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와 소통의 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의미 있는 말입니다. 우선 오늘날 기독교가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 시사주간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가 천주교로 나타났습니다. 신뢰도에서 있어서 천주교는 66.6%, 불교 59.8%, 개신교가 26.6%였습니다. 천주교와 불교의 신뢰도가 개신교 신뢰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종교인 분포로 보면 불교 22.8%, 개신교 18.3%, 천주교가 10.9%인데 이것을 감안하면 천주교의 신뢰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를 한 주간지에서 주목한 것은 천주교의 부상보다 개신교의 추락이었습니다. 무엇이 이토록 개신교의 신뢰를 추락시킨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었습니다. 일부 대형교회의 비리와 세습, 공격적인 선교,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정권 아래서 개신교 인사들을 중용하므로 종교편향을 보인 점, 개신교가 가진 자의 종교처럼 보여진다는 점 등 여러 가지가 언급되었습니다. 어쨌든 오늘의 교회가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위기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소통의 위기와 더불어 우리에게 온 것은 정체성의 위기입니다. 사실 소통의 위기보다 심각한 것은 정체성의 위기입니다. 이 소통의 위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복음에 대한 확신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독교가, 복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음만이 세상의 희망이요, 인간을 구원하는 능력인데, 이 확신이 약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정체성의 위기인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것은 겸허히 수용하고 자신을 갱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는 복음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것이며, 그리스도인은 복음, 즉 예수의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