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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금) 일점일획_제자 빌립(Φίλιππος) 대하여(김범식)(IBP)
2026-10-02 08:19:10
묵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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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빌립(Φίλιππος) 대하여

김범식

예수님의 열 두 제자 목록(마 10:2-4; 막 3:16-19; 눅 6:14-16; 행 1:13)에서 첫째 그룹은 어부들로서 시몬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의 이름이 항상 앞부분을 차지하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중간 그룹은 빌립, 바돌로메, 마태, 도마이다. 이 중간 그룹의 이름들은 조금씩 순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항상 첫째로 등장하는 이름은 빌립(Φίλιππος 필리포스)이다. Φίλιππος(필리포스)의 원어적인 뜻은 φίλος와 ἵππος (필로스 + 히포스)의 합성어로서 “말을 사랑하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이름을 지은 가정의 배경은 말을 소유한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은 집의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런 꿈과 야망을 지닌 가정의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역사에 처음 이 이름을 사용한 사람은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이며,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통일하고, 동방으로 진출하려는 원대한 꿈을 꾸었으나 살해당하고, 동방원정의 꿈을 아들 알렉산더가 이루었다. Φίλιππος(필리포스)의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 헤롯 대왕의 아들로서 갈릴리 동북부 지역인 이두래와 드라고닛 지방의 분봉 왕 Φίλιππος(필리포스)가 있다(눅 3;1). 이 분봉왕은 파니아스라는 헬라도시에 아우구스투스 신전을 짓고, 도시 이름을 Καισαρείας τῆς Φιλίππου (빌립의 가이사랴)라고 개칭하였다. 지리적으로 사도 바울이 유럽의 중요한 선교거점으로 삼았던 마케도니아 지방의 도시 빌립보는 마케도니아 왕 빌립 2세가 도시 크레니데스를 정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따라 개칭하여 빌립보(Φίλιπποι)라고 칭하였다.

역사적 정치적 지역적 이름의 배경을 지닌 이름을 가진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빌립(Φίλιππος)은 어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함께 길릴리 호수의 유대인 어촌 벳새다 사람이라고 소개되었다(요 1:44). 갈릴리에서 빌립은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친구였던 나다나엘을 찾아가서 예수가 메시아이심을 알리며 소개하고, 나다나엘도 주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인도자가 되었다(요 1:45). 요한복음은 빌립이 벳새다 사람이지만 어부로 살지 않고, 메시아의 오심을 꿈꾸며 기다리는 사람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

나다나엘은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날 수 없다고 말했지만, 빌립은 율법과 선지자들이 예언한 메시아가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빌립은 단순히 예수를 따르게 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성경의 예언들을 찾아보고, 나사렛 예수의 출신과 모습을 지켜보고 계산해 보고 내린 결론을 가지고 예수의 제자가 된 것이었다. 자기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친구 나다나엘을 설득한 것이었다. 

빌립의 계산적인 모습은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를 기록한 모든 복음서 중에서 오직 요한복음에만 기록이 되어 있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하시니,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요 6:5-7).

주님은 빌립의 고향 벳새다 광야에 있는 군중에게 어떻게 양식을 사서 먹여야 할지를 제자 빌립에게 물었고, 빌립은 기다린 것처럼 군중이 각각 돈을 조금씩 내고, 부족한 것은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백 데나리온을 보태자고 대답하였다. 아마 빌립은 예수가 메시아라고 믿고 따랐는데, 모세처럼 하늘의 만나를 먹이지 못하여 군중을 실망시키기 보다는, 군중을 먹이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 모습에서 빌립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또 아버지깨로 돌아가신다는 주님의 말씀에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면 만족하겠습니다(요 14:8)라고 항변한다. 아마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주님을 따르는데, 떠나시겠다는 주의 말씀에 당황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제자 빌립이었다. 그때 주님은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서도 아버지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빌립에게 주님을 통하여 아버지를 보고 있음을 알려준다.

 요한복음은 두 번째 그룹의 첫째 사람 빌립은 꿈과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과 이해타산을 따지는 제자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님은 인간의 계산과 적당한 타협 너머의 계시는 존재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님에 대한 신앙은 현실적인 계산과 방법이 아닌 계시적이며 미래적이며 초월적이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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