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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명을 계도할 한명의 목회자, 기대하시라”

관리자 2011-02-10 (목) 10:47 6년전 2592  

본 게시글은 한겨레신문(2월 10일자) 지면글입니다. 인터뷰 전문을 보시려면 다음을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http://well.hani.co.kr/board/view.html?board_id=jh_san&uid=308624

“백만명을 계도할 한명의 목회자, 기대하시라”<한겨레 2.10>
   한신대 교단 서는 도올 김용옥 
  

» 도올 김용옥.
신학대학원서 공자 ‘중용’ 강의
16명 수강…12제자보다 많네
무신론자를 향한 관용 가져야

-일부 기독교인들로부터 ‘길 잃은 양이다’. ‘못 돌아온 탕자다’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명문 신학대 졸업식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은 소감은?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젊은 날의 로맨스로 돌아가 마치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 청운의 꿈을 시작하는 새 출발의 느낌이다.

-신학대를 계속 다녔으면 대형교회 목사가 됐을까?

“여의도순복음교회만한 교회를 만들었겠지.”

-그런 바람을 일으켰을 법한데, 왜 포기했나?

“신학대에 갈 때 집에선 목사가 되려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목사가 되려 신학대에 간다고 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건 고려대건 문과계열에선 서양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한신대는 거의 모든 교수가 프린스턴대를 비롯한 유명한 서양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었다. 한신대에 가보니 다른 세상이더라. 일반 대학보다 수준이 높았다. 1년 동안 접한 새로운 지식의 양과 자극이 내가 도저히 목사를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왜 목사를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인가?

“당시 한신대에선 철학개론을 소홍렬 교수가, 국사는 연대 홍의섭 교수가, 동양사는 김재준 목사가, 구약학개론은 문익환 목사가, 신약학개론은 이우정 교수가 가르쳤다. 이런 기라성 같은 교수들의 말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 가운데서도 소홍렬 선생 강의에서 가장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젊어서는 무전제의 사고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학은 전제가 너무 확실해서 네가 놀기엔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말 한 마디에 목사와는 다른 학문의 길을 걷게 됐다.”

-소 교수가 어떻게 학생의 성향을 파악했는가?

=서로가 많이 교감했다. 소 선생님이 과제를 주자, 내 일기를 드리며 ‘이게 납니다’라고 제출했다. 일기 리포트를 받아든 소 선생님이 그것을 읽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당시의 도올은 격렬한 시절이었다. 말썽도 많이 피웠다. 술 먹고 여자기숙사에 가서 땡깡도 놓았다.”

44년전 목사 되고싶어 1년 수학
‘전제 확실한 학문’ 안맞아 딴길
격렬했던 시절…술취해 땡깡도

-여자기숙사에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었나?

구체적으로 가면 안 되고(웃음). 이우정 선생이 사감이었는데 나왔다. 남학생이 술 먹고 여학생기숙사에 들어간 건 퇴학감이었다. 그런데도 굉장히 기독교적인 말씀을 나에게 해줬는데 감동이 깊었다. 구체적인 말씀을 기억은 못한다. 웃으면서 코믹하게 쳐다보고 인자하게 말했다. 그렇게 여유들이 많았다. 한신대는 거대한 패밀리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한신대에서 한 학기 강의를 맡아 <중용>을 가르치기로 했는데, 이성과 지성과 합리를 도외시한다고 한국 기독교를 비판해온 도올이 민중신학의 탄생지인 한신대에서 삶의 실천적 측면이 강한 <논어>가 아니라 내면성을 일깨우는 <중용>을 택한 것은 타협안인가?

“타협은 있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선언을 할 것이다. ‘서로 신앙의 영역은 토론의 대상으로 삼지 말자’고. 신학생들은 기독교 광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목사이기 전에 위대한 인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상식적인 교양의 깊이를 갖추어, 무엇보다 매력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진보적인 목사님 교회는 초라하게 몇명 놓고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 흥행이 되게 하겠다.”

학생들과 신앙토론은 안할 작정
한국 기독교 권력·이권 결탁 심화
신자들 의식개혁부터 앞장서야

-기독교가 부흥하려면 기독교인이 아닌 외부의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대형 교회 목사들도 그들만의 언어로 소형 교회 신자들만 빨대로 빨아들이고 있는데, 도올이 내외부를 소통시키는 진정한 부흥사가 되는 것인가?

“그 빨대를 나는 기장(기독교장로회)에 꽂아주겠다. 신자들이 지나치게 보수 쪽 교회로만 가서 폐해가 너무 많다. 진보 쪽으로 흡수해야 한다. 소통의 벽을 넓혀 가면 흥행을 할 수 있다. 진보의 흥행을 확실하게 시키지 않으면 지금 이 위험한 사태를 풀어갈 길이 없다.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문제를 풀어갈 길이 없다.”

» 도올 김용옥.
-졸업식 연설문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아니라 글로벌 서번트십(세계적 섬김)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제국주의가 아닌 유일한 선교국가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민족을 보듬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섬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 수 있는데, 기존 제국주의보다 더 제국주의적인 선교방식만을 주창해 세계 여러 곳에서 문제를 낳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신대는 ‘글로칼’(글로벌+로칼리티)을 앞세운다. 외국에 선교를 하는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과 소통하고, 국제 공동체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해외선교보다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올바른 자성의식과 반성의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한 종교 내부나 자기 마을 안에선 착하디착한 사람도 다원주의를 인정치 않거나 합리성이 결여되면 다른 종교와 만날 때 야만인으로 바뀐다. 열렬한 기독교인과 열렬한 무슬림이 만날 때 그런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떻게 신앙과 상식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21세기의 과제는 철저히 기독교국가인 미국과 유교인 중국, 즉 G2의 대결을 극복하는 것이다. 유교가 가진 약점도 많다. 기독교는 다양한 신학이 발전돼 있다. 우리나라 기독교가 갖고 있는 문제는 다양한 신학을 포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해야 한다.”

-변화가 쉽겠나. 수강신청을 16명밖에 안한 것은 도올의 사상은 위험해서 물들면 이단으로 몰려 자기 인생이 고달파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때문 아니겠는가?

“그래도 예수 12제자보다 4명이나 더 많다.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숫자다.”

-지난 30~40년간 한국 교회의 최대 슬로건은 부흥과 성장이었다. 그런데 성장과 부흥이 잘되고, 정치권력을 쥐락펴락하는 대형 교회들이 최근 소망교회의 폭력사태를 비롯해 온갖 싸움과 비리로 한국 기독교를 욕먹이고 있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기독교가 현실적 이권과 너무 결탁돼 있는 게 문제다. 정치권력과 종교가 유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패망으로 이어진다.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은 재미를 볼지 모르지만 한국 기독교 전반의 부정적 함수로 작용한다. 기독교인들이 너무 미래를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기독교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고, 유럽의 젊은이들은 교회를 나가는 이들이 없다시피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신앙이 강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에서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마치 중세인 줄로 착각하고 있다. 사회 체제를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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