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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보내는 편지-김선구 목사(용진교회)

관리자 (서울북노회,베델교회,목사) 2010-01-29 (금) 04:06 9년전 2192  
* 녹색신앙정론지 '새 하늘 새 땅'으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입니다.

   

생명에 보내는 편지

                       팔당 유기농단지에 사는 이들에게        김선구 목사(용진교회)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이 오늘따라 더 차갑게 느껴지네요.

이제 곧 북한강과 남한강은 하얀 물안개를 드리우며 얼어가겠지요.

 

지난 반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이 만났습니다. 만날 때 마다 우리는 이 땅을 지켜야한다는 결의와 함께 가슴속에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분노를 확인해야 했지요.

지난 10월 말에 있었던 불법 측량이 강행되던 날, 전경들에게 울부짖고 몸부림치면서 끌려가던 최요한님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네요. 그 울음과 몸부림은 평생 주인을 위해 일하다가 끌려가는 황소의 모습 같았습니다.

그 때, 장산벌에 서 있던 날을 기억합니다. 열배도 더 되는 전투경찰의 진압에 맞섰던 우리들은 비록 적은 수였지만, 의연했고 당당했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함께 흘러 하나로 합수 되는 이 지역은 생명과 맺힌 한이 한데 응어리진 땅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래 이 땅과 강은 길고 긴 세월동안 창조의 섭리 안에서 흐르고 또 흘러왔어요. 이 생명의 강과 땅 위에서 그대들의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그대들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하나님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면서 살아왔어요. 가난했지만 그래서 이 땅에 조와 감자를 심으며 질긴 생명력을 이어왔지요. 생명의 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마다 생명의 땅을 주시어 생명의 공동체들을 이루어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역사의 거친 물줄기가 몰려올 때도 언제나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땅과 생명의 강을 지키고 살아왔습니다. 단지 먹거리를 생산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격동의 시기마다 생명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강을 건너고, 이 땅을 밟으면서 살아왔지요.

정약용의 형제들이 그랬고, 몽양선생이 그랬어요. 어찌 그들 뿐이겠습니까?

일제강점기에도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생명을 외치면서 일어서지 않았던가요?

그럼에도 일제의 총 칼은 생명의 강과 생명의 땅에 터잡고 살아온 우리의 선조들을 내몰지 못했음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군사독재의 폭력 휘몰아쳐 올 때도 이 생명의 강과 이 땅, 그리고 생명의 사람들을 내몰지는 못했음을 기억합니다.

 

      분명히 이 생명의 땅 팔당은 눈물의 땅입니다. 아직도 마르지않은 눈물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삼 십여 년 전 팔당 댐이 생겨서 생명의 땅의 많은 부분은 수몰되어 많은 우리의 형제들이 고향을 등지고 떠나면서 흘렸던 그 눈물을 기억해요.

하지만 우리는 눈물만 흘리지 않았지요. 눈물로 얼룩진 이 땅을 남은 작은 자들로 하여금 또 새롭게 지켜오게 하셨습니다.

 

   세월은 참으로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갑니다. 벌써 이십년을 향해 가네요.

이 남은 생명의 땅에서 그대들은 생명의 농업을 시작했지요. 정말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요. 빨갱이로 몰리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외면을 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농약으로 오염되어 죽어가던 우리의 강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어요. 그 속의 물고기가 활력을 찾고 그래서 떠났던 수많은 철새들도 다시 찾아오게 되었지요.

죽어가던 우리의 땅은 다시 숨쉬는 땅이 되었고, 그래서 죽은 줄만 알았던 수많은 벌레와 미생물들이 다시 생명을 찾게 되었지요. 땅의 부활을 통해서 우리는 생명의 부활을 보게 되었어요. 이 생명의 땅이 소중해서 도시에 사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공동체를 만들기도 했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끈이 이렇게 물과 흙과 수많은 벌래와 미생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어요. 힘들었지만 가슴 벅찬 감격이 있었습니다.

눈물과 죽음의 그림자로 얼룩진 땅이 생명의 세상으로 변화되는 살아있는 창조의 섭리를 경험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요. 그 감격과 감사의 표정들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 그대들이 서 있는 이 생명의 땅, 팔당은 폭풍 전야와도 같습니다.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교만과 위선의 가면을 쓴 위정자의 모습을 보면서 솟구치는 격노의 감정과 연민까지도 느껴지네요.

목회자의 심정이 이럴진대 그대들의 가슴은 어떻겠습니까?

 

소리 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곧 산란터전을 잃어버려 이리 저리 방황하게 될 물고기가 울고, 콘크리트로 발려져 숨을 쉴 수 없는 벌레들이 울고, 보금자리를 잃어 우왕좌왕할 새들이 이미 울고 있네요.

아름다운 손짓으로 그대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갈대숲도 불도저로 깔려 사라질 운명을 예감한 듯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울고 있네요.

강이 울고 있고, 이 생명의 땅이 울고 있고, 그대들이 울고 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합창이 되어 두물머리와 송촌벌, 장산벌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하지만 실컷 울었으니 이제 눈물을 씻어냅시다.

애굽의 폭정에 울부짖던 떠돌이 합비루들의 통곡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주신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결국 그 분은 그 한 맺힌 떠돌이들을 생명의 땅으로 인도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분께서 그대들의 눈물을 씻어주실 겁니다. 그 분께서 그대들의 도려내진 가슴을 쓸어주실 겁니다. 이 일을 위해서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 지역을 떠나 한 걸음으로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그대들의 곁에는 뜻을 함께 할 동지들이 있어요.

 

     우리들의 힘은 저들의 방패와 몽둥이 앞에서 너무나 초라해요. 그대들의 농기구는 저들의 중장비 앞에서 너무나 왜소해요. 그러나 약한 자를 들어서 당신의 역사를 펼쳐 가시는 그 분의 섭리를 믿읍시다. 이 연역한 백성들의 손을 들어서 저 오만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그 분의 역사를 긴 호흡과 긴 눈을 가지고 보십시다.

 

     생명의 주님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결국 그대들을 이 땅에 남게 하시어 생명 씨앗을 계속해서 뿌리며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 그대들은 역류하는 시대의 탁류 만나서 잠시 비틀거리고 있지만, 새로운 부활의 아침을 맞이할 것입니다.

희년의 세상을 허락해 주실 겁니다.

그리하여 이 팔당은 마침내 이 시대의 새 하늘 새 땅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먼 훗날 이 땅을 지켜온 조상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이 생명의 땅위에 서십시다.

 

                                                                                       용진교회 김선구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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