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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짜리 예배당은 죄악입니다"

관리자 2007-04-17 (화) 14:03 14년전 12695  
"200억 짜리 예배당은 죄악입니다"
농사꾼 목사 여태권 "세상과 대화없는 교회는 아편"
 
▲ 교회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장난하고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여태권 목사.
ⓒ 최종수
여태권 목사는 누구?

농사꾼 목사 여태권은 1988년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한국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두 시골교회를 거쳐 1986년 율곡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5000평의 농장에서 신자들과 친환경 유기농 벼와 콩 농사를 짓고 있으며,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로서 시민사회단체의 어른 역할도 하고 있다.

2005년 사회복지사 2급을 취득하여 현재 완주 가정봉사원 파견센터 운영위원장, 고산지역 광역친환경단지 시범사업 공동대표, 한기장 복지연대 공동대표, 완주군 지역 사회복지협의체 공동대표, 사단법인 농촌사랑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시내 아파트 숲을 빠져나가니 너른 들판이 시원하다. 생강으로 유명한 봉동면을 지나면 맑은 냇물 고산천을 만난다. 차창밖 도로에는 벚꽃이 화사하다.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한 전북 완주군 고산면 율촌리의 '율곡교회'. 4월 초 율곡교회를 찾았을 때 여태권(59) 목사는 교회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여 목사는 시위현장에서 자주 만났던 형님 같은 목사이다. 어깨동무하고 아침이슬 부를 때처럼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면서 긴 장의자에 나란히 걸터앉자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 신도는 얼마나 되나요.
"성인만 160명 정도, 세대수는 80세대 가량 됩니다. 중고생 30~40명 초등학생 30~40명 정도 됩니다."

-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일 텐데요.
"30~4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많아요.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촌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거죠."

예산 30%를 사회복지에 쓰는 농촌교회

- 교회 앞에 짓는 게 뭔가요.
"노인 일자리 작업장이예요. 생활협동조합 물류 소포장 작업장이죠. 콩이나 들깨를 소포장하고, 대파나 시금치를 다듬는 작업장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 인근지역 농산물이 이곳을 거쳐 판매장으로 가는군요. 영농조합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북지역 한우영농조합 1호가 저희 조합이죠. 무엇으로 농촌을 지킬까 하다가 소를 키우자고 했습니다. 그런 취지에 동의하는 20~30대가 중심이 되어 '뿌리회'라는 친목회가 결성되었어요. 그리고 89년에 몇몇 신자들과 소 2마리로 영농조합을 만들었죠. 공동사육을 했는데 팔 길이 없는 거예요. 출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농조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우고기 직판장과 식당도 운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하루에 소 2마리까지 잡아 팔기도 했어요. 돈도 엄청 많이 벌었죠."

- 돈 엄청 벌어서 어디다 다 썼어요.
"돈을 많이 버니까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섭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 이런저런 이유로 갈라지고 나눠지고 난리가 났었죠. 사람을 부패하고 타락시키는 게 권력과 돈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 영농조합을 통해 느끼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돈 때문에 갈라지고 싸우고 등 돌리고, 인간의 바닥을 봤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속속들이 알게 된 거죠. 사람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되었으니까요. '저 사람 눈이 좀 이상해, 어 자네 뭔 걱정꺼리 있는가?' 하면 문제가 생긴 거예요. 골머리 아픈 돈이 사람 보는 눈을 알려줬죠."

- 돈이 사람을 알아보게 했으니까 돈이 좋은 것이네요.
"허-허-허"(함께 웃음)

신부가 부러워한 목사들의 '12제자 단식기도'

▲ 교회 아이들은 기타를 치고, 농구를 하며 논다.
ⓒ 최종수
이야기 도중에 군청 공무원이 목사님을 찾아왔다. 자리를 피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더니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교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현관 앞에서 깔깔거리며 웃는가 하면, 담벼락에서 개를 쓰다듬고 또는, 농구 골대를 향해 슛을 쏘고 있다.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다시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세 아이들이 기타치며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고운 노래와 기타반주의 선율을 타고 어떤 고백이 흘러나올지 더 설레게 했다.

