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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사다가 만난 FTA

이훈삼 (경기노회,주민교회,목사) 2007-04-21 (토) 11:35 17년전 5297  
 

  돌아가신 아버님은 참 손재주가 많으셨고, 집에는 늘 여러 공구들이 있어서 고장 난 물건은 곧바로 끄집어내서 고치셨지요. 반면에 어머니는 특별한 손재주가 없으셨는데 나는 아무래도 어머니 쪽인가 봅니다. 어려서부터 그리고 만들고 고치는 일에 통 흥미도 없고, 잘 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뭐 하나 고장 나면 답답하지요. 덕분에 우리 교회 남신도들은 아주 번거롭습니다. 재능 없는 목회자 대신 일일이 다 고치고 손봐야 하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구라도 잘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바로 내줘야하는데, 어떤 때는 이것조차도 쉽지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용 공구 세트를 하나 사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요즘 물건을 가장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인터넷 쇼핑입니다. ‘공구 세트’를 치니 화면 가득히 다양한 물건들이 자신들을 세일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물건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지만 그만큼 구매자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기왕이면 전동 드릴도 포함된 세트로 구입하자! 신기하게도 만 원 대 제품들도 여럿 있습니다. 물론 중국산입니다. 너무 싼 것은 얼마 못 쓸 거고…. 그래도 한 5만 원 정도는 해야 웬만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가격에 대한 감이 잡힙니다.


  중국산은 정말 어떻게 이렇게 싼지 모르겠습니다. 한미 FTA,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이라는 말이 생각나면서 걱정이 앞서고 조금 더 주더라도 국산을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뒤져도 한국산 제품이 잘 안보입니다. 유명 선진국 제품은 비싸지만 브랜드로 당당히 서 있고, 순 한국산 제품은 없습니다. 아예 중국산을 통째로 수입해와 싼 값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이 많았고, 우리나라 상표는 대개 중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거기서 만들어 들여온 제품들이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할 수 없이 우리나라 제조사지만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건에는 우리나라 상표와 함께 선명하게 'made in china'가 적혀 있었습니다.


  코앞의 현실로 닥친 한미 FTA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국산품 애용입니다. 3.1 운동 후 지도자들은 민족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물산 장려운동’을 펼쳤습니다. 그 때처럼 지금도 국민들이 스스로 국내 산업기반을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좀 비싸도 국산품을 선택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하나의 물건 속에는 민족 경제와 우리들의 삶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미제가 아무리 쏟아져 들어와도 안사면 그만 아닙니까!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산 쇠고기 등 미제와 경쟁하여 우리 제품이 시중 판매대에 올라오기라도 해야만 이런 의식적인 운동의 성과도 있을 것인데…. 하지만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저가 공세에 영세한 우리 농가와 중소 업체들이 견디지 못하고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현실입니다. 국산을 사려해도 매장에 국산품이 없는 현실 - 아, 생각만 해도 아득합니다. 미국과의 자유(?) 경쟁에서 우리 농가와 업체들이 어떡하든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참으로 버거운 상대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민족 경제의 토대를 지켜낼 수 있는 묘안은 무엇일까요? ……


  공구 하나를 사다가 한미 FTA의 두렵고도 아픈 미래가 가시처럼 찔러옵니다.

                                                                                       - 2007. 4. 22  주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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