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도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직장 상사가 있었다. 어느 날, 거리에서 그에게 가장 무시당하고 가장 구박당하는 부하직원을 만났다. 그 때 그 부하직원은 그의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있었다. 아내는 교양이 있어 보였고 자녀들은 반듯하게 자란 듯 했다. 남편을 대하는 아내는 사랑스러웠고 아버지를 대하는 자녀들의 얼굴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표정이 묻어났다. 그 모습을 본 직장 상사는 흠칫 놀랐다. 그가 너무 커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들, 때로는 참 볼품없다. 찌질 하고, 초라하고, 푼수 같고 때로는 한없이 졸렬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에게 그를 바라보고 그에게 의지하는 처자식이 있음을 생각하면 그가 참 커 보인다.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 된다. 식솔이 있다는 것은 큰 힘과 권위다.
사랑하는 처자식이 있기에, 지극히 못났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지극히 멸시와 천대를 당해도, 때로는 소신을 버리고 변절도 하며 비굴한 웃음을 흘려도, 아주 작은 이익에 연연해도 그는 한없이 큰 사람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찌질 함 이고 비굴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