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은 아합의 폭정을 떠올리며 -
“네가 살인을 하고, 또 재산을 빼앗기까지 하였느냐?”(열왕기상21:19)
우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해 감행한 군사적·정치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정면으로 짓밟은 또 하나의 강대국 폭력이며, 약자의 생명을 빼앗고 주권과 국제질서를 짓밟는 제국주의적 횡포이다.
성서의 열왕기상 21장에는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아합왕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평범한 시민 나봇의 포도원을 탐냈고, 결국 권력과 거짓 증언, 제도화된 폭력을 동원해 그의 생명을 빼앗고 땅을 강탈했다. 그 과정은 합법의 외피를 썼지만, 본질은 탐욕과 폭력이었다.
오늘날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은 성서가 증언하는 오래된 이야기의 현대적 반복이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자원과 패권을 향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마약 밀매 혐의라는 구실을 내세워 무력 공격과 정권 교체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오로지 베네수엘라 국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나가야 할 그들의 미래는 실종되었고 일상의 평화는 깨어졌으며, 제재와 압박, 군사적 위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자행한 무력 침공은 국제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위협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미국의 영향력 아래 이뤄지는 평화, 미국의 힘의 지배를 천명하는 행위이다.
이는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기 위해 법과 종교를 왜곡했던 아합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예언자 엘리야는 아합 앞에서 분명히 외쳤다. “네가 살인을 하고, 또 재산을 빼앗기까지 하였느냐?”(열왕기상21:19)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강대국은 약소국의 고통 위에 자신의 이익을 세울 권리가 없다. 국제질서 역시 힘의 논리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원칙 위에 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미국 정부에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적인 석방과 함께 베네수엘라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와 내정 간섭 철회를 요구한다. 또한 유엔(UN)을 비롯하여 국제사회는 침묵과 방관으로 이 불의에 동조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나봇의 포도원은 결코 왕의 것이 아니었듯, 베네수엘라는 어느 제국의 소유물도 아니다. 인간의 탐욕과 폭력으로 빼앗은 포도원은 결국 저주가 되었다는 것이 성서의 준엄한 증언이다.
불의와 폭력으로 이룬 것은 오래가지 못하며, 생명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심을 믿는다. 그날까지 우리는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함께 서서, 주권과 민주주의 회복의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6년 1월 8일
한국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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