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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관한 두 이야기

최형묵 (대전노회,천안살림교회,목사) 2007-10-11 (목) 21:54 16년전 5622  
* 지역신문인 <천안신문> 종교인칼럼 원고입니다.

    

믿음에 관한 두 이야기  

최형묵(천안살림교회 목사)

종교적 믿음은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과학적 인식과 종교적 인식이 다르다고 믿는 종교인의 입장에서는 이 질문 자체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음에 주저하지 않는 과학자들이 있다.
종교적 믿음을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두 권의 책이 최근에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하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요, 또 하나는 루이스 월퍼트의 『믿음의 엔진』이다. 두 사람 모두 영국의 생물학자로서 동일하게 진화심리학적 입장에서 종교적 믿음을 분석하고 있다. 종교적 믿음이 인간의 진화 결과라고 보는 점에서 두 사람의 입장은 동일하다. 말하자면 종교적 믿음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적 소인이 인간 안에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종교적 믿음의 기능에 대한 평가에서 두 사람의 입장은 무척 다르다.

도킨스는 종교적 믿음을 진화과정상 일종의 어긋난 부산물로 보고 있다. 마치 불나방이 불을 보고 날아드는 현상처럼 이해한다. 본래 빛을 향해 나르는 불나방의 특성은 자연적 조건에서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인간 문명의 발달로 불빛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아무 불빛이나 보고 날아들게 되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빚는다. 종교적 믿음이나 행동 역시 이와 같이 과거에 유용했던 심리적 성향의 불운한 부산물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의 삶에 이점을 주었던 어떤 성향이 본래 목적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컨대 좋은 것과 나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 등을 신속히 판단하고 어른들이 말하는 경험법칙을 순순히 따르는 것은 살아가는 데 유리한 이점을 주었을 텐데, 그것이 맹목성을 띠게 된 데서 종교적 믿음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추론한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이 일상적 감정과는 판이하게 다른 불합리성을 띠는 것처럼 종교적 믿음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킨스가 종교적 믿음을 진화의 불운한 부산물로 보는 것은 다분히 현실 종교의 부정적 측면 때문이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무고한 생명들의 희생을 낳는 미국의 침략전쟁과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그에 맞서 스스로의 생명을 버릴 뿐만 아니라 타인의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테러를 정당화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등에서 종교적 믿음의 극단적 폐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도킨스는 차라리 신이 없다고 전제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돕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반면에 월퍼트는 도킨스와 마찬가지로 진화론적 가설을 전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종교적 믿음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그는 종교적 믿음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었다는 주장이 그 믿음을 가진 신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신중하다. 월퍼트는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에게서와 달리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대해 인과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일종의 믿음의 엔진과 같은 것이 있다고 본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간단명료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그 믿음의 엔진이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을 피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러니까 종교적 믿음이 인간의 생존 적응률을 높여준 긍정적 요인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이해한다. 오늘날 과학적 지식으로 볼 때 종교적 믿음의 내용이 많은 경우 신빙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의 성향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긍정적인 삶에 기여해 왔다고 본다.
그렇다고 월퍼트가 종교적 믿음의 부정적 폐해를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유익한 종교적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태를 그 역시 염려한다. 그래서 월퍼트는, 사람들은 끌리는 대로 믿음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그런 믿음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신뢰할 만한 믿음을 갖도록 근본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과학적 입장, 더 구체적으로 말해 진화심리학적 입장에서 종교적 믿음에 접근하는 데도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우선 흥미롭다. 종교적 믿음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다는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과학이 종교적 믿음마저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더라도 그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을 가진 신자들의 입장에서 두 과학자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현상은 다시 되새겨봄 직하다. 자신의 믿음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야기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파괴력을 지니기도 하는 현실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 점을 유념한다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평화롭게 하는 종교적 믿음은 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선택이요 결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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