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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강 김연철 교수(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강좌 원고

관리자 2014-05-08 (목) 14:17 9년전 3027  
  김연철.hwp (30.0K), Down : 18, 2014-05-08 14:17:50
 
 
시베리아 횡단철도 기행과 북방경제론
 
김 연 철 (교수, 인제대 통일학부)
 
 
1. 시베리아 횡단철도 기행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한다. 한때는 실현할 수 없는 꿈이었다. 분단의 세월동안 북방은 불온의 땅이었다.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상상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적색의 땅이었다. 그렇게 대륙은 금기의 땅이었다. 1990년대 초 한국이 소련·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갈 수 있는 땅이 되었지만, 기차 여행은 여전히 낯설었다. 마침내 철도가 남북을 잇고, 대륙과 연결되는 가능성이 주어졌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아니 유보되었다. 서울에서 북녘 땅을 지나, 시베리아를 달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
 
기차는 역사를 품고 달린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쪽을 정복하라’ 라는 뜻의 러시아 말이다. 도시의 역사가 짧다. 인구도 많지 않다. 모스크바에서도 너무 멀다. 그런데 도시가 많이 달라졌다. 러시아의 과거를 보려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현재를 보려면 모스크바를, 그리고 미래를 보려면 블라디보스토크를 보라는 말이 생겼다. 그만큼 극동의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결정적 계기는 2012년 9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를 이곳에서 개최했다. 건물들도 달라졌고, 교통 환경도 달라지고, 인구도 조금 늘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의 중심도시다. 이곳 땅들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일본에 나라를 뺏기고, 남부여대로 흘러와 정착한 땅, 신한촌 기념비 앞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눈물과 한을 떠올렸다. 기억해야 할 장소들이 적지 않은데, 기념해야 할 공간들이 적지 않은데, 아직은 인적이 드물다. 이곳까지의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시베리아 횡단기차를 탔다. 모스크바까지는 9,288km다. 지구 둘레의 1/3에 해당한다. 기차가 다닌 지,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1907년 고종 황제의 밀명을 받고 헤이그로 떠난 이준열사와 이상설 선생이 이 열차를 탔고, 안중근 의사도 하얼빈으로 가기 위해 이곳에서 열차를 탔다. 어디 그뿐인가? 1930년대 중반에는 고려인들이 강제로 이 열차에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눈물의 기차다. 해외동포의 이야기가 모두 가슴 아프지만, 그중에서도 고려인들의 역사가 가장 슬프다.
 
