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빈의 십자가
교회의 권위가 크게 올라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교회가 거룩하고 성직자가 경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로 인하여 부와 권력이 모이는 것은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종교가 거룩해지면 사람이 모인다. 재물도 모인다.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쌓이면 권력이 된다. 그것이 교회의 타락이다. 일부러 타락하려 해서가 아니라 기왕에 얻은 부와 권력을 잃지 않고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종교가 무엇인가를 많이 소유하게 될 때 종교는 종교적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가치관에 따라 움직인다. 종교적 진리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교회 재산을 지키는 것을 교회를 지키는 것으로 착각 한다. 종교지도자들은 신도 수가 줄고, 재산이 줄고 권력과 멀어짐을 종교의 쇠퇴로 간주한다.
윤리적 타락은 부와 권력을 얻으면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부와 권력을 지닌 교회와 성직자는 아무리 경건 하려 해도 경건할 수 없고 아무리 근검절약하고 겸손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방석 위에서 청빈한 척하는 위선으로 본다. 교회가 새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가난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