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서 영문에 있는 ‘emotion’을 빼먹었네요. 인공지능이 그랬는지 기자 또는 편집자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6번의 경우 오류 이름이 잘못 적혀있고요.
“~에 호소하는”(appeal to~) 용어는 이런 의미입니다. 호소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요. 상대방이 자신의 결론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는 결론과 꽤 관련성이 있는 근거(전제)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관련성이 없는 것을 근거로 내세울 때 “~에 호소하고 있다”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시키자면 이런 논증입니다. 피고의 변호사가 이렇게 주장합니다. “피고가 약 100억원 사기를 친 것은 무죄입니다. 조금 전 우리 모두가 눈물을 흘렸듯이 그가 처한 상황이 불쌍하기 때문입니다” 방청객 모두가 눈물을 흘렸어도 무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도 오류일까요? “피고가 사기친 것은 잘못이지만 정상을 참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 우리 모두가 눈물을 흘렸듯이 그의 인생이 불쌍하기 때문입니다.” 이 논증은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닙니다. 제시하고 있는 근거가 정상 참작을 하는데 고려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는 또 다른 것은 감정적인 주장이 근거로 사용되었는가입니다. 합당한 근거는 따로 제시한 후 발언 중간에 감정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논증”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이것도 오류가 아닙니다.
야당 대표의 이 주장은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발언”입니다. 야당 대표가 언론에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표현이 거칠고요. 검찰이 주는 정보를 ‘받아쓰기’하고 있다는 것은 공감이 가나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입니다.
상대방이 결론을 받아들이도록 (관련된 근거로 보기 힘든) 어떤 감정적인 것을 근거로 사용하고 있을 때 ”감정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합니다. 인신공격의 오류는, 상대방의 주장(결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해가는 정석은 먼저, 상대방이 제시하는 전제와 결론의 논리적 연결성이 약한 것을 드러내거나 전제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밟지 않고 뜬금없이 상대방의 성품이 안 좋고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성품 등을 문제 삼는 모든 주장이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서 상대방 주장의 신빙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버렸을 경우, 상대방의 성품이나 전력을 문제 삼는 주장은 관련된 근거 제시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이런 판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투자하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결론)고 할 때 그 사람이 근거로 제시한 것에 대한 세심한 조사를 통해 그 사람의 주장(결론)을 판정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지인이 그 사람에게 많은 사기 전과가 있다는 정보를 줄 때 이 지인이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요긴한 정보라고 여기고 그 사람의 약속(결론)의 신빙성을 급격히 떨어뜨리지요.
재판 과정에서 야당 대표의 발언 같은 것이 등장했다는 것은 사실 여부를 판정에 필요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진술의 신빙성(진술을 신뢰할 수 있는가)이며 신빙성을 따질 때 고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진술자의 성품과 전력입니다.
요컨대 야당 대표의 이 발언이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했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에게 과외시키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