11시간을 달려 하바롭스크에 도착해서 하루를 머문 후, 다시 출발했다. 우리는 이르쿠츠크까지 57시간을 달려갔다. 한국 사람들이 대륙열차를 처음 탔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시간과 거리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사람들은 기차를 며칠씩 타는 것이 익숙하다. 우리야 그래 본적이 있는가? 기차가 한참 달려야 적응이 된다. 창밖 풍경은 단조롭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 작은 마을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시골 사람들. 기차에서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뜨개질을 하는 여성, 책을 읽는 어르신, 그리고 대낮부터 보드카에 취한 아저씨, 다양하다.
단체로 기차를 탄 우리들은 이야기를 한다. 살아온 이야기들, 한편 한편이 역사다. 기차는 사람들 사이의 벽을 허문다. 간혹 말이 통하는 외국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 베이징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몽골리언 횡단철도 안에서는 와세대 대학 1학년들과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며칠씩 같은 객차에 있으면 알게 모르게 정이 간다. 언어가 통하면, 금방 친구가 된다. 그것이 이 열차 여행이 주는 보너스다.
정차도 여행의 묘미다. 작은 역은 5분 정도 서고, 중요한 역은 30분 이상 선다. 레닌 동상이 우뚝 서 있는 이름 모를 작은 역에서 우리는 모두 내려 기지개를 켠다. 역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감자나 과일을 파는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소박한 기념품을 팔기도 한다. 우리는 김이 나는 찐 감자를 사서 나누어 먹는다.
기차가 울란우데를 지난다. 이제 이르쿠츠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울란우데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몽골리언 횡단철도가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기차는 바이칼 호수를 끼고 몇 시간 이상을 달린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린다. ‘유배도시’다.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략하고, 러시아의 유인작전에 휘말려 패배하게 되는데, 그때 나폴레옹 군대를 추격하여 파리까지 쫓아간 젊은 러시아 장교그룹이 있었다. 그들의 유럽 여행은 계몽의 기회였다. 그들은 개혁의 꿈을 안고 러시아로 돌아온다. 그리고 반역을 꿈꾼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몇몇이 처형되고, 대부분이 극동의 도시로 쫓겨난다. 바로 이르쿠츠크다. 그들과 함께 우랄산맥 동쪽의 이 도시로 유럽문화가 따라왔다. 도시에는 데카브리스트(12월 당원)의 역사유적들이 적지 않다. 이혼하면 귀족신분을 유지시켜줄 것이라는 회유에도 불구하고, 남편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부인들의 이야기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르쿠츠크는 또한 10월 혁명과도 관련이 있는 도시다. 제독의 연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제정러시아의 해군 중장이었던 코르차크는 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나자, 혁명군에 저항하는 백군의 지도자가 된다. 백군은 후퇴를 거듭하는데, 바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우랄산맥을 넘어, 옴스크를 지나, 바로 이곳 이르쿠츠크에서 최후를 맞는다. 앙가라 강에 수장된 비극적인 인물, 코르차크의 동상이 그 자리에 서 있다. 이 도시는 또한 아시아 공산주의 운동의 역사를 증언하는 도시다. 1921년 이곳에서 최초의 조선 공산주의정당인 고려공산당이 창립되었다. 그리고 호치민을 비롯한 아시아의 공산주의자들이 교육받고, 회합하고, 활동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다.
역사의 도시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품은 도시다. 도시 한가운데로 앙가라 강이 흐른다. 강물이 맑다. 노을이 지는 강위에서 전통적인 나룻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한가롭게 보인다. 앙가라 강, 호수로 스며드는 330개의 강이 있지만, 호수에서 흘러나가는 유일한 강이다. 강물은 흘러 1,800km를 달려, 북극해로 빠진다.
바이칼 호수. 초승달 모양으로 생겼다. 길이는 630km, 넓이는 20km~70km에 달한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전에 생겨났고, 가장 크고, 가장 깊은 호수다. 전 세계 담수의 20%를 차지한다. 호수에는 22개의 섬이 있다. 그중 알혼 섬은 길이가 72km에 달하는 가장 큰 섬이다. 이르쿠츠크에서 250km 정도 떨어져 있다. 도로사정이 안 좋아 버스로 5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한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알혼섬으로 들어갔다.
이곳을 한민족의 시원이라고 부른다. 바이칼 호수 근처의 원주민들은 부리야트족이다. 칭기즈칸의 어머니 부족에 해당한다. 얼굴이 우리와 비슷하고, 샤머니즘도 익숙하다. 이르쿠츠크 역에서 내릴 때부터 어쩐지 친숙한 얼굴들을 접하다 보니, 낯선 도시에 들어설 때의 경계심이 조금은 풀어지기도 했다.
알혼 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대학생을 우연히 호숫가에서 만났다. 그의 낡은 텐트 옆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해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을 횡단해서 다시 이곳까지 온 두 달간의 배낭여행 경험담, 부러웠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인연을 유지하고, 상상력을 키우고 있는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그의 예술적 감성이 대륙의 길 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문득 우리 학생들이 생각났다. 대륙에서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폴란드에서 온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마침 영어를 할 줄 아는 대학생 딸이 있어서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대중가요가 이야기의 출발이 되어, 폴란드 사람들의 여름휴가, 이곳까지의 여정을 서로 얘기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온 중고등학생들과의 만남도 즐거웠다. 소통할 수 없는 공통의 언어가 없었기에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었다. 3,000km나 기차를 타고 와서 일주일 이상 이곳에 머물며, 자연학습과 놀이를 한다고 한다.
바이칼호수에 모인 사람들의 교통수단도 흥미로웠다.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도 있었지만, 기차가 대세였다.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서쪽에서, 혹은 우리처럼 동쪽에서 온 사람도 있고, 몽골리언 횡단철도를 타고 온 중국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도 기차를 타고 왔는데, 호수의 모래위에 복잡한 노선도를 그려 보인다. 기차는 러시아의 동과 서를 잇는다.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다.
도로는 어떨까? 유럽처럼 자동차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고 있으면 길들이 보이고, 왜 교통수단이 철도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인적이 드문, 저 광활한 땅에, 10월부터 4월까지는 눈이 덮이고 땅이 얼어있다. 어떻게 도로관리가 가능하겠는가? 여름인데도 비 때문에 도로가 물에 잠긴 곳도 있었다.
 
