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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 졸업을 앞둔 아들아!

김진철 (충남노회,오순교회,목사) 2013-12-19 (목) 22:28 10년전 2622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여호수아1:9)
 
사랑하는 아들아
여호수아 19절 말씀과 함께 너를 기숙사에 남겨두고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교육전도사로 일하던 교회를 떠나 목사후보생수련과정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며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내 의견을 묻는 너에게 내 뜻은 전했지만
나는 네가 고민하고 기도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을 존중할 것이다.
 
쥐불놀이와 너의 첫 설교
아들아 기억하니?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지.
너는 보름날 쥐불놀이를 하다가 해가 저물고 밤이 되어 집에 돌아왔다.
추위에 볼은 빨갛게 상기되었고, 얼마나 깡통을 돌렸는지 팔이 아프다고 했다.
씻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네가 말했지.
<아빠, 내가 앞으로 목사가 될 것을 생각하며 설교를 하나 만들었어요.>
나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면서도 <그래 어떤 내용이지?> 하고 물었지.
<깡통에 쥐불을 만들기 위해 풀을 넣어서 돌렸더니 금방 확 타올랐다가 사그라졌어요.
깡통에 작은 나무들을 넣고 돌렸더니 불은 더디기 붙었지만 오래 오래 탔습니다.
성도님들, 풀 같은 믿음을 가지지 말고, 나무 같은 믿음을 가지세요.>
 
나는 너의 첫 설교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다.
네가 학교환경란에 장래소망을 목사님이라고 해놓았다고 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주위에 목사님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말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목사가 되면 설교를 해야 하는데, 쥐불놀이를 하다가 그 생각이 나서 설교를 만들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나는 저녁을 먹고 목회자실로 나가서 뜨거운 가슴을 진정시키며 진지하게 기도했단다.
<하나님, 창신이가 목사가 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나는 오늘 아이가 한 이야기를 가슴에 새겨두겠습니다.
아이가 이 길을 가다가 힘들어할 때 이 이야기를 해주며, 격려를 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감사했단다. 참 많이 감사했단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걷는 기쁨
그 후 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신대학에 진학을 했지.
나는 입학시험을 볼 때 같이 올라가 학교의 교정을 거닐며 여기저기를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수원역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억이 나는 곳들을 찾아서 추억들을 이야기해주었지.
수원역앞에 있었던 경기서적이나 극장이 있었던 자리, 여전히 남아 있는 부대찌개를 하는 집, 그곳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지. 나는 거저 기뻤단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너에게 먼저 왔던 길을 이야기해준다는 것이 즐거웠단다. 그런 나를 보고 네 어머니는 아이보다 당신이 더 들떠있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 후 너는 네 동생이 신학교에 입학시험을 보러갔을 때 기쁜 마음으로 네 동생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지. 나는 너의 그 모습을 고마워하고 사랑한단다.
홀로 일어서는 너에게 감사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낯선 곳에 혼자 떨어져 불안해하는 너를 기숙사에 들여보내고, 입학식은 교회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나는 돌아왔지.
너는 홀로 남았다는 것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낯설음과 앞으로 삶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는지 체해서 며칠을 고생했다고 훗날 이야기했지.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나도 알지 못하는 교회에 가서 봉사하라고 주일날 그 교회를 찾아가라고 했다. 너는 주일 날 아침 몸도 안 좋고 늦게 일어나 다음 주일에 가야겠디고 했다. 나는 전화에다 대고 화를 냈습니다. 늦어도 가서 그 교회 부목사님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지. 너는 풀이 죽은 목소리를 알았다고 했다. 너는 힘들어도 참고 순종하는 아들이었다.
 
아들아 기억하니?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학과 야외수업을 하던 곳에 차가 돌진해서 함께 입학한 친구가 죽었던 일. 너는 함께 입학한 친구들과 함께 밤새 울부짖으며 기도했다고 했지. 그 친구가 쓴 신학지망동기서를 읽고 울면서 기도했다고 했지. 이런 귀한 친구가 회복이 되어서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그렇게 밤이 지나고 그 친구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지. 그 친구를 묻고 돌아와서 너는 한동안 마음이 흔들렸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
나는 <너의 친구가 너에게 가장 좋은 질문을 남겨 두었으니 신학공부를 하는 동안 그 질문을 가지고 공부하라고 말했지.> 그리고 나도 많이 기도했단다.
<네가 스스로 홀로 서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 후 너는 좋은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선배들의 따스한 배려속에
상처를 딛고 잘 견디어 나갔지. 눈물 나게 고마웠단다.
 
Vaya Con Dios(신과 함께 가라)
어느 날 네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오고 싶다고 말했지. 네 엄마가 그러면 내려오라고 했더니 아빠가 집에 올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나는 그런 뜻으로 한 것이 아니었는데 너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모양이다. 때로는 너무 고지식한 네가 걱정이 되기도 했단다.
그런 네가 한 학기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방학에 되어도 집에 오지를 않았다. 섬기는 교회여름행사와 농활과 동아리모임 등등...너는 그렇게 고맙게 성장해갔고...
이제 신학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새 출발의 불안과 설레임앞에 서 있구나.
그리고 함께 공부를 했던 친구들과 각자 임지를 향해 흩어져야 하는 아쉬움도 서로 이야기하겠지.
참 고맙다. 사랑하는 아들아...너를 처음 신학교에 보낼 때 여호수아 19절 말씀을 읽어주고 기도했는데...지금 또 새로운 길을 떠나고자 하는 너에게 똑 같은 말씀을 주고 싶다.
 
네가 어디로 가든 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전대환(경북노회,한울교회,목사) 2013-12-20 (금) 00:40 10년전
졸업을 앞둔 아들아! 너의 아버지 같은 목회자도 세상에서 찾아보기 드물단다. 넌 참 복 있는 아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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