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123층 롯데타워보다 5배나
높았다는 바벨탑 -왜 고대인들은
하늘까지 맞닿는 탑을 쌓았나?
거대한 바벨탑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문화사적인 이름이다. 바벨탑은
또한 실생활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말이
다. 교만한 사람을 보고 우리는
“당신 마음 안에 바벨탑을 쌓지 마시오.”
라고 핀잔을 놓지 않나?
사람들은 ‘바벨탑’, ‘바벨탑’ 하는데,
대체 바벨탑은 얼마나 높을까?
창세기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소개한
희년서는 바벨탑을 건축한 기간이 무려
43년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희년서는
바벨탑의 높이가 2,600미터라고 한다.
만일 2,600미터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세계 6위를 자랑하는 높이 555미터의
잠실 롯데 타워보다 약 5배나 높은 것이다.
이것은 또 20세기 중반 경이로움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현대문화의 바벨탑인
뉴욕의 높이 443미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마천루, 摩天樓)보다 6배나 높고,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듀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828m)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14세기 이탈리아의 역사가인 조반니
빌라니는 바벨탑을 쌓는 일꾼들이 산소
가 희박해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탑이 하늘에 맞닿는 높이인 13km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17세기 독일계 영국인
역사학자인 리챠드 베르스테간은 바벨탑
의 높이가 7.6km나 된다고 호언했다.
영국의 저명한 재료과학 창시자인 제임스
고든 교수는 바벨탑이 파괴되기 직전 높이
가 2.1km였다고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는
바벨탑의 현실적인 높이를 제안했다.
그는 탑의 높이가 210미터라고 말했다.
헤로도토스의 추정처럼 바벨탑이 비록
210미터밖에 안되더라도, 그것은 1889년
프랑스 파리의 마르스 광장에 300미터
높이의 에펠탑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고대인들이 보기에 바벨탑은 “탑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산”이었던 것이다.
위에 그림은 17세기 독일의 예수회
수사이자 학자인 아타나시우스 키르허
(Athanasius Kircher)가 그린 바벨탑
상상도. 키르허는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비견되었을
만큼 과학과 예술, 학문에 정통한 지식인
이었다. 건설 도중 쌓다 만 거대한 탑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에덴의 언어》(북센, 2021)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