대륙을 향한 상상력과 우리의 미래
 
시베리아는 자원의 땅이다. 엄청난 수자원이 있다. 대형 수력발전소가 적지 않다. 그리고 가스가 있다. 이르쿠츠크 근처에도 가스전이 있다. 동쪽 사할린의 가스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동아시아의 에너지 협력, 그중에서도 러시아와 한반도를 잇는 가스파이프 연결 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해 왔다. 다만 남북관계가 뒷받침되지 못해서, 그래서 북한을 통과하지 못해서,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한때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서, 대륙을 달리는 철마도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서울역에서 만주로 가는 기차표를 살 수 있었는데, 기차역에도 국제선이 당연히 있었는데, 이제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분단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월경을 상상할 수 없다. 상상력은 선을 넘지 않으려 한다. 다시 분단이 점이 아니라, 선으로 굵게 그어지면서, 머릿속에 38선이 그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2. 왜 북방경제구상이 필요한가?
 
한국 경제는 혁신과 성장이라는 두 바뀌가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구조화되고 있다.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해양경제권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화를 이룩했다면, 이제 북방경제론으로 한국경제의 2막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북방경제는 남북경제협력과 대륙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구상이다.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남북경제협력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와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제협력이 중단되었다. 노태우 정부때부터 시작한 남북교역과 위탁가공이 중단되고, 남북관계의 상징사업이던 금강산 관광도 중단되었다. 개성공단도 숨을 쉬고 있으나, 상처는 깊다. 5.24 조치를 통해 신규투자를 금지하면서, 후발 분양업체들의 한숨이 깊고, 1단계 입주율은 여전히 40%대에 불과하다. 남북 정부 간 신뢰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세금 규정을 비롯한 제도적 환경도 불안정해 지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을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균형의 관점도 필요하다. 접경지역을 특성별로 개발하고, 환황해, 환동해 경제권을 형성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강원도에서 부산 경남까지 동해안 지역들은 자원과 에너지, 농업 차원에서 북방경제 협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동시에 인천에서 목포까지 서해안 지역들 역시 평화의 바다를 기초로 한중 협력을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방경제 구상은 최소한 노태우 정부때부터 우리가 의욕적으로 제시해 온 국가발전 전략의 하나였다. 왜 지금까지 실현될 수 없었는가? 북한이라는 다리를 넘어야 하는데, 남북 신뢰관계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 지속가능한 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동시에 현재의 시점은 과거와 다르다. 러시아에서 푸틴 정부가 등장하면서 극동개발 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이미 구상에서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독자적으로 나진항을 활용할 수 있는 육상교통망을 갖추게 되었다. 중국은 훈춘~나진 육상물류를 통해 동해항구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되었으며, 북한 경제가 중국의 동북경제권에 노동력과 물류 측면에서 편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북중 경제협력은 더욱 진전될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정치적 이해가 있고, 중국기업의 경제적 논리가 작동하고 있으며, 동북지방정부의 인프라 확충 의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지역에서 초국경 협력 방안들이 실현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대륙철도 구상
 
