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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0일 (수) 십자가 묵상 -감사 십자가(김홍한목사)

이종덕 (익산노회,삼광교회,목사) 2024-07-09 (화) 21:00 2개월전 165  


감사 십자가
롱펠로우의 <에반젤린>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요약해 소개했다.
결혼식 전날 밤, 에반젤린과 가브리엘은 갑자기 들이친 군인들에 의해서 고향을 떠난다. 어지러운 중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물로 갈라지게 되니 서로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서로를 찾아 나서는데 몇 해를 두고 찾아도 만나지 못했다. 한번은 제각기 탄 배가 서로 올라가거니 내려가거니 스치고 지나가면서도 그런 줄을 모르고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웬일인지 종내 만나지 못했다. 찾아갔더니 그는 또 자기를 찾으러 떠났다 하고, 다시 길을 돌려 풍문에 들리는 대로 굶으며 헐벗으며 더듬으며 넘어지며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었다. 그리 갔다 해서 찾아가면 바로 어제 떠났다 하고, 온다 해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떠나면 바로 그 뒤로 오게 되고, 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찾고 찾으면서 종시 만나지 못하였다.
그러는 동안에 젊음은 늙음이 되고 만나리라는 희망은 절망이 되었다. 의탁할 곳도 없고 믿을이도 없는 에반젤린은 어느 퀘이커 교도의 촌에서 주저앉게 되었다. 절망은 그녀를 단련시켰다. 못 이룬 세상의 사랑과 소망을 정화 시키고 또 정화 시켰다.
마침 그 지방에 심한 열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갔다. 에반젤린은 가는 이들을 위로하고 돌보고 눈을 감겨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들꽃을 한 아름 꺾어 들고 병실로 들어오던 에반젤린의 눈에 이제 마지막 숨을 넘기려는 한 노인에게서 젊은 가브리엘의 모습이 들어왔다. 에반젤린은 꽃이 자기 손에서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가 “오, 사랑하는 가브리엘!” 하고 끌어안았다. 가브리엘은 일어나려고 했으나 이미 그럴 힘이 없었다.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가브리엘은 숨이 넘어가는 그 입술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키스를 받고 그 가슴에서 운명하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 모든 희망, 모든 기쁨, 슬픔, 고통이 다 끝이 났다. 에반젤린은 다시 한 번 더 죽은 애인의 얼굴을 가슴에 안으며 “아버지여, 감사하옵니다!” 하였다.
함석헌은 인류의 역사를 에반젤린과 같다고 하였다. 역사란 이런 것인가?, 삶이란 이런 것인가?, 사랑이 이런 것인가? 그렇다. 기구하지 않은 삶이 어찌 삶이겠는가? 아프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함석헌은 에반젤린 이야기에서 역사를 보았지만 나는 엉뚱하게도 “감사”를 보았다. 평생을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었지만 그것을 허락지 않으신 하나님, 그러나 마지막 죽음의 문턱에서라도 사랑하는 이를 품에 안을 수 있게 하신 아버지께 에반젤린은 무한한 감사를 올린다.
“아버지여, 감사하옵니다!”
-김홍한, <십자가묵상 3>, 대장간, P53 -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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