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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過程)의 부활

이훈삼 (경기노회,주민교회,목사) 2007-04-07 (토) 16:21 17년전 4718  
 

 

여중생 사망 사건 - 체육 시간에 팔 굽혀 펴기 하다가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수술 받던 학생이 갑자기 사망했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8분가량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이게 사실인가?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지 분통이 터져 한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지요. 억울한 주검을 병원 로비에 놓고 농성하는 가족들과 시신을 뺏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려는 용역회사원들 사이의 살벌한 전쟁, 그리고 그 옆에서 줄지어 이 난장판을 보호(?)하는 대한민국 경찰들… 정말 창피하고 한심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방송에 나간 지 하루 만에 병원과 유족들이 전격적으로 잠정합의했다는 보도였습니다. 진료비, 장례비, 위로금을 병원이 지급하고,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유족들은 지나치게 과격한 농성을 했던 것을 사과하는 것으로 잠정합의했습니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쉽게 합의할 수 있다는 것에 더욱 황당합니다. 합의 내용이 이 정도라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도 합의하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사태를 악화시켜서 온 국민을 분노와 절망으로 몰아넣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정확한 결과는 부검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의료사고는 유족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않은 죽음이기에 땅이 무너지는 아픔입니다. 그러니 병원은 먼저 치료 과정과 실수에 대해 솔직, 분명, 신속하게 알려주고 충분히 사과하고 마땅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또한 유족들도 가능한 차분하게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야합니다. 국내 의료사고 발생률은 환자 13명당 1명꼴인 7.5%(미국 3%), 연간 총 2백50만 명이고, 그중 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의료 사고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늘 사고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예방과 사고 후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 중요합니다. 사고 때마다 이렇게 충돌한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이리 안 하면 병원이 사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또 이런 사고에는 반드시 브로커가 끼어서 사건을 초강경으로 몰아간다는 주장 모두 현실일 겁니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게 사회를 온통 분노와 환멸로 몰아넣습니다. 사회의 공기가 기쁨, 보람, 감사로 채워지지 않고 울분, 절망, 환멸이 불어나는 것은 사회를 황폐화시킵니다.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사건도 양쪽이 기본자세를 갖추었다면,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아픔을 생산하지 않고 얼마든지 적절한 합의에 이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주 쉽게 과정을 생략합니다.
민주주의 한 축은 절차인데,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는 그 절차를 번거롭게만 여깁니다. 곧바로 초강수로 들어가고 중간 과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그것을 추진력 있고 화끈하다고 동경합니다. 병원 못 믿는다고 시신을 영안실에서 올려와 공공장소인 병원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하여 곧바로 용역회사원들을 불러 전쟁터를 만들어 버립니다.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대화와 타협의 단계가 필요한데 왜 그렇게 쉽게 그것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정이 생략된 논리, 중간 단계를 거세한 행동, 중산층이 무너진 사회는 얼마나 폭력적이고, 살벌하고, 감정 과잉을 낳게 되는지….
 

오늘 우리 사회의 부활은 ‘과정’의 부활이어야 함을, 어이없는 여중생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더 기가 막힌 사후 처리를 보면서 절실하게 기도합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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