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햇살에 얼레지가 한창 피었다.
너무 예뻐 꽃향기까지 있었으면 보는 이들이 취해 쓰러질 것만 같은 꽃이다. 다행히 향기가 없어 눈으로만 향기를 볼 뿐이다. '가제무릇'이라고도 불리는데 뿌리는 무릇과 비슷할 것이고 햇살에 화들짝 피어난 꽃잎이 성난 가제가 집게를 쳐들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얼레지꽃에 취해있는데 어떤 분이 "흰얼레지 보셨어요?"한다. 귀가 번쩍 뜨인다.
그가 손짓하는 곳에 가보니 흔하지 않은 흰얼레지가 피어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거듭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가 햇살에 기지개를 맘껏 피면 담을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뒤 화들짝 피어난 흰얼레지를 또 만났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흰얼레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그것을 만나려고했는데 하루에 그 님을 두 번이나 만나다니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가 보다. 이제는 내가 흰 얼레지가 있는 곳을 가리켜 주었던 분에게 화답할 차례다.
"여기 더 좋은 모델이 있네요. 만주바람꽃하고 큰괭이밥도 있어요."
얼레지는 향기가 없는 꽃이다. 그래서 꽃이 군락을 이뤘음에도 간혹 벌들이 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군락지를 이루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