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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천사들과 함께한 기적

지은규 (서울북노회,무임,목사) 2008-01-03 (목) 10:34 16년전 5244  

어린 천사들과 함께한 기적

 

 


지은규(서울대병원 병원교회)


 

병원처럼 기적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곳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실로암 연못가에서 “네 자리를 들고 일어나 걸으라”(요5:8)는 예수님의 말씀에 오래된 병자가 치유 받은 것과 같은 일을 누구나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환자실과 같은 곳이나 자기 집보다도 병원에 더 오래 있었던, 아니 오래 있는 중인 난치, 불치의 중증 질환을 가진 환우들은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기적으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가집니다.

 

병원교회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작은 기적을 성탄절에 경험을 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절기 중이었던 어느 날 행화정교회의 김은승 부목사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작년에도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일 년 동안 돼지저금통에 정성껏 모은 성금을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 환우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을 밝혀 장기간 투병 중이었던 어린이 가정에 전달하여 도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금년에도 그와 같은 일을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번뜩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상욱이였습니다. 한상욱. 이제 만 13살의 듬직한 소년 상욱이는 Hallervorden-Spaz Disease(할로보르덴 스팟츠)라는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뇌에 철분이 쌓여서 신체에 여러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언뜻 보아서는 마치 소아마비처럼 온몸도 굳어있고, 가끔씩 제멋대로 팔 다리가 올라가곤 합니다. 그러나 말도 못하는 상욱이지만 병실을 들릴 때면 얼마나 멋지게 활짝 웃어주고, 옆에 침대에 누운 동생들이 아파서 울면 함께 울상이 되어버리는 감정이 너무도 풍부한 아이입니다. 더욱이 상욱이네 집은 동원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우리 교단에 서로 같은 노회에 속한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같은 병으로 동생 상배를 지난 여름 장마 때 하나님 나라에 떠나보내야 했던 안타까운 일도 떠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생명은 하나님 뜻에 달린 것’이라며 웃음을 잃지 않는 상욱이네 식구들을 볼 때마다 더욱 많이 기도해주지 못했고 무언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 이번에는 기왕이면 서로 소식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같은 한 노회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환아를 돕고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단순한 한줄기 생각이 들어서 바로 상욱이를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님도 추천해 주는대로 방문하여 성금을 전달하겠노라고 말하였습니다.

 

상욱이에게 성금을 전달하러 오겠노라고 한 24일을 상욱이 엄마에게 물어보니 그날이 수술이 잡힌 날이라고 했습니다. 상욱이 엄마도 특히나 같은 노회에 속한 교회에서 돕고 기도한다고 하니 더욱 기뻐했습니다. 동원교회 김병국 목사님께도 소식을 전하였더니 너무 기뻐하셨습니다. 24일 행화정교회 어린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목사님이 병원교회에 방문을 하였습니다. 상욱이 엄마를 만나 성금을 전달하고 수술 중인 상욱이를 위하여 모두 손을 모아 기도하였습니다.

25일 성탄 예배를 마치고 상욱이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목사님! 우리 상욱이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엄마, 아빠’하고 말을 했어요. 그것도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 여럿 있는데서 다들 알아들을 수 있게 또렷하게 말했어요. 그리고는 지금 되게 편하게 자고 있어요.” 바로 이게 기적 아닐까요?

둘째 아들을 떠나보내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남은 아들을 위해 노력했던 엄마의 웃음 뒤에 있었던 애통해하는 마음. 먹고 싶었던 과자며 아이스크림이며 용돈을 한푼 두푼 일년을 모아온 행화정 교회 어린이들의 마음. 같은 병실에서 함께 고락을 같이하며 위로해주었던 여러 환아맘(병실에서는 엄마들을 상욱이맘, 수아맘 이런 식으로 부릅니다.)의 마음. 처음으로 상욱이에게 시도하는 수술이라 마음을 졸이며 전날 퇴근하면서도 다시금 상욱이를 꼼꼼히 세심하게 살피던 집도의 백선하 교수님의 마음.

기적은 요술램프에 비는 소원처럼 갑자기 ‘펑!’하고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상욱이를 향했던 그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정성과 기도가 오랜 세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하게 촘촘히 쌓인 돌탑처럼 쌓였을 때 이루어진 이번 일과 같은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닐까요?


이번 성탄절 행화정 어린이들의 작은 손길을 통해서 이루어진 병원교회의 기적이 쉼 없이 계속되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제 곧 병실에 가서 만날 환우들 중에는 진정한 작은 기적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항상 있으니까요.

 

 

상욱이 엄마와 김은승 목사님과 어린이들

 

 

ps> 난치, 불치의 아픔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속한 노회에서 함께 기도하고 수술과 같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치료를 받아야 할 때 이번처럼 조금이나마 십시일반으로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번 상욱이의 치료도 4천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병원 사회사업실에서 기업이나 독지가의 후원을 연결해주어 상당부분 감면이 된다고 하지만 치료비 청구서에서 금액상 감면되는 것 외에 들어가야 하는 비용은 소위 밑빠진 독과 같이 들어갑니다.

이번 어린 천사들의 도움은 당장에 필요한 '손에 쥐어지는' 꼭 필요한 소중하고 고마운 '큰 힘'이 되었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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