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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교회 이야기

오지은 (,,) 2007-12-04 (화) 14:14 16년전 5392  

 

 

- 2007년 6월 어느날

 

어제는 너무 더워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이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잔뜩 날씨가 흐리고 추우네요!

그간 벼르던 마을 심방을 나가려고 읍에 있는 약국에 갔습니다.

쌍화탕 10박스(100병)를 사들고 나머지 볼일을 보고

마을에 돌아오니 12시가 훌쩍 넘었네요.

 

비는 부슬 부슬 내리고 점심도 잊은채...

남편과 나는 농로를 통해 마을 깊숙히 돌아다니며

이 비를 맞고 밭에서 일하고 있을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멀찌기 떨어진 논 한귀퉁이에서 모내기를 끝내고 빠진자리에

모를 채워 심고 있는 분!

양파밭 사이에서 쭈그려 앉아 양파를 캐는 노부부,

마늘밭에서 캐놓은 마늘을 손질하는 노인,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고 혼자 호박밭을 손질하느라

속이 타는 할아버지,

추적이는 비를 맞으며 밭을 매느라 지친 젊은(?) 아낙들

대개는 혼자이거나 두셋이 짝지은 정도가 다인 사람들...

 

주는이나 받는이나 쌍화탕 한병에 축복이고 감사입니다!

주는이는 "이 쌍화탕 한병에 오늘 하루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감기,몸살에 아프지 않기를..."

받는이는 고맙고 감사해 주는이에게 "건강하라고..." 축복합니다.

 

학교(유치원) 끝나고 돌아온 두아이 까지 가세하여

논으로, 들로, 저수지 밑 외진 밭으로,

두륜산 밑자락 마지막 개간한 밭으로 뛰어 다닙니다.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속의 여인들처럼 쭈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허리를 펴게하고 한마디 위로를 던집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때론 그들의 밭 가운데 서서 맞잡은 손으로 기도하고

모내기하는 논의 논둑에 손을 얹고 땅을 축복하고 ...! 

목마른 사람들의, 가슴이 타는 사람들의,

희망을 잃은 이들의 마음속에 피로를 풀어주는

한병의 상화탕이 되고자 작은 시골교회 목사 부부는

오후 내내 뛰어 다녔습니다!

 

개중에는 동네 목사가 새로 와서 인사 다니나?

 

그것도 아닌데 뭐하러 다니냐고 하는이도 있더군요!

 

그저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에... 흔하디 흔한 쌍화탕 한병이지만 

그 안에 안쓰러움과 애틋한 마음을 담았기에...

그냥 웃어주고 돌아섰습니다.

 

돌아오는길 차 안에는 쌍화탕 두병과 빈박스와 빈병들, 

탁구공만한 호박 한 봉지, 완두콩 한주머니,

갓 뽑아서 손질한 배추 한망과 그것들을 건네준 이들의 사랑과

우리 네식구의 뿌듯한 마음이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아니 앞으로도 내내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에

쌍화탕 목사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007년 12월 4일

 

어제부터 해남 순례 기도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갈수록 아득하고 길이 안보이는 농어촌의 현실앞에 목사님들이

말없이 온몸으로 길 위에서 기도합니다.

해남 지역 54개 교회가 있는 땅은 모두 순례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송지면, 오늘은 현산면......

오늘의 첫 시작 기도회는 제가 사는 황산교회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온몸으로 찬바람을 맞아내며 기도 하는 분들에게

좋은 것 대접 하고픈 마음에 어제부터 대추차,칡차 달여내며

귤과 약간의 떡과 빵을 준비했습니다.

아침 기도회가 시작하기 훨씬 이른 시간에 집사님 한분이

쌍화탕과 피로 회복제를 들고 오시며 따듯하게 데워달라 하셨습니다.

얼른 물을 끓여 기도회에 오신 목사님들께 따끈한 쌍화탕을 대접 했습니다.

기도회는 우리 성도님들 십여분과 젊은 목사님들 십여분이

함께한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울려퍼지는 찬양속에 함께한 모두의 마음속에는 

비장함과 뜨거움이 있었습니다.

 

얼마전 시찰 연합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단체로 피구게임을 하고 난 선수들 중 축구경기를 하기위해

40대만 남고 모두 관중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실내 체육관 코트 안에는 저를 포함해  예닐곱 명이 남았습니다.

관중석에도 40대는 없었습니다.

결국 50대 이상 선수들이 다시 나와 경기를 할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농어촌 현실입니다.

제가 처음 해남땅에 발을 디뎠을때 스물아홉 이였습니다.

그때도 교회에 저보다 나이 어린 이가 없었지요.

이제 마흔을 앞두고 이땅에서 저의 30대를 모두 보내었습니다. 

 

우리 성도님들 삶의 고달픔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점점 굽어져 가는 허리들...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쇠잔한 기운에 가슴 저립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경제 논리만 주장하네요.

세상의 경제 논리가 아닌 하나님의 경제논리로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길위에 서신 모든 분들 부디 아무 탈없이 이번 순례기도회가 마쳐질수 있기를......

혼란한 세상속에서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께서

선을 이루어 주시기를 마음모아 간절히 기도 합니다.   

                 

*작은 시골교회 사모 올림*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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