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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생명

진희원 (기타,,목사) 2012-08-01 (수) 03:43 7년전 1116  

            

얼마 전, 비가 총총히 내리는 주일오후였습니다.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끝났다는 것 이외에 본당을 정리하고 교회를 나와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는, 그런 익숙한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사거리를 지나 작은 골목이 있는 도로 위에서 뜻밖의 만남이 생겼습니다.

빗속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는,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 한마리. 태어난지 3달, 4달된 것 같은 고 작은 녀석을 맞닥뜨리게 되자, 저도 모르게 머리보다 손이 먼저 나갔습니다. 배가 고픈 것을 아닐까 우유도 조금 먹이고 추울까봐 안아주었는데, 꼭 안기고 파고들고, 사람품을 겁내하지 않는 것으로 보니, 잠깐이라도 사람과 살았던 모양입니다.

애교스런 콧망울에 예쁜 하늘색 눈망울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많은 생각이 파노라마같이 흘러갔습니다.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 내 건강과는 상반되는 것이라서 절대 안지만 그래도 너무 애기 고양이인데, 참고 살아볼까, 비가 주륵주륵오는 날인데 어떻하나, 혹시 어미가 애타게 찾고 있지 않을까? 어쩔까,,,’ 하여 고양이를 안고 그 근방을 몇바퀴나 돌아보고 주변에 탐문도 해보았습니다만, 무슨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아,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아기 고양이를 가리켜 길고양이다, 도둑고양이다, 야생고양이다 하는 말들, 한 모녀가 다가와 있던 자리에 박스안에 넣어두면 어미가 언젠가는 찾아올거라는 말들 이런 얘기들을 듣긴 했지요.

그런데 도로에서 발견된 아이고,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무슨 박스며, 그 안에서 어떻게 며칠씩 방치를 시킨단 말입니까. 여름이라 먹이를 넣어둬도 상할 것이고 토박이 바깥 고양이들은 자기 영역구분이 확실한데, 방어능력이 없는 고양이를 아기라고 봐줄까요.. 근방에서는 없는 고양이, 못보던 고양이라 하고, 3-4달된 거라면 누군가 다른 곳에서 잡았다가 이 동네와서 방출했다는 건데... 아... 어떻하지...

그래서 일단, 무작정 지하철을 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요람삼아, 제 책가방에서 쿨쿨 잠을
저는,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생각의자 삼아,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것은 내 인생이 아닌, 동물의 한 평생이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진실로 이 아기고양이의 평생을 책임질 수 있는가, 아기 고양이가 내 옆이라 행복할 것인가, 지금 내 현실(가족들의 동의, 개인건강관련, 좋은환경제공)에서 가능한가 ......... ’

......... 두 시간 걸려 도착한 저의 집 앞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걸어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처음 있던 그 자리로. 그리고 경찰서와 동물구조협회를 검색하였고, 경찰서에서 연계한다는 정보를 얻어,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당장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습니다만, 굴뚝같은 마음만으로, 오직 마음하나로만 다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마지막 저녁은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물과 소세지를 샀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벌써 냄새를 맡고 가방에서 쏙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혹시라도 체할까봐 소시지 한입씩 물어 조곤조곤 잘라서 먹였습니다. 혹시라도 목마를까봐 손바닥모아서 물도 주었습니다. 괜시리 코끝이 찡하면서 눈물이 좀 났습니다. ‘이래서,, 눈 마주치는 게 아니었어... 마주치더라도 오랫동안 얼굴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매정하게 함 지나가 볼 걸 그랬어. 아 왜 난 그게 안되 가지고.......’ 비가 오더니 사람이 센치해진 건지, 요즘 내가 미친 건지, 너무 감상적이 된 건지 비도 내리고 저도 내리고 고양이도 내리는 그런 주륵주륵한 주일 저녁이었습니다.

잘 돌보고 보호하겠다는 경찰아저씨의 말도 귀에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기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팔을 긁어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눈망울, 손바닥에 올려놓은 무게, 쿡쿡 가슴팍을 누르며 품에 파고드는 모습만 생각났습니다. 하루도 이런데 비온다고 집에 데려가 더 있다가 보냈으면 서로에게 더 힘들다는 말이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알고 싶어서 중간에 잠깐 동물병원에 들려 물어보았습니다. 고양이 종류는 코숏 고등어태비, 나이는 3달....

이제는 밤열차가 되어버린 귀가길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생명과 책임, 숨 쉰다는 것. 함께 살아가는 세상, 생명살림, 생태, 생명이 존중받는 생태에서, 사람도 존중받고, 동물도 존중받는 책임의 세상을 그려보면서, 아기고양이가 무사히 보호받고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보통 외국고양이들을 혈통있다, 예쁘다하며 선호한다는데 길냥이, 도둑냥이가 원래 우리나라 고양이들이라고 합니다. 조상님들과 같이 쭈욱 잘 살아온 고양이들이고 도시화되면서 쫓겨나고 집에서 잠깐 키우다 쫓겨나고 등등 하면서 바깥에서 생활하게 되었다지요. 코숏 종류도 대여섯가지 된다네요. 고등어태비는 그라데이션 검은색 줄무늬라는 뜻이랍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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