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커뮤니티   >   오늘의 묵상
2025년 9월 12일 (금) 일점일획_'암 하아레츠(עַם הָאָרֶץ)/땅의 백성들'에 관한 묵상(이영미)(IBP)
2025-09-11 22:32:03
묵상 관리자
조회수   56

'암 하아레츠(עַם הָאָרֶץ)/땅의 백성들'에 관한 묵상(이영미)

이영미

 

대한민국은 현대사에서 두 번에 걸친 대통령의 탄핵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하였다. 한 번은 정의실현을 염원하는 촛불집회를 이끈 민주 시민이 주역이었고, 다른 한 번은 응원봉을 들고, 키세스 담요를 두르며 밤새 추위를 이겨내면서 부당한 계엄을 막아낸 자발적인 시민이 주역이었다. 두 경우 모두 특정 그룹의 이익추구와 목적 달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정과 정의, 그리고 공공선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동력이었다. 동일한 경우는 아니지만, 구약성서에서도 관료정치에 반대하며, 공정과 분배정의를 위한 개혁을 주창하며 왕권의 교체시기에 개입했던 국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암 하아레츠(עַם הָאָרֶץ)'가 바로 그들이다.

암하아레츠(עַם הָאָרֶץ)는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쓰이지만,1) 왕정시대의 이스라엘 역사를 기술한 신명기 역사서에서 암하아레츠는 야웨에게 충성스러운 공동체로서 개혁운동에 참여한 농민세력을 가리킨다. (왕하 11:14,18,19,20; 15:52; 16:15; 21:24[x2])[1] 이스라엘 왕정 시대에서 암하아레츠가 왕권 교체에 참여한 첫번째 사례는 제사장 여호야다가 군대의 호응을 얻어 여왕 아달리야를 죽이고 요아스를 왕으로 옹립하는 데 동조한 사건이다.(왕하 11장) 열왕기하 11:20은 암 하아레츠를 도시민과 대조시킨다.

암 하아레츠(עַם הָאָרֶץ, 온 지방민들)은 기뻐서 뛰는데

[암] 하이르(הָעִיר, 수도 시민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달리야는 대궐에서 칼에 맞아 죽었다. (공동번역 개정판)

이로써 크리스토퍼 레빈(Christopher Levin)은 암하아레츠를 “유대 지방의 법적 권리가 있는 주민”으로 정의하고, 문익환은 이들을 “지방민 곧 농민”이라고 부른다. (<히브리 민중사>, 247)

열왕기하 11:17은 여호야다가 개혁 이전에 하나님과의 계약을 맺어 이들이 “야웨의 백성”임을 재확인했다고 부연 설명한다. 이어서 암하아레츠는 바알 신전으로 몰려가 이를 허물고 그 제단과 우상을 산산조각으로 부수었고, 바알의 사제 마딴을 제단 앞에서 죽인다. (왕하 11:18) 그러나 요아스의 종교개혁은 암아하레츠의 주도가 아니라 제사장 여호야다(종교권력)와 군대 중심의 관이 주도한 개혁으로 성전을 수리하는 정도이지 민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히브리 민중사>, 249)

암하아레츠가 개혁에 참여하여 새로운 왕을 옹립하는 데 참여했던 두번째 사건이 요시야의 등극 때 발생한다. (왕하 21:19-24) 요시야를 등극시킨 암하아레츠를 개역개정은 '그 국민'으로, 새번역과 새한글성경은 '그 땅의 백성'으로, 공동번역개정판은 '지방민'으로 번역하였다. 요시야의 어머니 여디다는 보스갓 출신인데, 보스갓은 블레셋 국경지대의 세펠라 지방의 성읍으로, 유다의 비옥한 농경지가 위치한 곳이다. 유다 농민운동의 지도자였던 미가 예언자의 고향인 모레셋 가드도 세펠라 지방의 성읍이다. 그러므로 세펠라 지방 출신 왕비의 아들인 요시야가 농민운동세력인 암하아레츠의 지지를 받는 건 매우 개연성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암아하레츠가 동조세력이 아니라 주체세력으로 변혁을 주도한다. 이 점이 요아스의 경우와 다르다. 문익환은 “요시아의 종교개혁이 관이 주도한 다른 종교개혁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배후에 농민혁명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라고 평가한다. (<히브리 민중사>, 250-51)

