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16:13-20)
오늘은 우리교회가 설립 된지 만 50주년이 되는 주일입니다. 우리교회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11월 27일에 당시 경찰서장부인이었던 김갑희 집사님 집에서 12명의 교인이 모여 첫 예배를 드림으로서,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었습니다. 그 때 첫 예배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작고하셨거나 이사를 가셨기 때문에 전혀 연락할 길이 없습니다. 그들의 후손으로서
현재 우리교회에 나오시는 분은 오현관 장로님의 따님과 그의 후손들입니다.
작년에는 제가 현신규 장로님에 관한 말씀을 잠깐 드렸습니다. 오늘은 오현관 장로님에 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현관 장로님은 장수하신 분으로서 유명합니다. 만 9년 전에 99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습니다. 장로님은 일찍 서울에 있는 정신여학교를 나오신 , 당시로서는 신여성 중에 최신 여성이셨습니다. 여학교를 졸업하신 후에는 여러 곳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후에는 선교사들의 어학선생으로 일하기도 하셨습니다. 장로님은 한 때 애국부인회 재정모금에 책임을 지고 활동하여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다가, 후에 탄로가 되어 얼마간 감옥에 갇히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강조하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장로님께서 가지셨던 신앙의 자세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초창기에 장로님은 자신의 땅문서를 잡히고 금융조합에서 대부를 받아 절간을 예배실로 만들고 풍금도 구입하도록 하셨고, 그의 동생이 나가던 안국동교회에 교섭하여 안국동교회가 수원교회의 여전도사 사례비를 전담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예배드리는 이 예배당을 건축하고, 안으로 올라오는 계단공사를 못하고 있을 때에, 장로님은 이영수 , 황선여, 김갑희 세분과 함께 목조계단을 완성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로님은 교역자에게 대하여 정중한 예우와 성의를 표시하셨습니다. 나이로 쳐서는 저는 장로님의 손자에 해당 됩니다만, 그러나 장로님은 언제나 저를 보시고는, 우리 당회장님, 우리 제사장 목사님이라고 최고 존칭어를 쓰시고, 무슨 때가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성의를 표시하셨습니다.
이 종이 쪽지는 꼭 10년 전에, 우리교회 40주년 기념 주일에, 장로님께서 98세 때에 저에게 선물과 함께 주신 편지입니다.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윤목사님, 쳐음 오실 때부터 오날날까지 보호하시고 직혀주신 거슬 감사하면서, 20년이란 세월을 고이고이 주님 졔사장으로 수원교회에 소년시절노 노년시절을 바라보시는 졔사장님, 부족한 오현관이 하고 십흔 티끌만한 물건, 부그러움을 무릎쓰고 드림이다.” 우리 모두 오현관 장로님과 같은 자세로 교회를 섬기시기 바랍니다.
본문말씀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질문 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제자들은 대답했습니다. “어떤 분은 엘리야라 하기도 하고, 그리고 어떤 분은 예레미야나 선지자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이 대답을 보면, 당시 사람들도 예수님을 아주 훌륭한 예언자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시 질문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지라도,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 때 시몬 베드로가 대답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이 대답은 예수님을 한없이 높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요, 하나님의 아들 곧 신이요, 또 세상 사람들을 구해주실 구세주라는 것입니다.
베드로의 이 대답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향하여, 이를 네게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즉 인간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라고 하시고는 , 이어서 아주 의미 깊은 말씀을 한 마디 하셨습니다.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여기서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는 이 말씀은 그 해석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구절입니다. 여기 보면 반석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했습니다. 반석이란 큰 돌, 바위, 암석을 말합니다. 그러면 반석위에다 교회를 세운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우리는 먼저 여기서 교회라는 말의 의미를 들어 보십시다.
우리가 교회라고 하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첫째는 예배드리는 장소를 교회라고 합니다. 종각이 솟아 있고, 십자가가 달려있는 건물을 보고 우리는 교회라고 합니다. 교회는 다른 말로 해서 예배당이라고 하기도 하고, 성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둘째로 교회라는 말의 의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말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 예수를 자신의 구주로 믿고 예수님의 뜻대로 살겠다는 사람들로 이뤄진 새로운 공동체가 곧 교회입니다.
