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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신뢰 프로세스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6-11 (화) 17:21 10년전 2696  
 
[전대환 칼럼] 신뢰 프로세스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3위에서 5위까지의 경기 차가 불과 1이다. 가을야구를 위해 4강 싸움에 여념이 없는 3위부터 8위까지 여섯 팀의 게임차도 3.5밖에 안 된다. 자고나면 순위가 뒤바뀌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팀은 선두권에 있다가 몇 주 만에 4강 밖으로 밀려나는가 하면 어떤 팀은 같은 기간 동안 거꾸로 하위권에서 맴돌다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기도 한다. 추락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감독 물러나라고 난리고 상승세에 있는 팀들은 감독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한두 팀을 제외하면 선수단의 전력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선수 구성이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전보다 훨씬 잘하는 팀이 있고 올해 들어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팀이 있다. 야구경기를 보면 한 게임에 적어도 두세 차례는 결정적인 기회가 온다. 어찌어찌 해서 무사나 1사에 만루 기회가 왔다고 할 때, 마침 그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어떤 타격을 하느냐에 따라 그날 경기의 판세가 결정되는 일이 많은데, 그 타자가 마침 베테랑급인 경우 투수의 공을 배트의 중심에 맞히고 못 맞히고는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갈린다. 속된 말로 '한 끝 차이'인 것이다. 그 미세한 차이 때문에 승부의 균형추가 기운다.

잘 나가는 팀을 두고 해설자들은 '팀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이것이 '신뢰 프로세스'다. 타자들은 자기네 선발투수가 등판해 있는 동안 두세 점 안으로 막아줄 것을 믿는다. 계투진과 마무리 투수가 뒷문을 확실히 걸어 잠가줄 것을 믿는다. 그러기에 몇 점 차로 뒤지고 있어도 타자들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투수도 자기가 던지는 동안 한두 점을 주더라도 그 정도 점수는 타자들이 뽑아줄 것을 믿는다. 한 점도 주면 안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던지는 것과, 줄 점수는 주겠다는 자세로 자기평정심을 잃지 않고 던지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아직은 말로만 '법과 원칙' 되뇌어

이 '믿음'은 어디서 오는가. 감독은 공정한 선수기용과 냉정한 작전으로 경기를 진행시키고, 선수들은 평소에 실력을 연마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자기관리를 잘하여 굴곡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때 저절로 온다. 신뢰관계가 무너지면 각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감독이 날 미워하는데 이기면 뭐해? 내 기록이나 챙기지.' '오늘 선발투수 보니 이기기는 틀렸어.' '내가 점수를 지키면 뭐해? 타자들이 오늘도 헛방아질만 하겠지.' 이렇게 되면 경기 결과는 보나마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대북정책을 말하면서 '신뢰 프로세스'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그 결과인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꽁꽁 얼어 있던 남북 사이에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일의 대화를 통하여 개성공단이 다시 힘차게 가동되고 금강산 관광길이 다시 열리고 그동안 끊어졌던 이산가족 상봉이 활발하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 시절의 7.4 공동성명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시절의 6.15 공동선언의 정신도 다시 확고히 다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오랜만의 남북대화를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100여 일간의 정치여정을 볼 때 그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낼 만한 결과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뢰란 말과 행동의 일치에서 싹트는 법인데, 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아직은 말로만 되뇌고 있다. 일부 권력자들과 부자들이 세금도피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어 어마어마한 돈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대응이 너무 미지근하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불법축재 추징금은 징수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바로 지금이 분위기 반전의 찬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은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어서 그런지, 엄청난 국기문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자 처벌이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이 분위기 반전의 찬스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대로 간다!'는 각오를 보여줄 때 신뢰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생긴다. 박 대통령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먼저 국내정치에서부터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바란다. 박근혜 후보를 찍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도 대통령을 신뢰하는 가운데서 신바람 나는 국민이 되고 싶을 것이다.
 
(※ 2013.6.11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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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대전노회,공주세광교회,목사) 2013-06-12 (수) 09:23 10년전
전목사님의 칼럼을 그분이 꼭 봐야 하는디...
좋은 글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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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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