- 좀 전에 찾아온 공무원이, 목사님 단식이 걱정돼 찾아왔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로 단식하신 건가요?
"한미FTA 때문이죠. 한칠레 협상이 농민들에게만 타격을 주었는데, 한미FTA는 농촌의 붕괴는 물론 도시와 모든 계층과 분야를 뒤흔드는 지진과 같은 거잖아요.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단식기도를 하게 된 것이죠. 혼자라도 40일 동안 하겠다고 작정했어요.

근데 혼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전국에서 여러 선후배 목사들이 함께 단식하겠다고 해서 10일 만에 단식을 끝냈어요. 하루에 12명의 목사들이 단식한다고 해서 12제자 단식기도가 되었어요. 매일 12명의 목사들이 40일 동안 돌아가니까 480명의 목사들이 릴레이 단식을 하게 된 것이죠."

- 정말 감동스럽네요. 저희 천주교에서 릴레이 단식을 한다면 480명의 사제들이 참석할 수 있을까. 물론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발의를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발상을 못했죠. 각자의 자리에서 시대의 아픔에 함께 한다는 신선한 방법이 참 아름답네요.
"교단 총회장과 노회장까지 참여한 이 기도회는 40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신도, 여신도, 신학생들의 참여로 1년 동안 이어가기로 했어요. 그동안 성명서나 집회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밝혀왔는데, 그런 투쟁도 하면서 하느님 앞에서 불의한 현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거죠. 내 자신도 뒤돌아보면서 우리의 투쟁방식을 우리 내면으로도 돌린 것이죠. 제목도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생명 살림을 위한 12제자 연속단식기도회'가 되었어요."

"영농조합으로 돈 벌고, 사회복지에 돈 쓰고"

- 농촌사목하시면서 영농조합, 아동복지, 노인재가복지사업 등 여러 사업을 하고 계시는데요.
"저희 교회가 100년이 넘었어요. 100주년을 맞이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교회를 새로 짓자, 회관을 만들자, 사회복지사업을 하자 등의 의견 중에 사회복지사업을 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가정봉사파견센터를 먼저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다음에 아동센터, 이동사회복지관, 가정봉사원 파견센터, 노인 일자리 작업장을 하게 되었어요.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찾아가는 복지, 지역주민의 편의시설을 통해 주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려고 애쓰고 있어요."

- 사회복지사업을 하려면 자체 부담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해결하나요.
"영농조합을 통해서 돈이 모아졌어요. 1마리 키우던 사람은 10마리가 되고, 10마리를 키우던 사람은 100마리가 되었죠. 순환을 생각하게 된 거죠. 몸의 순환이 안 되면 병이 드는 것처럼 사회도 돈의 순환이 잘 되어야죠. 돈을 벌었으면 순환시킬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사회복지 사업이죠. 영농조합에서 30마리 소를 키워서 1000만원, 5000평 농장수익에서 1000만 원, 교회의 사회복지에서 1000만원 등 모두 3000만원을 모금합니다."

- 교회 총예산 1억 원 가운데 3000만 원을 사회복지로 쓰는 교회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가톨릭도 성당 예산의 5~10%는 사회복지 비용으로 집행하도록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도 집행하지 않는 성당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교회가 사회복지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않습니다."

"새만금 찬성운동, 이제 회개합니다"