그러면 오늘 예수님께서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 하실 때의 그 교회는 어떤 의미의 교회를 말하겠습니까? 건물로서의 교회를 말할까요,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말할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교회는 교회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인 교회를 의미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이해해야 할 말씀은, 그러면 반석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반석위에 세우신다고 하셨는데, 그 반석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 반석에 대해서 로마 카톨릭 교회와 개신교의 해석이 약간 다릅니다. 천주교회에서는 반석과 베드로를 동일시합니다. 왜냐하면 헬라어로 반석은 페트라()라고 발음하고, 베드로는 페트로스( )라고 발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드로라는 말의 뜻도 “반석 같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천주교회에서는 베드로가 교회가 서야 할 반석이요, 기촛돌이라고 주장합니다. 반석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베드로가 사도들 중에 수위권을 가지고 있다가 로마의 감독이 되었으니, 그의 후계자인 로마 교황이 베드로의 수위권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베드로라고 하는 한 인간이 교회가 서야 할 반석이 아니라는 사실은, 베드로가 곧 예수님으로부터 사탄아 물러가라는 책망을 받은 데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개신교회에서는 반석을 무엇이라고 해석하겠습니까? 개신교회에서는 이 반석은 곧 예수님 자신이라고 해석합니다. 예수님이 이 반석이요, 반석 되신 예수님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반석 되신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앙이 곧 반석이라고 해석합니다. 베드로를 반석 같은 사람이라 하고, 그 반석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반석 되신 예수님께 대한 베드로의 신앙 때문에, 그 베드로의 신앙고백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교회의 기촛돌이요, 예수님위에 교회가 서야한다는 해석을 밑받침하는 성경구절은 많습니다. 고린도전서 3:11에 보면 “이 닦아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 했습니다. 교회를 세워야 할 터, 교회의 반석은 예수그리스도라는 말입니다.
이사야 28:16에 보면“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내가 한 돌을 시온에 두어 기초를 삼았노니, 곧 시험한 돌이요 귀하고 견고한 기촛돌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은 메시야로 오신 예수님자신이 교회의 기촛돌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베드로전서 2:4에는 “산돌이신 예수”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도 예수님이 살아있는 돌로서, 교회가 살아있는 그 돌 위에 선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간단히 종합한다면, 오늘 우리 본문에서 말하는 교회란, 눈에 보이는 예배당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신앙공동체를 의미하는 데, 반석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산돌이신 예수그리스도 위에, 또 그 예수를 구주로 믿는 신앙고백위에 교회를 세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반석위에 세운 교회는 어떤 교회입니까?
첫째로 반석위에 세운교회는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이심을 믿고 그를 섬기는 교회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예수님이 최고의 권위를 갖고, 예수님의 뜻과 교훈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다르게 말해서 권력이나 재력이나 어떤 인간의 뜻과 욕심에 의하여 교회가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한 때 한국교회는 정부 권력자의 시녀가 된 때가 있었습니다. 양심을 떠나서 권력자들이 시키는 대로 그 치욕적인 유신헌법을 지지하기도 했고, 단군 이래 최대 도적이라고 하는 무법자를 위대한 지도자로 찬양하고 만수무강을 빌기도 했습니다. 이런 교회는 반석 되신 그리스도위에 세워진 교회는 아닙니다. 이런 교회는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이고, 아무리 예산이 많아도 반석위에 세운 교회는 아닙니다.
둘째로 반석위에 세운 교회는 하나의 교회를 지향하고 사랑의 교제와 친교가 있는 교회입니다.
교회는 마치 큰 건물과 같아서, 건물에 기초가 있고 기둥이 있고 벽이 있는 것처럼, 예수님을 기촛돌로하고 신자들은 한 장 한 장의 벽돌과 같이 서로 연결하여 쌓아가는 것입니다. 이 교회 안에는 아브라함과 같은 족장들이나 선지자들도 포함되어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성도들이나 지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성도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모든 교인들은 이 하나의 교회에 소속해 있습니다.
반석위에 세운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결된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 교인들은 모두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며, 같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슬픔과 고통도 함께 나누고, 동정하고 위로하고 도우며 살아야 합니다. 사랑의 교제와 친교가 계속되는 교회가 반석위에 세운 교회입니다.
셋째로 반석위에 세운 교회는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살고, 그리스도의 뜻을 성취하는 교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뜻은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구원을 얻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죄와 사망에서 해방되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 예수님의 뜻입니다. 이와 같은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복음을 전하시고 말씀을 가르치시고 병든 자를 고치셨습니다.
그러므로 반석 되신 예수님위에 세워진 교회는 이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걸어가신 길을 걷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가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봉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특히 본문에 보면,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맺혔던 감정을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고, 반대로 장벽을 높게 쌓으면 하늘에서도 높아지리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가 누구를 찾아 가든지, 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여 그가 그 마음 문을 열고 예수님을 영접하면 하늘에서도 구원을 얻을 것이요, 반대로 우리가 전하지 아니하여 불신의 마음이 그대로 있으면 구원을 얻지 못 하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먼저 믿은 우리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따라서 우리도 세상만민을 구원하고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이룩하려는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전파하고 가르치고 봉사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설립 50주년을 맞는 우리 교회는 만세반석 되신 예수 그리스도위에 세워진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고 노력하십시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는 신앙고백위에 우리교회가 굳게 서도록 우리의 신앙을 바르게 세우십시다. 예수님을 머리로 한 교회, 예수님의 뜻과 말씀만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 교회가 되도록 그리스도에게만 순종하고 충성하십시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고, 사랑의 교제와 친교가 깊어지는 교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아끼고 사랑하고 사귐을 나누십시다. 그리고 세상 만민을 구원하시려는 그리스도의 뜻을 성취하는 교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전파하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