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덥다라는 소리를 신음처럼 내뱉으며 널브러져 있던 지난 주,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오기 시작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것도 인간 허영숙이
이렇게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니~!ㅋ
그래서 손에 들게 된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
그 책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땀은 흘렀지만
마음만은 홀~쭉, 아니 서늘했다.^^
피로 얼룩진 잔혹한 천주교 박해사가 서늘했고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와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의 이야기가 서늘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빠져나온 현실에선
그보다 더 서늘한 서늘함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녹색으로 변한 우리나라 강물의 색깔~!
갇힌 강물들의 항거와 반란이 일으킨
서늘하다못해 끔찍한 녹색재앙이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