▲ 노인복지센터 직원들(왼쪽). 교회 앞에 들어설 노인 일자리 작업장 건설이 한창이다.
ⓒ 최종수
- 목회나 사회참여를 하면서 보람도 있으셨겠지만 실수라고 할까요. 아니면 반성해야 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반성해야 했던 일이라면 새만금 사업입니다. 전 새만금을 시작할 때 다른 목사들과 찬성운동을 했어요. 환경도 좋지만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식량생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친환경 농사를 시작하면서 새만금 사업이 망국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갯벌을 그대로 두면 농지를 만드는 것보다 갯벌에서 생산된 어패류와 갯벌의 수질정화, 철새와 동식물의 서식지 등으로 농지보다 20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데 그것을 몰랐던 거죠. 더욱이 한미FTA 때문에 쌀농사도 밀농사처럼 폐기해야 할 상황인데,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을 해야죠. 바지락 쭈꾸미 백합 등이 쌀보다 더 귀하잖아요.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따지는 시대에 새만금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유신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목회자정의평화위원회도 새만금 때문에 두 쪽으로 갈라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갈라진 것은 아니라 의식의 부재예요. 환경에 대한 무지, 저보다 선배님들이 많으신데요. 그분들은 배고픈 시대에 살았던 분들이죠. 새만금에 공장 지어서 돈 많이 벌어 잘 살아보자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몰아가는 정치인들이 더 문제죠. 모두가 환경에 대한 공부를 했다면 그런 일이 없었겠죠. 저는 무슨 농사를 지어야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환경농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환경의 무지에서 해방되게 된 것이죠.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구나. 인간이 이 세상의 무수한 생명체와 함께 사는구나. 그 깨달음을 얻은 것이죠."

- 가톨릭을 보면서 사회의 보수화 못지않게 종교의 보수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의 보수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회가 세상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아편이 될 수가 있습니다.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늘의 뜬구름 이야기만 하면 안 되지요.

우릴 먹여살린 농촌이 붕괴되고, 농민이 파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지금, '하느님은 농부다' '농업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면서 농촌을 살릴 수 있는 유기농과 우리 농산물 소비운동, 정부의 농촌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집회도 참여해야 합니다. 땅과 인간에 충실히 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종교는 아편이 될 수가 있어"

▲ 소박한 얼굴에서 예사롭지 않는 고백이 흘러나온다.
ⓒ 최종수
- 개신교 일부 대형교회와 단체에 대한 비난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교회들을 보면 교회가 아니라 마치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 같아요. 신자들만 많이 늘려서 대회교회로 성장하려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새벽예배에 몇 명 나오고, 주일예배는 몇 명이고, 교회 건평이 얼마고, 그런 양적인 팽창이 오히려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잖아요. 그렇게 숫자로 계산해서 교회를 사고팔기도 하잖아요.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생태계 위기, 빈익빈부익부의 사회적 갈등, 같은 동족인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100억~200억원 짜리 교회는 바벨탑 아닌가요? 그것이 무슨 자랑스러운 일인지. 하느님이 보았을 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대형교회를 가진 것이 하느님 앞에서 오히려 죄가 되는데… 우스운 일이죠.

이 모든 것이 성직자들의 보수화 탓이죠. 머리 둘 곳이 없었던 예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죠…, 대형교회를 가진 것, 많이 소유한 것이 죄 아닙니까? 예수님이 교회 하나라도 지었나요. 나도 큰 교회에 있으면 이런 말도 안 할 텐데."
"하-하-하……."(함께 웃음)

구교와 신교의 성직자로서 만남이 아니라 형님과 아우의 대화를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형님 목사와 아우 신부가 침묵 중에 기도드렸다.

형님 목사와 아우 신부, 함께 기도하다

교회를 나와 가정봉사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6명의 직원(유급봉사자 7명은 방문봉사 중이었다)들이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밀린 우편물을 뜯어서 직원에게 전하고 그것을 받는 직원의 관계가 인자한 아버지와 자식처럼 포근해 보였다.

다음 발걸음은 아동복지센터였다. 아이들이 저녁 간식을 먹고 있었다.

"더 먹을 사람!"
"저요! 저요!"
"애들아 배 터질라! 적당히 먹어라!"(목사님)

솜바지 골반에 양손을 넣고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목회자는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였다. 신도 10만을 자랑하는 대형교회 목회자의 설교에 '아멘! 아멘! 아멘!' 열광하는 장면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왜 코끝이 찡할까? 설교는 말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차장까지 따라 나와 배웅하는 큰형님 같은 목사님. 그는 '농촌과 목회' '세상과 교회'라는 화두를 몸으로 깨우쳐주는 스승이었다. 사회복지시설 원장이자 농부로서 살아가는 목회자인 그는 자신의 첫 목회지인 농촌이, 한미FTA로 인해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농촌에 뼈를 묻을 것이다.

 

이 글은 인테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가톨릭 최종수 신부가 기고한 기사를 옮겨온 것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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