요시야 개혁의 핵심 내용은 성전에서 발견된 토라(율법책)에 근거한 야웨 신앙의 회복운동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암아하레츠의 행동의 동기는 계약 정신이다. 요시야 때 발견된 율법책이 신명기 법전(신 12-26장)이며, 신명기 법전은 “온 몸과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신 6:5; 16:16) “사회적 약자인 고아와 과부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향을 떠난 나그네와 레위를 돌보는 이웃사랑”(26: 11-13)을 강조한다. 요시야 왕은 암하아레츠의 꿈을 저버리지 않고, 지방성소를 중심으로 한 공권력의 해체를 통해 농민이 먼저인 국가를 세우고, 그것을 가로막는 적폐를 청산하고자 했다. 요시야 개혁은 여호야김을 앞세운 이집트 제국의 위성정권의 수립으로 강제 중단되고 말았지만 계약에 근거한 사회개혁으로 나아가는 시도를 보여준 사례였다.

지금까지 신명기 역사서에서 암아하레츠가 야웨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사회개혁에 참여한 두 사례를 보았다. 이를 통해 최근의 한국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집단적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예언자적 개혁의 목소리를 견지하며,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에 근거를 둔 개혁의 외침을 외쳐야 함을 되새기게 한다. 암아하레츠의 개혁 사례를 통해 그들을 움직인 동력은 두 경우 모두 하나님과의 계약, 즉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복음이었지 집단의 이익에 근거하지 않았던 점을 기억하며 묵상을 마친다.

인용출처: 문익환. <히브리 민중사>개정판. 정한책방, 2018.

각주 1) 가령 제2성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에스라 4:4의 암하아레츠는 포로로 잡혀가지 않고 유다에 남아있었던 백성을 가르킨다.

https://ibp.or.kr/wordspostachio/?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7236748&t=board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첨부 파일
공지 홈페이지 개편에 따른 [오늘의 묵상] 게시판 이용을 안내드립니다. 관리자 2025-09-08 88
2939 2025년 9월 13일 (토) 사진그림묵상_갯바위 위의 노래-김민수 목사    묵상 관리자 2025-09-12 41
2938 2025년 9월 12일 (금) 일점일획_'암 하아레츠(עַם הָאָרֶץ)/땅의 백성들'에 관한 묵상(이영미)(IBP) 묵상 관리자 2025-09-11 56
2937 2025년 9월 11일(목) - 하늘씨앗향기_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김옥성 목사) 묵상 관리자 2025-09-10 64
2936 2025년 9월 10일 (수) 십자가 묵상 -인류의 십자가(2)(김홍한목사)    묵상 관리자 2025-09-10 49
2935 2025년 9월 9일(화) - 로중_‘주님의 인자하심과 사랑을 배우고 체득하여 삶의 가치와 안내로 삼게 하소서!’_이주형목사 묵상 관리자 2025-09-08 121
2934 2025년 9월 8(월) - 빌레로부터 온 이야기-'기대와 실망을 넘어, 참된 소망으로'_윤태현 목사    묵상 관리자 2025-09-07 104
2933 2025년 9월 7일 (주일) 말씀과삶(제자의 삶), 478장 주님 주신 길을 따라    묵상 관리자 2025-09-06 126
2932 2025년 8월 28일(목) - 하늘씨앗향기_성령의 선물!(김옥성 목사) 이종덕 2025-08-27 243
2931 2025년 8월 27일 (수) 십자가 묵상 -신비한 십자가(김홍한목사) 이종덕 2025-08-26 142
2930 2025년 8월 26일(화) - 로중_‘주의 말씀에 청종하여 복을 얻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_이주형목사 이종덕 2025-08-25 146
2929 2025년 8월 25(월) - 향린 묵상-'갈등 지능'_한문덕 목사 이종덕 2025-08-25 164
2928 2025년 8월 24일 (주일) 말씀과삶(내가 내 말을 네 입에 맡긴다), 299장 하나님 사랑은 이종덕 2025-08-23 134
2927 2025년 8월 23일 (토) 사진그림묵상_작업화-김민수 목사 이종덕 2025-08-22 141
2926 2025년 8월 22일 (금) 일점일획_Σαδδουκαῖος(사두카이오스, 사두개인)에 대하여(김범식(IBP) 이종덕 2025-08-21 86
2925 2025년 8월 21일(목) - 하늘씨앗향기_사랑이 없으면!(김옥성 목사) 이종덕 2025-08-20 99
1 2 3 4 5 6 7 8 9 10 ... 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