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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죽음을 생각하다.

윤혜숙 (경기노회,주민,신도) 2012-05-07 (월) 23:52 9년전 1795  

옥상에 올라갔다.

봄볕이 좋아 이리 저리 거닐다가 시선이 화단에 꽂혔다.
버려진 물건들, 쓰다 남은 각목과 마른 풀들이 뒤엉켜 널브러진 모습이 흉했다.
한 시간 후 만나기로 한  약속도 까맣게 잊은 채, 팔을 걷어 부쳤다.
으~쌰...

"이게 뭐지? 무슨 나무일까?"

마른 풀들을 뽑아내면서 그 속에 돋아난 냉이를 보고도 반가워 가슴이 뛰는 데,
30~ 50cm 크기로 자라난 가느다란 나무에 아직 붙어 있는 마른 나뭇잎과 그 밑에
떨어져 쌓인 낙엽!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도 신기했다.
그 때, 나는 마른 풀 뿌리에 엉켜 까맣게 썩은 밤 한 톨을 발견했다.

"아... 그렇구나!  이게 밤 나무였네."

재작년, 양지 사시는 형님이 산에서 주운 밤이라며 무공해라 벌레가 있으니
빨리 골라서 아이들 삶아 주라고 까만 봉지에 담아 주신 적 있었다.
냉장고 야채 칸에 보관한 후... 깜박 했는데 발견당시는 이미 통통한 밤벌레들이
모든 밤에 하나씩 입주하여 집들이까지 마친 상태였다. 
순간, 벌레때문에 너무 놀라서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옥상에 올라가  화단에 묻었다. 
힘들게 주워서 애들 삶아주라고 일부러 주셨는데...
너무 죄송했다.  차마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릴 수 없어  눈 딱 감고,
흙속에 묻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그 일은 그렇게 지웠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히 벌레가 다 파 먹은 밤인데,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져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무가 되었다니.
살아있는 이 나무에도 열매가 맺히겠네.

"아니, 이 사람이...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아차!! 약속이 있었지."

서둘러 준비하고  따라 가면서도 여전히 옥상 화단의 밤나무를 생각했다.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있을까? 그 어린 나뭇가지가 매서운 겨울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진작 알았다면, 짚이라도 씌워 주었을 텐데...

지난 주 설교 말씀을 다시 곱씹어 본다.
내 생명을 유지하려고 먹는 음식,  언제나 일용할 양식에 감사 기도를 드리고 먹지만, 그것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생명들의 죽음으로 올라오는 밥상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가장 생명이 충만한 것일수록 그 밑에는 수많은 죽음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생명과 죽음을 다시 생각하다.

                                       (2003년 어느 봄 날 쓴 글,)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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