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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남는 것들

김지은 (서울북노회,성암교회,전도사) 2012-03-25 (일) 09:52 10년전 2098  
 

새벽에 내리던 비가 그쳐 맑은 날씨에 결혼식이 치러지고, 신혼여행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난기류에 흔들리던 비행기 안에서 잠도 못자고 떨면서 제발 서울에만 잘 도착하게 도와달라고 빌었던 쪼그라진 마음도 떠오릅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큰일도 잘 치루고, 여행도 재미있게 다녀왔습니다.


제주도 이후 처음타본 비행기, 처음으로 나가 본 외국이라 남들 하는 대로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갔으면 좀 편했을 텐데,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는 주제에 공정여행원칙으로, 자유여행이 아니면 안가겠다는 고집 때문에 신랑과 약간의 신경전을 하면서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보루네오 섬 북동쪽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는 공정여행을 검색하면서 알게 된 도시입니다. 정글 트래킹을 할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무작정 말레이시아를 고집하게 되었습니다.


보신여행, 골프여행, 명품여행 대신,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이득을 현지인들에게 돌려주고, 인권·생명을 존중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를 가진 일명 '착한여행'이라고도 하는 공정여행, 제목은 참 거창합니다만, 저는 여기서 단 몇 가지만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공정여행에서 실천할 행동수칙은 환경 파괴하지 않기, 성매매 없는 여행하기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이용하기, 현지 인사말 배우기 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공정여행을 할 때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걷기·자전거로 즐기기 ,지역 먹을거리 함께하기, 전자제품 사용 최소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이라고 합니다. 국내 착한 여행의 경우에는 할아버지들의 남는 방을 민박으로 제공하는 여행 상품이 있고, 어르신이 직접 차려주는 시골 상이 있고,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공정여행이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자연과 사람을 파괴하는 여행이 아닌,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배우고, 나누고, 내가 성장하는 여행의 태도와 여행의 방식으로, 책임여행이라고도 합니다. 몇 가지 수칙은

①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소비한다.

②어린이에게 사탕이나 선물, 돈을 주지 않는다.

③간단한 현지어를 미리 배워둔다.

④현지 물가를 존중한다.

⑤흥정은 적당히 한다.

⑥인물 사진은 물어보고 찍는다.

⑦멸종 위기종으로 만든 제품은 피한다.

⑧문화적 차이와 금기를 미리 배우고 존중한다.

⑨현지 드레스 코드에 맞춘다.

⑩현지의 정치, 사회 현황을 미리 알아둔다.



이 수칙들을 나름대로 지켜보기 위해서 나름대로 낑낑거리며 해 본 것은 대략 이렇습니다. 여행 준비에서 많은 조언을 해 주었던 여행카페 사장님으로부터 허니문으로 추천받은 골프장을 보유한 호화 호텔대신 근처의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한 것입니다. 값도 싸고 방도 작았지만, 침대와 슬리퍼가 있고, 수건도 있고, 있을 것은 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계란 후라이에 맛난 아침밥도 주니 이런 횡재가. 또 산책하러 나왔더니 숙소 근처에 시장이 있어, 시장 구경을 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 길에 수상 가옥을 발견하여 그 안으로 걸어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수상 가옥 아래는 깊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고, 골목에서 공놀이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걱정 없는 얼굴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우리나라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개되지 않은 길로 가다가 보니, 수상가옥 한 편에 거대한 비닐 쓰레기더미가 쌓여있었습니다. 공개된 길은 말끔했지만, 그 곳은 집 한 채보다 넓은 곳에 비닐이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실체로구나 생각했습니다. 과일을 살 때마다, 물건을 살 때마다 담아주는 비닐 봉지...

우리가 코타키나발루 시장에서 두리안을 사먹고 남은 것을 싸 올 때, 바나나 튀김을 담아올 때, 조개 팔찌를 사서 담아올 때, 물건을 사서 넣어왔던 그런 비닐봉지들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 하나는, 섬에 갈 때 우리를 안내했던 현지인과의 만남입니다. 부킹으로 보트에 사람을 태워 섬에 안내하는 일을 맡은 사람. 일하는 시간이 길어서 나이는 많지만 여자 친구를 사귀기 어렵고, 대신 마음의 위안으로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 안정적인 집과 가족이 없는 사람, 배를 타다보면 하루 세끼를 챙겨먹기 어려워 하루 한 끼를 먹는 사람. 하지만 우리에게 말레이어를 가르쳐 주고 간단한 한국어를 배우며, 함께 밥먹고 이야기를 나눌 때 즐거워하던 사람.


여행 후에 이야기를 나누며 신랑과 저는 정글에 갔던 것도, 섬에서 걱정없이 수영했던 것도 다 좋았지만 그 친구와의 만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언젠가 인터넷을 하게 되면 꼭 이메일을 보내겠노라고 했던 약속과 우리가 그 친구를 통해 받은 느낌들도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집에 남은 것이 있습니다. 등산화를 쌌던, 선물을 담아왔던, 옷을 말아왔던, 그런 비닐봉지들이 스무 개도 넘게 쌓여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말레이시아는 분리수거가 잘 안 된다는 것이고, 한국은 분리배출하면 집이 깨끗해진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마음은 너무 찜찜합니다. 신발을 싸오지 않을 수는 없었고, 비닐봉지를 아주 안 쓰기는 어려웠는데,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일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제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어쩌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조금 더 줄일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남고,

그리고 예쁘게 잘 접어서 꼭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써야겠다는 다짐도 남습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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