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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석천교회 ‘농사 목회’… 소 먹이고 닭 키우며 농촌선교 새 길 연다

관리자 2011-02-09 (수) 10:27 13년전 4168  

전북 석천교회 ‘농사 목회’… 소 먹이고 닭 키우며 농촌선교 새 길 연다 <국민일보2.6>


전국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충청도 쪽에서 전북 완주로 들어가는 길에도 곳곳에 설치된 소독시설이 연신 하얀 소독약을 뿜어댔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완주군 화산면 석천교회에서 만난 안재학(39) 목사는 한우 농가들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남들은 이번 설 연휴가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지만, 보시다시피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특히 인접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바짝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습니다.”

안 목사와 성도들은 이날 주일예배를 드리며 구제역이 빠른 시일 내에 종결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 또 이번 구제역 사태를 통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말씀도 전했다. 구제역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지만 보고 싶어 몸살을 앓았다는 노인 성도들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화산면은 전국 면(面) 단위에서 한우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면 인구(3250명)의 4배에 가까운 1만2000여 마리에 달한다.

“화산면은 산 고갯길에 길게 늘어져 있어 농지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소를 많이 키우고 있답니다. 자녀들 대부분 도회지로 나가고 부모 세대들만 고향 교회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사나 농촌 교회에 대한 생각도 비관적일 때가 많답니다.”

하지만 2006년 부임한 안 목사는 이런 현실에 얽매이지 않았다. 농촌 목회의 꿈과 희망을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부임 첫 해 표어를 ‘선교하는 농촌교회’로 정했다. 차분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흙집)을 짓고 1000여평 땅에 무농약 친환경 콩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메주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고추장, 된장을 만들어 직거래로 도시 소비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1년에 토종닭 300마리 정도를 키워 초복과 말복 사이에 출하한다. 한우생산업체로부터 한우 175마리를 위탁받아 길러 소득을 올렸고, 지금은 소 4마리와 닭 300∼5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저의 경우 육체적인 노동, 즉 농사를 목회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첫 사역지가 기독교농촌개발원이라는 기관이었는데 거기서 유기농을 배우고 농촌교회에 대한 기초 조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농촌목회에 대해 눈을 뜨게 됐죠.”

열악한 조건에서도 교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섬기는 교회상’을 정립하고 있다. 안 목사는 ‘참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무국장을 맡아 제2의 농어촌계몽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 목사는 지난해 5월 특별한 사역을 시작했다. 다문화가정과 저소득층 가정에 암송아지를 분양하고 이 송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다른 사람에게 또다시 분양을 하는 ‘송아지은행’을 설립한 것. 이른바 릴레이 이웃 사랑이다. 후원받은 암송아지(300만원 상당)를 국제결혼한 이희영·누엔티게우씨 가정에 기증했다. 이 송아지가 성장해 새끼를 낳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에 2차, 3차 분양을 하게 된다.

“화산면이 한우의 고장이라는 점에서 송아지를 통한 이웃 사랑 실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진리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수익은 모두 지역 선교를 위해 사용된다. 면내 화산지역아동센터와 완주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매년 300만∼40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요리교실, 문화행사, 상담소 등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1년 예산이 2000만원 미만인 이 교회 재정 규모로 봤을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현재 대다수 농어촌 교회는 자립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입니다. 농산물 개방정책, 구제역 등으로 영농 의욕마저 상실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오늘의 농어촌 현실입니다. 이제 농어촌교회 스스로 누군가 도와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적극적 능동적으로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안 목사는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들을 차근차근 끄집어냈다. 그에게서 설 명절에 관한 이야기는 호사일 뿐이었다.

“2000년 전 예수님이 낮고 작은 자와 함께했던 갈릴리는 지금 어디일까요? 바로 농어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현장,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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