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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이영미 (서울북노회,,목사) 2012-05-02 (수) 10:39 11년전 1790  

토요일에서야 교회 텃밭에 흙을 갈아 엎고 씨앗들을 심었다.
흙을 갈아 엎고 열심히 삽질한 남편과 아들.
그 둘의 노동으로 잘 단장된 작은 텃밭에 권사님과 내가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었다.
도시 촌년(?ㅋㅋ)인 나는 얼마전 생태 공동체 운동본부 텃밭을 만들때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어리바리했었다.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뿌려진 씨앗들 위를 살짝 흙으로 덮으면 되는데 그것이 참 힘들었다. 편안하게 호미질 하시는 권사님의 손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인생의 주름과 삶의 노동이 진하게 묻어있는 손이건만 그토록 아름다울 수 밖에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호미자루 였다. 작은 그 호미 하나로 순식간에 씨앗심을 길이 만들어지고, 텃밭이 완성되었다. 박노해 시인의 시 '세가지 선물' 이 생각났다.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호미 하나가 내게 기쁨을 주었고,
상추와 열무와 쑥갓을 기다릴 희망을 주었다.
오늘 새벽에 보니 초록의 얼굴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불과 4일만에...
생명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끼는 오늘이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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