 수 있는(나아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할 것입니다.

3.

미끄러운 경사면 논증은 김포시 서울편입론을 반대하는 논증의 하나로 나타납니다.

[전제1] 만약 서울과 조금이라도 인접한 시의 시민이 원한다고 해서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한다면, 같은 조건에 있는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가 서울시로 편입되겠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전제2]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가 서울시로 편입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결론]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해서는 안 된다

전제1에 도미노 효과가 보입니다. 인접한 시를 서울시로 야금야금 편입하다보면 남쪽으로는 대전시까지 서울시와 인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증에 여당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제 정신이 있는 집단이라면 전제2를 부정할 수 없지요. 결국 전제1이 미끄러운 경사면의 오류라는 반박을 해야 하는데요. 아마 이 구상을 처음 했을 때는 전제1을 부정하게 만드는 고임목 장치가 있었을 겁니다. 서울시의 쓰레기매립을 김포권에 확대하는 조건이었을 것이고 당연히 서울시와 사전 협의도 마쳤을 겁니다. 반대하는 주장이 나올 때 협의한대로 이 조건을 이야기했어야만 이 논증을 반박하는 것인데 전제1에 사실상 동의하는 발언을 해버렸으니. . . 김포시민에게 솔직히 밝힐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이지요. 전제1을 부정하여 자충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브레이크 장치(서울시 경계 확대를 정지시킬 조건)를 만들어내겠지만 꼬여버린 스텝으로 어떤 춤을 출지 흥미롭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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