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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주교회에 빚을 지고 있다.

신흥식 2010-03-25 (목) 23:34 14년전 7335  



어느 날, 교회에 노인 한 분이 오셨다.

어두워져가는 무렵인데, 조용히 기도하시고는 나가서 길을 걷는다.

아마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봐서 걷는 운동을 하다가 들렀던 것으로 짐작된다.

다음 날 저녁에도 다시 와서 기도하시더니 또 나가서 걷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주일날에는 내외분이 함께 예배에 출석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지성으로 모셨다.

점심을 마련하여 같이 나누면서 말씀도 듣고, 위로를 많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두 분은 한복을 차려입고, 외손자들 둘을 데리고 와서 놀기도 하고, 즐거워하였다.

왜 진작 여기에 교회가 있는 걸 몰랐는지 아쉽다고 하신다.

두 분은 어려운 교회에서 평생을 목회하시다가 은퇴하신 후, 딸네 집에 와서 함께 사시는 중이었다.

아버지는 삼각산 기도원에서 일하시다가 하나님 나라로 가셨고, 두 내외분은 아버지가 하시던 대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기적 같은 일을 많이 경험하였다고 하신다.

참으로 놀랄 만한 일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반년쯤 되었을까.

점심을 드시지 않고 그냥 가신다.

무슨 일인가 찜찜하여도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예배를 마치면 그냥 가시더니, 이제는 주일 예배도 거른다.

걱정이 돼서 집으로 찾아 가 뵈었더니, 먼저 나가던 교회에서 찾아와서 그런다고 한다.

더 얘기할 수가 없어서 인사를 잘 드리고 돌아온다.

잊으려고 하지마는, 마음이 아프기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며칠 후, 들리는 말이 끔찍하였다.

그 잘 놀던 외손자 세 살배기가 느닷없이 의사의 잘못으로 병원에서 하루 만에 죽었다니. 뭐라고 위로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 나는 곰곰이 생각하여 본다.

내가 예배 도중에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개신 교회는 천주교회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백이십 년 전에 이승훈李承薰은 동지사의 서장관으로 가는 아버지 이동욱李東郁을 따라, 베이징으로 가서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천민들과 중인들이 합석한 자리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걸로 시작하여 조선의 그 무거운 질곡을 푸는 데 생명을 바친 이래로 진산 사건과 병인 박해 때, 전국에서 수 만 명이 죽임을 당하면서 하나님을 섬겼습니다. 그 뒤로 개신교회는 백 년이 지난 즈음에, 피흘림을 보지 아니하고 들어와서 곧바로 자라나고 결실하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독재의 길을 벗어나서 현재처럼 민주화되는 과정에서도 천주교회에게 빚을 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지금도 개신교회는 천주교회만큼 백성들의 아픈 현장을 만져주지 못하고 있으니 계속 신세를 지는 중입니다. 우리는 천주교회보다 나은 게 별로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요.

아마도 그 때, 그 노 목사님은 속으로 이런 이단을 봤나. 탄식하셨으리라.

은혜로 사는 분, 선대로부터 철저한 믿음을 본받았고, 평생을 기도하며 사신 분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황당하였으랴.

아아, 가히 알만한 일이로다.


춘분을 지나도 대설 주의보가 계속되는 삼월 이십오일.


평지교회 흰쾨끼리. 올림.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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