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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뉴스메이커 [사람의 길]에 실린 아힘나 평화학교

김종수 (,,) 2008-06-19 (목) 15:30 11년전 4334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17792

 

[사람의 길]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

2008 06/24   뉴스메이커 780호

 

아힘나평화학교


동북아평화연대의 안내를 받아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연변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만나기 위하여 긴 여행을 하였습니다.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우리 동포들을 보며 ‘고려인들은 바위에도 풀을 돋게 만든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활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일제에 저항한 우리 독립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길을 통해 어떤 압제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독립의 의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고려인 친구들과의 즐거운 만남도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조선족) 역시 매우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두만강을 경계로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는 북한의 산하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백두산 천지를 만나니 가슴이 벅차올라 한동안 말을 잊었습니다.
- 아힘나 아이들의 여행기 중에서


아힘나평화학교의 음악시간. 교육을 통한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아힘나평화학교이기에 음악과 같은 문화·예술활동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풍물이나 밴드와 같은 활동을 통해 스스로 평화 품성도 기르고, 때로 그 감동적인 울림으로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아이들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다함께 손뼉을 치며 노래도 부릅니다. 아힘나평화학교 이 달의 교육 주제는 ‘상생과 아힘나(I’M 나)’로 아이들의 노래는 세상의 주제와도 결코 비껴나 있지 않습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네 / 누구도 안심할 수 없네 / 미친 소가 들어오면 / 누구도 안심할 수 없네 / 미친 소가 들어오면 / 미친 소가 들어오면/ 10년 후에 사람들이 미치네 / 미친 소가 들어오면 / 고기 먹을 국민들쯤이야 / 소 키우는 농민들쯤이야 / 무시하고 협상한다네 /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 사람들아 우리 작은 힘을 모아 / 저 큰 어둠을 이겨내세 / 모두가 사랑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세상을 만드세

얼마 전 일본에서 이이다 요시유키(41)와 김임숙(39) 두 선생님이 온 후로 아이들의 음악시간은 더욱 신이 납니다. 두 선생님은 부부로 일본에서 오랫동안 음악학원 강사를 지냈습니다. 동포 3세인 김 선생님은 4년 전부터 아힘나평화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령순 선생님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일본에서 열린 아힘나 캠프에 동생을 만나러 갔다가 아힘나운동에 공감,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아힘나 아이들은 두 선생님 덕에 새로운 막내를 맞았습니다. 그들의 딸인 다섯 살배기 슈레이입니다. 아이들은 또래도 없고 한국말도 전혀 모르는 슈레이를 정성껏 돌봐줍니다. 슈레이도 스스럼없이 아이들을 잘 따릅니다. 가끔 일본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칭얼대기는 하지만요. 두 선생님은 슈레이가 섬나라인지라 시야가 좁은 일본과는 달리 대륙에 잇닿아 있어 세계를 보는 눈이 열린 한국에서 더 너른 생각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기를 바라봅니다. 이이다 선생님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촛불시위를 보고 크게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하이쿠와도 같습니다.

사람이 80년을 산다면 맞을 수 있는 여름 또한 80번입니다. 그중 마음껏 놀 수 있는 여름은 몇 번이나 될까요. 10대에밖에 누릴 수 없는 여름이라면 10대답게 마음껏 즐기십시오.