2007년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한반도 철도 구상을 제시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철도로 북한, 중국, 러시아를 여행하게 될 날이 도래했음을 알리고, 본격적인 대륙철도 시대를 열고, 환경 친화적인 철도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을 재편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와 남북을 잇는 모든 길이 중단되었다. 한반도와 대륙을 잇는 동북아 전략이 좌초되고, 대륙국가 구상이 좌절되면서, 철도부흥의 기회도 사라졌다.
다시 대륙철도의 꿈을 꾸어야 한다. 남북 철도 연결은 이미 열차시험운행을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가능하다. 남북 열차는 우선적으로 개성공단 근로자의 출퇴근, 금강산 열차여행, 개성공단 관련 물류 운송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에 이어 북한 철도 현대화 구상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경평선(서울~평양)을 개통시켜, 철도를 통한 남북교류시대를 열고, 평양․남포권과의 남북 물류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며, 중국 횡단철도와 연결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계를 위해 평산~세포 구간의 현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남북철도 연결의 새로운 대상인 경원선(신탄리에서 평강까지 31km 미연결구간) 연결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륙철도와 관련해서는 TCR과 TSR과의 연계운영을 위해 통과절차를 비롯한 제도적 협력과 연계 운영을 위한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철도의 연결은 단기적으로 남북경협에서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었던 물류비를 인하할 수 있고, 북한을 중계거점으로 하는 동북아 경제협력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지역에서의 원활한 철도수송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북측 지역철도 전 구간에 걸친 보수·정비가 요구되며, 현재의 단선 상태에서나마 신호체계의 자동화 및 열차 대피선의 확장, 교량이나 철교의 보강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적정 공사비의 산정과 이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동북아 물류체계 개선차원에서 해당국들의 컨소지엄 구성을 통해 북한 철도 현대화 계획을 다자간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북핵 문제의 진전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대북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경우, 철도 개량 사업의 수익성 있는 일부구간을 중심으로 민간투자(BOT 방식)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핵 문제 진전이후에는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상업차관,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민간자금의 직접 투자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다.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는 신탁기금을 활용한 기술지원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주요국이 국제금융기구에 예탁해 놓은 신탁기금을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이는 기금 예탁국이 동의하면 북한과 같은 비회원국에 대한 기술지원에도 신탁기금이 사용될 수 있다.
 
4. 남북러 에너지 협력: PNG 사업을 중심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의 천연가스를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하여 북한을 통과하는 배관을 통해 남한으로 도입하기 위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0년 한소 수교 직후부터 철도와 가스관 연결사업은 양국의 핵심 현안이었다. 1992년 7월 북한의 김달현 부총리가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남북러 모두가 이 사업 추진에 공감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이후 실현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남한은 이루크츠크에서의 PNG 사업 참여를 검토했으나, 러시아가 통합가스공급시스템(Unified Gas Supply System: UGSS)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할린 가스전으로 변경되었다.
현재 논의되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연간 약 750만t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MOU 체결 시에는 2015년부터 도입을 예정하였으나, 2011년 한러 정상회담 결과 2017년부터 공급하기로 잠정적인 합의를 하였다. 전체 파이프라인의 길이는 약 1,100km이고 이 중에서 북한 구간은 약 700km이다. 총투자비는 약 30~40억 달러, 운영비는 25년간 약 15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수입의 장점은 경제성이다. LNG는 액화비용이 들고, 또한 대규모 저장시설이 필요하지만, PNG는 소비량에 따라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액화시킨 LNG 상태로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서 천연가스의 90%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LNG의 수송비용은 25년 기준으로 총 226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이에 비해 가스관을 통해 들어오는 PNG는 48억 달러로 연간 1억5천만 달러의 북한 통관비용을 합쳐도 LNG 수송비용의 절반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4계절의 특성으로 주로 겨울에 난방을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 PNG는 계절적 소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08년부터 우리도 러시아에서 LNG를 수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다. 중동의 정치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중국의 에너지 수요증가로 가격도 인상되고, LNG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연히 물류비용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다변화할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PNG 사업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북한은 통과 국가로, 통과료에 해당되는 현물을 공급받을 경우, 에너지난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냉전시대 파이프라인은 갈등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동력이었다. 러시아, 즉 구소련과 유럽의 PNG 사업은 1968년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1973년에 서독으로 연결되는 등 이미 냉전시대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수송로의 정치에서 공급국가의 일방적 패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이 증대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파이프라인이 설치되면, 수요 국가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급국가와 수요국가, 그리고 통과국가는 상호의존적이다.
물론 PNG 사업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통과의 안정성이다. 국경간 파이프라인 사업은 분쟁 발생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메카니즘이 없기 때문에, 해상 운송 방식인 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제3국을 경유하는 통과수송관이 건설되려면, 파이프라인 소유자/운영자와 해당 정부 간의 협정이 필요하다. 러시아에 PNG 사업을 통한 가스의존도가 높은 EU는 2000년 중반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을 겪으면서, 터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가스도입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이유 또한 수송의 안정성 때문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수송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다. 통과국가를 세계 경제에 편입시키고, 대체노선을 확보하거나, 국제적 규범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PNG 사업은 남북러 삼국의 에너지 상호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의 동북, 러시아의 극동, 그리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에너지 망 구상의 핵심 사업이다. 동북아 에너지망 구축사업에서의 적극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 측 통과구간 공사에 한국이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북한 측 가스관의 관리와 운영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사례에서 보듯, 문제는 공급국과 통과국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도 결국 수요국의 피해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수요국이 통과국에 대한 관리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북한 측 통과 구간의 공사를 러시아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식은 PNG의 가스비용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러시아는 통과료(투자회수비, 관리운영비 포함)를 반영하여, PNG 공급가격을 결정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과연 LNG 방식에 비해 확실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수송안정성의 신뢰수준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냉전시대인 1970년대부터 소련에서 유럽(특히 서독)으로 PNG 수송이 이루어졌고, 1980년대 세계적인 신냉전 상황에서도 수송중단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구소련과 유럽의 PNG 사업은 헬싱키 프로세스와 같은 유럽에서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가속화시키는 경제적 근거로 작용하기도 했다.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문제로 북한이 가스관을 훼손하거나, 또는 가스를 자기 맘대로 훔쳐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서 통과료인 현물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행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재의 남북관계는 가스관 통과에 필요한 최소한의 신뢰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스 유출이나 가스관 파열 등 돌발 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PNG 사업과 관련, 향후 남북러 삼국의 협상이 필요하다. 북한측 통과의 안정성과 관리책임, PNG 도입가격 등이 핵심적인 현안이다. 우선적으로 러시아가 PNG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기와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극동의 에너지 자원과 관련,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다. 이미 블라디보스톡에 LNG 액화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한반도 PNG 사업이 불투명할 경우, 하바로스크나 블라디보스톡에서 중국 동북지역으로 PNG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수요독점 상황은 가스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을 중국과의 가격협상을 위한 협상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입장에서 중국 동북지역의 가스 수요가 미미하고, 한국이 사할린 PNG 사업의 수요독점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이 가격협상에서도 유리하다. 파이프라인이 한번 건설되면, 최소 30년은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적절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송안정성의 확보를 위한 적극적 접근이 필요하며, 그것은 남북관계의 전반적 신뢰수준을 제고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5. 북방 농업의 중요성
 
