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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장관의 휴가

전대환 (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08-07 (수) 16:46 10년전 3249  
 
[전대환 칼럼] 장관의 휴가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개성공단의 명줄이 경각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엊그제 휴가를 떠났단다. 휴가 떠났다는 그 자체를 가지고 가타부타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의 휴가 소식을 들으니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히딩크가 뜬금없이 떠오른다. 그가 얻은 최종 결과는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어마어마한 쾌거였지만, 히딩크가 처음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을 맡았을 때는 엄청나게 욕을 많이 먹었음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욕을 먹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자를 달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팀은 부진한데 정신줄을 놓고 있다느니, 잘해보려는 의지가 없다느니, 휴가도 반납하고 매진해야 할 때에 데이트나 하고 있다느니…, 일부 언론들은 융단폭격을 퍼붓듯이 연일 그를 비난하는 기사들을 쏟아냈었다. 여기서 히딩크의 사생활에 대해서 변호할 생각은 없지만, 한 가지 그에게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그가 휴식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의 소신은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 결과 그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가는 데마다 좋은 성적을 냈다.

돌고래라는 놈이 참 신기하다. 이 녀석도 사람처럼 허파로 호흡을 하는 포유동물인지라 때로 물 밖에 나와서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런데 그때 연약한 피부가 말라버리기 때문에 물 밖에 오래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잠은 언제 잘까.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재간은 없으니까 깨어 있는 채로 잠을 잔단다. 뇌의 반쪽이 휴식을 취하면 다른 반쪽이 몸의 기능을 통제하고, 그 다음에는 서로 역할을 바꾼다는 것이다. 참 편리하다. 그러나 사람은 그게 안 되니까 일할 때는 전념해서 일을 하고 쉴 때는 손에서 일을 놓고 완전히 쉬어야 한다.

공동체에 속한 모든 구성원이 함께

'온전하게 휴식을 취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휴식의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방세계에서 오래 전부터 주 6일 근무제가 정착된 것은 모세의 덕이다. 그는 '안식일' 제도를 제시하면서 한 주에 하루를 쉬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죽이라고 단호하게 명령했다. 주인은 물론 아들딸까지, 종들은 물론 짐승까지 쉬게 하라고 했다. 이처럼 공동체에 속한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정해진 휴식을 챙길 수 있을 때 온전한 휴식이 된다.

둘째는 쉬는 사람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동시에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셋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몸, 또 하나는 생각과 감정을 주관하는 마음, 나머지 하나는 신을 만나고 외부세상과 통하게 하는 영혼이다. 몸은 하드웨어이고 마음은 소프트웨어이고 영혼은 네트워크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쉬는 것이 휴식인데, 여기에는 또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상태로 있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니까. 둘째는 편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심에 싸여 있다거나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휴식이 아니니까. 그리고 셋째는 휴식을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쉬고 나서 맥이 다 빠져버린다면 그것 또한 휴식이 아니니까.

돈을 받고 외국에서 들어와 일시적으로 일하는 이는 우리 공동체의 휴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는 사정이 다르다. 그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폭염 속에서 매주말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과 관계 장관이 휴가를 즐긴들 그게 온전한 휴식이 될 수 있을까.

나라가 열이 나 펄펄 끓는데 휴가라니

일본발 수산물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커지는 때에 보건 장관이, 나라의 근간을 흔든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파행을 겪고 있는 때에 해당 국회의원들이, 4대강 공사 때문에 생태계 파괴가 속속 드러나는 때 환경 장관이, 수심 6미터를 목표로 파 뒤집은 강바닥에 수십미터 깊이의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 위험한 상황을 두고 국토 장관이,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가 파탄난 상황에서 통일 장관이, 편안한 휴가를 즐길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열이 펄펄 끓는 상황에서 말이다. 공동체의 휴식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개인 휴가를 떠난 고위공직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나마 양심이 있는 축에 속한다.
 
(※ 2013.8.7 석간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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