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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대형사건들, 따라가기도 벅차다!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5-28 (화) 15:48 10년전 2604  
 
 
[전대환 칼럼] 대형사건들, 따라가기도 벅차다!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언제부턴가 예전 학창시절에 읽었던 고전들을 다시 하나씩 읽고 있다. 물론 당시에 가지고 있던 빛바랜 책이 아니라 근래에 출판된 새것들이다. 그 가운데는 전자책들도 있다. 책이란 저자가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쓰는 것이라 했던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청소년의 눈으로 읽으며 느꼈던 감흥과 지금 느끼는 감흥은 현저하게 다르다. '재발견'이다.

최근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고뇌'를 다시 읽었다. 괴테는 우리나라 연대기로 영조 임금 때 태어나서 정조와 순조 때 활동을 한 사람이다. 보통 천재들은 오래 살지 못하고 단명한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은 여든네살까지 살았으니 꽤 장수했다. 이 책은 괴테가 스물다섯살 때 쓴 작품이다. 다시 읽으니 그 나이에 어떻게 저런 글을 썼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깊다. 전체 줄거리는 주인공 베르테르가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사람에 대한 묘사, 자연에 대한 묘사, 사회구조에 대한 묘사 등이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다.

그 가운데 곁가지 한 대목이다. "얼마나 많은 왕들이 대신들에 의해 다스려지고, 또 얼마나 많은 대신들이 그 비서들에 의해 다스려지는가! 그렇다면 대체 누가 최고 일인자란 말인가?" 요즘 시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말이지만 여기서 봉건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넘어가는 역사의 변혁이 읽힌다. 귀족과 상민은 종자부터 다른 것으로 인식되고 있던 시대의식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이 구절 말고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첫 문민정부 내내 대형사고 터져

그러고 보니 괴테가 불혹의 나이를 보내고 있을 때 이웃에서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다. 왕이나 제후가 아니라 시민이 주인이 되는 투쟁이 유럽에서는 200년도 더 전에 불이 붙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괴테가 활동하던 영·정조 시절부터 개혁의 조짐이 있기는 했지만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는 아니었다. 조선 후기부터 말기까지 양반의 비율이 급격히 커졌다는 것이 돈으로 신분상승을 꾀한 결과이고, 그것을 신분사회에서 자본사회로 넘어가는 현상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반상구분이 철폐된 것은 갑오개혁 이후로서, 불과 100여년 전이다. 동학혁명이 성공하여 그때부터라도 민주사회가 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주권 없이 살았다. 명목상으로라도 국민이 주권을 가진 것은 해방 이후부터고 거기서 독재시절을 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는 불과 몇 십 년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게 1993년이니까 딱 20년 전이다. 그러나 '김영삼정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민주화보다는 5년 내내 뻥뻥 터진 대형사고들이다. 백화점이 무너져서 무려 500여명이 숨진 참사가 있었고,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기가 추락하여 228명이나 사망했고, 아시아나 국내선 항공기 추락으로 66명이 사망했다. 열차가 전복되어 78명이 숨졌고,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98명이 숨졌고, 여객선과 유람선이 각각 침몰하여 수백명이 숨졌고, 그밖에도 아파트 붕괴, 가스기지 폭발, 포탄 폭발사고, 조선소 폭발사고 등등, 엄청난 일들이 수시로 터졌다. 그 대미는 IMF 사태였다. 다른 나라에서 수백년 걸린 도시화를 우리는 50년 만에 이루었다고 내세웠지만, 그걸 이루기 위한 급행료로 천문학적인 비용과 셀 수도 없는 목숨을 지불했다. 시민의식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외형만 키운 결과였다. 

최근 계속된 민주주의 붕괴 사건들

남의 힘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역사 역시 일천하다. 투쟁의 역사까지 포함하더라도 서구사회에 비하면 도시화 속도에 못지않게 짧다. 그래서일까. 요즘 일어나는 민주주의 붕괴 사건들을 겪으면서 김영삼정부 때의 무지막지한 대형 사고들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전 정권 때 일어난 민간인 사찰, 4대강 비리, 국정원 정치개입 등만으로도 나라가 뒤집어져야 마땅한데, 이 정권 들어서도 그걸 청산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정원사건의 경우 경찰이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이지만 아직 너무 조용하다. 재벌가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잠잠하기만 하다. 참, 윤창중도 있었지. 언론이나 여론이 사건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탓하기엔 너무 아프다.

(※2013.5.28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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