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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5일 (월) 성화묵상-윌리엄 블레이크, 간음하다 잡힌 여인_이훈삼목사

이종덕 (익산노회,삼광교회,목사) 2023-06-04 (일) 21:49 10개월전 216  


윌리엄 블레이크, 간음하다 잡힌 여인, 35*37cm, 1805년, 보스턴


살벌하던 현장이 쥐 죽은 듯 잠잠해졌다. 주님은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다가 무슨 말씀인지 쓰고 있다. 뭐라 쓰신 걸까. 성경대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일 수도 있고….

아침부터 갑자기 성전에까지 끌려와 치욕과 죽음의 공포 속에 빠져 있던 여인, 헝클어진 머리에 허리 뒤로 두 손이 밧줄로 묶인 채 무심하게 주님의 손가락을 바라본다. 볼은 불그스레 상기되었고 슬픔을 띠고 있지만, 얼굴 전체는 오히려 차분하다, 체념의 차분함인 건가? 화가는 이 부정한 죄인을 깔끔하게 그렸다. 여인만 별도로 보면 그리스 여신 같은 느낌이다. 하나님 앞에서 진짜 죄인은 따로 있다고 말하는 걸까.

가장 부끄러운 죄인 앞에서 세상 죄를 지고 거룩한 희생자가 될 메시아가 90도 허리를 굽히고 있다. 이게 기독교의 본질 아닐까. 흠 없으신 주님이 죄투성이인 우리를 섬기셨다. 유대교는 정죄하고 군림하려 했지만, 주님은 오히려 죄인을 정죄하기보다는 품고 섬김으로써 전혀 새로운 하나님을 보여주셨다. 새 종교가 시작된 것이다. 정작 오늘 우리는 주님의 이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손에 돌을 들고 당장이라도 가엾은 여인을 현장 처단함으로써 자신의 의로움을 확인하고 예수님을 곤란에 빠트리려던 무리가 돌아서 우르르 성전을 빠져나가고 있다. 주님의 말씀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의 죄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시대는 아직 빛의 세상이다. 심판을 은혜로 변경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말씀에 찔려 아픈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죄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으로 옮길 수 있다. 몸이 썩어 문드러지는데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는 구원의 길이 없다.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죽음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주님이 우리를 아프게 하신다면 그것은 은총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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