남북농업 협력을 포함한 북방농업이 왜 중요한가? 첫째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에 의한 생태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작물은 81km 북상한다. 사과와 포도 등 저온성 작물의 북진이 빠르다. 예를 들어 온도에 민감한 과수, 특히 사과의 재배 가능지역은 점차적으로 북상하고 있다. 현재 포천이 사과의 주요산지가 되었으며, 강원도 영월 등이 사과 포도의 재배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2040년이 되면 강원도 산간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남한에서 사과 재배지역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버섯이나 인삼, 홍삼 등 한랭기후에 적합한 특용작물 재배 가능지역도 점차적으로 북상하고 있다. 수산분야에서도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어종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남북농업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삼일포 협동 농장 사례 등 남북농업협력 방식이 단순지원에서 공동협력 사업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수, 특용작물 등 기후변화에 따라 남쪽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분야들을 점차적으로 북한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협력전략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식량안보 차원이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다. 2011년 기준 자급률은 밀의 경우 2.2%, 옥수수 3.3%, 콩 22.5%에 불과하다. 쌀 자급률의 급격한 하락도 주목할 만하다. 한때 남아돌아 처리를 둘러싸고 골치를 앓았던 쌀이다. 그랬던 쌀 자급률에 빨간불이 커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농지전용과 관련된 규제가 해제되면서 절대 농지가 감소했다. 일상이 되어버린 기후변화로 생산도 감소했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일시적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생산이 줄고 곡물에 대한 수출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식량민족주의 경향이다. 이 상황에 곡물의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축산 농가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국내 사료 수입의존율은 85% 이상으로,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는 거의 100% 수입이다. 따라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외 농업투자를 시작할 시기가 왔다.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해외농업기지를 확보하여 가공용과 사료를 조달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극동에서의 남북러 삼각 농업협력 방안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와 경남을 비롯한 지역 차원에서 축산농가의 사료 조달을 위한 해외 농업투자도 중앙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이제 농업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남쪽에 쌀이 남아서 대북지원이 남쪽 쌀 수급의 가장 편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남는 쌀이 없다. 일방적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한이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상생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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