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조향미
늦겨울의 누런 잔디 사이로
보도블록 갈라진 틈으로
파릇파릇 고개 내밀기 시작한
어린 쑥 씀바귀 질경이
낯익은 잡초들
어린 시절 찧고 이개어
소꿉놀이하던 풀포기들 바라보니
마음은 고향에 온 듯 안온하다
화려하게 얼굴 내민 꽃송이 하나 없이
땅바닥에 잔잔하게 엎드린 풀들
그냥 스쳐지나가다
무심한 눈에는 띄지도 않다가
문득 눈물겹게 어여쁘다
어느 쓸쓸한 날
내 삶도 저 정도는 될까
매일은 아니고 모두에게도 아니고
어쩌다 가끔 누군가에게
따스한 그리움 주는
저 씀바귀 질경이만큼은 살고 있을까
**시인의 고백처럼
우리는
생명에 대해
어쩌다 생각하며 살다.
건강할 때에는 잊고 있다가
병들 때 문득 가족이 그립듯이 생명을 생각하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에야
그리움으로 보도블럭사이 피어난 꽃을 보지만
질긴 생명은
잡초라 불리는 생명은
오늘도 나와 함께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