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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읽는 지혜_효율의 시대, 본질을 묻다 (유대은 목사)
2026-08-05 09:55:51
관리자
조회수   202

주변을 읽는 지혜_효율의 시대, 본질을 묻다.

습하고 덥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꼭 해야하는 일이 있다.
바로 구들방에 군불을 지피는 일이다. 
구들방의 흙은 습을 먹고 뱉는 성질이 있어서 곰팡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장작을 넣고 불쏘시개에 불을 붙인다.
땀을 흘린 덕분에 구들의 흙바닥이 고슬고슬해졌다. 

삼복의 절기, 농촌은 땀을 흘리는 때다.
이삭이 펴기 전에 논둑베기를 끝내고 콩밭의 북주기와 들깨밭의 김매기를 마친다.
고추를 키우는 농가는 고추따기가 한창이다.
해가 어스름하게 뜰 때부터 빨갛게 익은 고추를 손으로 따신다.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온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자본주의는 ‘효율’이라는 시스템 위에 작동한다.
쉽게 생각하자면, 내가 농사 짓지 않아도 잘 진열되어 이쁘게 포장되어 상품화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자본주의를 지나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상상’과 ‘고민’, ‘능력’까지도 그렇게 되었다. 자본은 우리에게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시간’과 ‘편리’를 선사하며 했다. 때에 따라 씨를 뿌려 거두기 까지의 시간을 ‘돈’으로 환원한다. 땀을 흘리는 수고와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다. 노력 없이도 클릭 몇 번 만으로도 작업의 산물을 낼 수 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를 직접 생산할 필요가 없는 ‘효율의 시대’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농산어촌은 그렇게 생산지가 되었고 도시는 소비지가 되었다. 

시간이 남고 편리해지는 효율성은 인간의 ‘욕망’에 더 가까워지게 했다. 자본과 AI로 몸을 쓰지 않고 마음을 쓰지 않고 생각을 쓰지 않는 그 시간에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한다. 더 맛있는 것, 더 넓은 집, 더 비싼 옷, 더 즐거운 것, 더 큰 성취감을 찾는다.

이럴 때, 우리는 ‘본질’을 물어야 한다. 


땀을 흘리며 일하고 돌아와 마시는 냉수 한 사발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꿀맛이다.
더운 여름 풀을 매고 물을 주어 애쓰고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이 가장 큰 보람이다.
모양은 제 각각이지만 식탁 위에 채워지는 농부의 밥상에는 유명한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성함이 있다.
느리지만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가 가장 따뜻한 겨울을 선사한다. 
상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현실이 되었을 때 가장 뿌뜻하다.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자리’를 묻는 물음으로
‘효율’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쏟아내는 열정으로 
한 발자국 후퇴(Retreat)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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