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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4대강사업,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삽질 -에큐메니안 11월 25일

관리자 2010-12-04 (토) 02:45 13년전 2261  
"정부는 돌팔이 의사질을 멈추라"
잊혀져가는 4대강사업,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삽질
2010년 11월 25일 (목) 20:04:20 전동균 기자journalist@ecumenian.com

 

   
▲ 23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동노회 교회와사회위원회 주관으로 여강길 걷기 행사가 열렸다. 출발전 기도 중인 일행들. ⓒ 에큐메니안 전동균
'4대강 살리기'라는 문구는 이제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자 그대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면 반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나 이 사업을 결코 '살리기 사업'으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반대여론이 많다. 아니, '살리기'를 하려면 강이 '죽었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우리 강들은 정부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건강하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4대강의 정비가 '아주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강을 정비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범위와 정도, 진척 속도등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들이 덧입혀지면서 논쟁은 더욱 첨예화 되고 있다.

그 사이 먼저 칼자루를 쥔 정부측이 논쟁과는 별개로 덤프트럭과 굴착기등으로 급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현실화시켜버리고 있다. 의견교환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천천히 대응하는 척 하면서 뒤로 손을 뻗어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몰아부치는 정부의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지난 23일, 문제의 4대강 중 하나인 남한강 유역의 '여강길'을  걸을 기회가 생겼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동노회 교회와사회위원회에서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함께 여강길을 탐방하고 걸어보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 4대강사업의 잘못된 점들에 대해 설명중인 박희진 여강길 사무국장. ⓒ 에큐메니안 전동균
'여주보'에서부터 '이포보'를 거쳐 '아홉사리과거길'을 걷는 코스는 여전히 좋았다. 강이 보이는 곳마다 붉은 굴착기와 트럭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먼지와 소음을 뿜어대고 강의 절반이 그 내장을 다 드러내며 숨을 몰아쉬고 있지만, 강물은 계속해서 흐르며 강변을 걷는 우리와 걸음을 맞추었다.

일행을 이끌던 박희진 여강길 사무국장은 정부가 만든 '4대강 홍보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얼핏봐도 급조된 듯 보이는 조립식 건물 안은 강 주변 '자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위적인 공간이었다. 박제된 오리들이 천정에 매달려 있고 모든 것은 '가공'된 상태였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길다란 어항에 갇힌 민물고기들 뿐이었다. 나머지는 완벽하게 정렬되어 깔끔하다 못해 살아 움직이는 민물고기도 로봇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7분 정도의 4대강 사업 홍보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최신 추세에 맞게 의자가 움직이고 세찬 바람이 구현되는 '4D'방식이었다. 영상을 통해 4대강 정비사업으로 변화될 남한강 유역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체 영상 속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만들어'였다. '복원'이나, '보호', '원래대로'등의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 4대강사업 홍보관의 모습과 내부 관람 중인 일행들. 어항속에 갇힌 물고기와 완벽하게 꾸며진 주변 환경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4대강 사업 홍보관은 정부의 기조를 완벽하게 요약하여 구현해 둔 것 같아 홍보관으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그 목적에 딱 들어맞았다. 그러나 통제가능한 장치들 안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를 두고 '야생상태', '자연상태'라고 하지 않듯이,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세우려는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살리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부와 그 반대 입장 간의 논의가 단지 이론적인 부분에서 대립하고 있는 수준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을 실제적으로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논의의 결과와 상관없이 강바닥은 계속 파여나가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측 홍보 책자와 홈페이지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4대강 사업 반대여론에 대한 반박의 글들이 게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논조는 '전문적이지 않은 지식으로 사업에 대한 오해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식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부의 변론을 타당한 것으로 봐준다고 해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우리'를 대통령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하고 듣는 기능은 없는 '4대강사업 4D 홍보영상' 처럼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언젠간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하는 식의 사업강행이야 말로 독재가 아닌가.

   
▲ 공사를 위해 강물을 퍼내는 대형펌프. ⓒ 에큐메니안 전동균
일행과 함께 여강길을 걸으며 강바닥을 파내기 위해 거대한 펌프로 물을 퍼내는 모습들을 지켜봤다. 그 작업들은 마치 강이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문제는 수술을 집행하는 의사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강은 모든 생명체들을 치유하는 의사의 역할을 해왔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강의 여울'에 대해 설명하면서 "강 바닥의 굴곡으로 인한 낙차로 산소공급이 이루어지고, 모래가 유기물 과다공급을 막아주며 강 주변의 갈대들은 '정수식물'이라 불릴만큼 정화능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강은 긴 시간동안 대지와 모든 생명에 물을 공급하고, 온갖 더러운 오물들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여 품은 뒤 스스로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대지의 생명체들을 살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이 강을 진단하고 수술대 위에 올려 놓은 형국이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강이 가진 자정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멈추면 강은 다시 스스로를 치료할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뭔가에 쫓기듯 급하게 메스질을 하지말고, 최대한 신중하게 하자는 말이다. 환자의 복부를 가르기 전에 아마추어 의사들인 우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근차근 검토하고 서로 논의한 후에 메스를 대든 약으로 처방하든 간의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 바뀌어버린 여강길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비교 설명하는 박희진 사무국장. ⓒ 에큐메니안 전동균
안타깝게도 이미 수술대 위에서 강의 복부는 열렸고 내장이 훤히 드러나버렸다. 정부라는 의사가 수술실 문을 잠궈두고 급하게 수술을 진행해버린 것이다.

이제 더 많은 의사들이 필요하다. 벌어진 복부를 지금이라도 다시 봉합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수술이 필요한 것인지 의논해봐야 한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많은 분들이, 강이 파헤쳐진 현장을 직접 보고 나서야 한숨을 쉬며 '이 지경이 되도록 환경단체들은 뭘 했느냐'고 묻는다"며 "오히려 그런 분들이 처음부터 모두 함께 관심을 가져줬으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강길 순례를 마치는 자리에서 이중택 목사(한진중앙교회)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4대강 사업을 보는 시각들이 매우 다양하다"며 "이처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런 현장을 보고 토론하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입장과 각 지역사회의 상황들, 종교적인 차이들은 강이라는 큰 물줄기 안에서는 서로 부딪혀 소리내는 자갈들에 불과하다. 각자의 사사로운 이해들은 잠시 넣어두고 강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뿐 아니라 후손들에게 대대로 평가받게 될 이 사업이 얼마만큼 중대한 사안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각성해야 한다.

강에 들이대는 메스가 벌벌 떨려야 정상이다. 그 만큼 중대한 수술이다. 이제는 정부의 미검증된 수술집행을 잠시 멈추게 해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깨닫고 긴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눈들이 지켜봐야 한다. 지금의 잔소리가 호통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목소리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 여강길을 걷는 내내 들리던 굴착기와 트럭들의 소음. ⓒ 에큐메니안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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