경기 안성시 삼죽면에 자리한 아힘나평화학교(031-674-9130, www.ahimna.net)는 힘든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장애친구, 빈민 자녀와 외국인 노동자 자녀, 무연고 새터민 아이들, 그리고 경쟁교육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생활도 하는 곳입니다. 그들은 비록 메인스트림에서 밀려난 아이들이지만 결코 모자란 아이들은 아닙니다. 힘든 환경 속에 자라면서도 오히려 평화를 꿈꾸는 아이들입니다. 아힘나평화학교의 교육 과정은 교육부 지정 공통 기본교과와 아힘나 전문교과로 구성되며, 기초교육과정 2년, 전공선택과정 2년, 평화실천과정 2년 등 총 6년의 중·고등 통합교육과정으로 운영됩니다. 현재 아힘나평화학교의 학생은 15명이며, 7명의 교사가 다수의 외부 협력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철(17)이는 함경북도 출신의 새터민입니다. 2005년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세 달 동안 하나원에서 지내다 다민족한마당축제 때 아힘나를 알게 되어 아힘나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기도 했던 현철이는 이 다음에 자연과 상생하는 농사를 짓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중국에 선교사로 나가고 싶기도 합니다. 혜은(16)이는 안성의 청소년쉼터에서 왔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이혼한 어머니가 쌍둥이 동생을 데리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리로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힘나로 온 후 한 번도 옛날 친구들을 만나 적이 없습니다. 엔간해서는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지만 좋지 않은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힘나평화학교의 국어선생님이 되는 것이 혜은이의 꿈입니다. 진현(16)이는 전남 보성에서 왔습니다. 일반중학교에 다니다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강진의 한 대안학교로 들어갔지만 거기서도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진현이는 상대적으로 친구들이 적은 아힘나에서 안정을 되찾았고, 자신이 그동안 따돌림을 당한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힘나평화학교가 세워진 것은 2005년 3월입니다. 꾸준히 평화운동을 벌여오던 김종수·조진경(45) 부부가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해 평화학교의 실험 운영을 모색하던 끝에 아힘나평화학교를 세운 것입니다. 현재 김 선생님은 아힘나평화학교의 교사 대표로 사회·평화 교육을 맡고 있으며, 조 선생님은 학교 행정총괄과 함께 국어·생활과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신대 기독교교육과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민중교육연구회 활동을 하며, 김성재 교수에게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학 목사에게서는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 실천으로 성남 공단지역에서 노동자 자녀를 위한 공부방과 탁아소를 운영하며 민중, 민중들의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렇지만 소수 집중의 시스템에서 대다수를 주변부로 내몰아놓고도 다시 중심부로 들어가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회체제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갈수록 깊어만 갔고, 그 결과 차라리 주변부를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 끝에 2002년 자율적 경제공동체로서의 ‘아힘나’ 구상을 위한 경제체험 캠프를 열면서 아힘나평화학교 설립의 결의를 굳혔던 겁니다. 학교 이름을 ‘아힘나(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로 지은 것은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미래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교를 세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한 시골 고택을 얻어 아이들과 함께 실컷 손질을 해놓고도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조용히 후다닥’ 쫓겨나야 했습니다. 대안학교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과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싸울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할 마당에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아이들이 대답했습니다. 알려야지요. 어떻게 알릴까. 우리가 먼저 그들을 알아야지요. 그러기 위해 만나야지요. 아이들의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밭으로 갔습니다. 할머니, 뭐해요? (마지못해) 콩 턴다. 어떻게 털지요?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콩을 털면서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제 이 마을에 들어오셨어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마을사람들은 생각을 누그러트렸고 마음의 빗장마저 열어젖혔습니다. 아이들이 예쁘다며 김치를 퍼주었고, 아이들은 그것으로 김치전을 부쳐 다시 갖다드렸습니다. 시제도 거들고 게이트볼도 주워다드렸습니다. 그해 11월 마을회관에서 아이들이 그동안 촬영한 동영상의 시사회가 열렸을 때 마을은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70여 분 동안 자신의 얼굴이 나오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워하다가도 다른 사람이 나오면 손뼉을 치며 웃어댔습니다.


지난 4월 아힘나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일본에 있는 코리아국제학원의 학생 27명이 아힘나로 연수를 온 것입니다. 코리아국제학원은 민단과 총련으로 갈라져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재일동포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입니다. 그들 역시 아힘나평화학교로 오는 길에 만난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눈길에 적이 놀랐다고 합니다. 서로 처지가 비슷하고 그래서 꿈도 비슷한 두 학교 아이들은 앞으로 연례적으로 두 나라를 오가며 연수회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아힘나 아이들은 일본을 방문해 조선학교의 역사와 조선인 징용노동자들의 실상을 돌아보며 ‘소리 없는 소리’라는 다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둑길을 걸어갑니다. 발아래 논에는 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힘나 아이들이 서툰 솜씨로 모를 낸 벼들도 있습니다. 아힘나에서는 심고 가꾸는 것들이 다 공부입니다. 아이들은 농사뿐 아니라 식의주(食衣住)를 손수 해결할 수 있도록 배우고 커나갈 것입니다. 아이들이 걸어가는 둑길에 무성한 풀들이 차입니다. 그 속에 가을 풀벌레의 꿈들도 익어가고 있을까요.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요. 그 나라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글·사진 유성문 편집위원 rotack@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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