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단 헌법에 관해 논의할 때 어떤 조항은 간단히 정리되지만, 어떤 조항은 꼬리를 물고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임시당회장 주제가 그렇습니다. 임시당회장은 원칙적으로 당회장(시무목사)과 동일한 권한을 갖지만 어떤 교단에서는 “재판권”을 주지 않는 제한을 줍니다. 그 교회의 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의회에서 사회권이 있지만 의결권은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도 기존 생각을 버리고 이 입장이 되었는데요. 그런데 ‘사회권만 있다’는 제한이 다른 교단에서는 “대리당회장”에 붙습니다(우리 헌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임시당회장과 대리당회장의 차이점도 숙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전의 글에서 이 사안을 정리해보겠다고 했는데 오늘 간단히 언급하는 것으로 일련의 논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논의의 간결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장 헌법과 통합 헌법만 살펴보았습니다.
2.
제목에 “(시무목사) 당회장권 정직 때 노회가 임명하는 당회장은?”라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임시당회장”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관행적으로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시무목사가 공석인 경우 임시당회장이 당회장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지교회에 분쟁이 발생하여 시무목사의 권한이 정지되었을 때에도 노회에서 임시당회장을 임명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다보니 우리들 생각에 "임시당회장은 노회에서 임명하는 당회장이다"라는 근거없는 정의(definition)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 가짜 정의가 진짜 정의인 관련 조항을 오독하게 만들어왔고요.
통합 교단의 경우 이 조항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아마 통합 교단의 '헌법위원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 같습니다.
통합 교단에서 이때 임명되는 당회장은 “임시당회장”이 아니라 “대리당회장”입니다. 대리당회장의 권한에 이런저런 제약을 두어 과도하게 장난치는 일이 방지되고 있고요(참고로 우리 교단의 “담임목사”를 통합에서는 “위임목사”라고 합니다. 통합에서 ‘담임목사’는 임기가 있는 시무목사를 의미합니다. 우리 교단에서는 “전도목사”라고 하는데요. 차이점은 조직 교회라고 할지라도 (원)목사님이 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임시당회장 임명 조건은 시무목사가 ‘공석’이어야 합니다.
우리 조항을 볼까요?
“임시당회장은 시무목사가 공석일 경우 목사를 청빙할 때까지 노회가 임명한다.”
우리 헌법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임목사"와 “임시당회장”은 충돌할 수가 없습니다.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시무목사의 “정직”은 엄격한 의미에서 “공석”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당회장을 임명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남는 선택지는 “대리당회장”입니다. 대리당회장으로 임명해야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대리당회장 조항입니다.
“대리당회장은 당회장이 신병이나 여행 등의 사정이 있을 때 당회의 결의로 그 노회에 소속한 목사 중에서 선임하여 당회장 임무를 대행케 하는 것이다”
“신병”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신병을 확보했다”는 예문을 보면 “신체”를 뜻합니다. 대표적인 “신병의 사정”은 몸이 아픈 것입니다. 시무목사의 정직 사정은 “등”에 포함된다고 보면 대리당회장 조항과 임시당회장 조항이 크게 틀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리당회장 조항에 개정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당회의 결의”입니다. 노회가 당회의 결의 없이 임명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점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준당회장”이 “대리당회장”을 세우려고 할 때 그 교회에는 결의할 수 있는 “당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치리총람집에서 이러한 질의에 “반드시 당회의 결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준당회장은 “대리당회장”을 세울 수 없다고 하였는데, 아마 당회가 없는 교회에서 시무목사의 전횡을 막기 위한 취지인 것 같은데요. 현재로서는 노회에서 임시당회장을 보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악용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제직회 결의”로 가능하게 해줄 수 있고요.
3.
이번에 정치치리총람집을 신경써서 살펴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보입니다. 통합 교단이나 합동 교단은 유권해석을 '문답식'으로 하지 않고 법조문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질의하는 쪽이 작성한 "문"을 그대로 올리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헌법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할 때 “질의”를 그대로 심사하지 말고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교회 재산을 임시당회장 앞으로 이전할 수 있는가?
■ 할 수 없다.
교회 재산을 임시당회장 “개인 명의”로 등기하도록 하는 교회가 과연 있을까요? 교회 재산 등기 때 교회 대표자가 필요하고 그런데 담임목사가 공석이어서 임시당회장이 교회 대표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의한 것을 그대로 올리지 말고 이런 점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2)
개 교회에서 당회장이 공동의회에서 교회 정관을 개정하여 교단 탈퇴를 결의하고, 교단 탈퇴 여부를 당회에 위임하는 것이 적법한가?
■ 공동의회의 안건은 당회가 부의하여야 하므로 적법하지 않다.
유권해석이 나오더라도 치리회에서는 이 유권해석이 심사하는 사안에 적용되는지 숙고를 해야 합니다. 대립하는 쪽에서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유권해석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질의는 이래야 한다는 것이지요.
“무흠 입교인 3분의 1 이상의 청원이 있어서, 공동의회 의장(당회장)은 교단 탈퇴 안건 회의를 사회할 수밖에 없었고, 긴 토론 끝에 교단 탈퇴가 가결되자 당회장과 당회원은 교인들을 설득하여 번안동의를 거쳐 교단 탈퇴를 당회에 위임하는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 가결은 적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