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주 오래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초보운전자를 위한 책을 읽었는데요. 참으로 요긴했습니다. 많은 팁 중의 하나가 “밤에 낯선 한적한 길을 운전할 때 앞차를 두고 따라가라”였습니다. 앞차의 차폭등이나 브레이크등을 보고 도로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운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이 요령은 부득이하게 과속할 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작년인가, 고속도로에서 약속 시간이 촉박하여 조금 빨리 달려야겠다 마음먹고 과속하는 차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승용차 하나가 쌩하고 지나갔습니다. 바로 따라붙으려고 하니, 저처럼 그 차를 따라가는 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번째 차에 따라붙었지요. 꽤 비싼 승용차여서 그런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한참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차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사이에 트럭이 하나 끼어드는 바람에, 포기하고 정상으로 돌아왔지요. 그러다가 몇 분 후 깜짝 놀라게 하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갓길에 과속했던 두 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 있었습니다. 사고 났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두 번째 차가 첫 번째 차를 기어이 세우고 딱지를 끊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차가 경찰차였던 것입니다. 아마 경찰이 추격하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잠깐 했을 것입니다. ‘따라오는 저 차도 과속하는데 저걸 잡을까? 에이, 일단 쫓던 놈부터 잡자’. 고속도로에 “암행순찰차”가 있다는 것을 제가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2.
10월 1일에 “여신도회 전북동연합회” 정기총회 3부 행사로 ‘찬양대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여신도회도 참가를 하였는데요, 이 과정에도 저의 불찰로 인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여신도회는 자치기관 성격이 강합니다. 필요한 경우 목회자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원을 하지만, 보통은 자율적으로 활동합니다. 연합회 활동의 경우, 더욱 일임(一任)을 하다 보니 목회자가 세세한 것은 놓치곤 합니다. 저에게 여신도연합회 정기총회 3부 ‘찬양대회’가 그랬습니다. 그동안 연합회 정기총회를 여신도회장님들이 회원 몇 분과 자기 차로 다녀왔기 때문에 저는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유념하지 못했습니다.
정기총회가 임박해서 교회차 운행 요청이 들어와 일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찬양대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찰에서 참가하는 교회 이름을 들어보고 저는, 이 행사가 성탄절 축하회처럼 정기총회 참석한 교회 “모두”가 발표하는 자리라고 판단을 하게 됩니다. 참가하지 않으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되니 지금이라도 빨리 곡을 정해 일단 신청부터 하고 연습하시라고 여신도회장님께 권유합니다. 며칠이 지난 후, 어떤 곡인지 물으니 찬송가였습니다. ‘성탄절 축하회’ 분위기에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의견을 다시 모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제가 곡을 하나 정해서 밀어붙입니다.
“은혜”라는 곡이었는데요. 계획은 이랬습니다. 첫째.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김에 청중과 함께 부르는 방향으로 간다. 둘째, 반주는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MR(밴드연주)로 하고, 조용히 진행되는 처음 1/3에서 이중창을 보여주고, 고조되는 다음 1/3은 청중들과 함께하며, 드럼이 합류하는 다음 1/3은 모두 박수(‘찬양박수’) 치면서 부르고, 맨 끝은 다시 이중창으로 마무리한다.
이 MR입니다.
https://youtu.be/kRN3q5ASw4c?si=XGGLXlKL2A7QcI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