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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금) 일점일획_"기적"에 관한 묵상 (우진성)(IBP)
2025-10-16 21:19:35
묵상 관리자
조회수   61

"기적"에 관한 묵상 (우진성)

 

헬라어 기적 

 

신약성경에서 "기적"의 의미를 담아 주로 사용된 헬라어 단어는 δύναμις(듀나미스), σημεῖον(세메이온), τέρας(테라스)이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듀나미스로 119번 사용되었고, 다음은 세메이온으로 77번, 그리고 테라스는 16번 사용되었다. 

이 세 단어는 모두 상식과 합리적 사고 밖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일이라는 일반적 의미의 "기적"을 가리키는데, 각각의 언어적 의미를 세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 신약성경에서는 세 단어 중 두 단어가 짝을 이루어 사용되는 경우는 많, 심지어 세 단어 모두 나열되는 경우도 있다. 하나만 예로 들자면,

 

사도행전 2:22 

이스라엘 사람들아 이 말을 들으라 너희도 아는 바와 같이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로 큰 권능과 기사와 표적(δυνάμεσι καὶ τέρασι καὶ σημείοις 듀나메시 카이 테라시 카이 세모이오이스)을 너희 가운데서 베푸사 너희 앞에서 그를 증언하셨느니라

 

흔히 "기적"(듀나미스)은 공관복음에서 기적을 말할 때 사용되고, "표적"(세메이온)은 요한복음이 기적을 말할 때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메이온은 요한복음에만 사용된 단어가 아니다. 공관복음에서 16번이나 사용되었고, 세 복음서 모두에 골고루 사용되었다.(마 12:28, 16:1, 3, 24:3, 24, 30, 26:48, 막 8:11, 12, 13:4, 22, 16:17, 20, 눅 2:12, 34, 11:16, 29, 21:7, 11, 25,  23:8) 따라서 공관복음서 저자들이 세메이온과 듀마니스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구별하여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듀나미스는 요한복음에 나오지 않는다. 요한복음은 세메이온(주로 복수형 세메이아)만을 사용한다. 단 한번 세메이아가 테라스와 함께 사용되었지만(요 4:48, "표적과 기사"), 요한복음에서 테라스의 사용도 이 한번 뿐이다. 요한복음은 듀나미스, 세메이온, 테라스 중 의도적으로 세메이온을 골라 사용하며 자신의 신학적 의미를 담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적의 의미 

 

이렇게 성경에 기적의 의미로 사용된 단어들을 일별하였으니, 이제 기적의 의미를 살펴보자. 세상에서 말하는 기적과 성경이 말하는 기적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기적은 한마디로 mystery와 동의어이다. 미스테리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기적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서 통영되는 기적은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앞으로 과학이 더 발전하면 과학적으로 해명되고 설명이 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난 것은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기적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기적은 그것과 다르다. 성경에는 수 많은 기적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모든 기적 이야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적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적을 통하여 주시는 메시지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이다. 따라서 성경의 기적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이 중요하다. 기적 속에서 주님의 메시지를 듣고 볼 안목이 있냐 여부에 따라 같은 사건이 어떤 이에게는 기적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우연이 된다. 

 

복음서의 기적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보자. 기적과 믿음(=안목, 관점)의 관계를 살펴보자. 

마가복음의 경우는 믿음이 기적에 선행한다. 즉, 믿음이 있어야 기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보자. 

 

마가복음 5:25 - 34 

그런데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자가 있었다. 여러 의사에게 보이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재산도 다 없앴으나, 아무 효력이 없었고, 상태는 더 악화되었다. 이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서, 뒤에서 무리 가운데로 끼여 들어와서는,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다. (그 여자는 “내가 그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나을 터인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곧 출혈의 근원이 마르니, 그 여자는 몸이 나은 것을 느꼈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안심하고 가거라. 그리고 이 병에서 벗어나서 건강하여라.”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자에게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그 여자의 믿음이다. 마가복음에서는 믿음이 기적의 전제이다. 

반면 요한복음이 말하는 기적과 믿음의 관계는 다르다. 요한복음은 기적이라는 말 대신 표적이라는 말을 사용하니 요한 언어를 따르겠다. 표적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믿음과 상관없다. 주님께서 일방적으로 일으키신다. 문제는 이 표적에 대한 응답이다. 표적에 대한 바른 응답은 믿음이다. 표적을 통하여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는 구조가 요한복음 표적이야기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한복음 2:10 - 11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그 후에 예수께서 그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으로 내려가셨으나 거기에 여러 날 계시지는 아니하시니라.

 

표적이 먼저 일어났다. 이 표적은 관련된 인물들의 믿음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이 표적이 관련된 인물들의 믿음을 불러 일으킨다. 전형적인 요한복음 방식이다. 이 구조를 요한복음은 이렇게 설명한다.  

 

요한복음 20:30 - 31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표적의 목적이 믿음을 갖게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기적없는 삶은 없다 

 

이런 차이점은 우리에게 기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마가복음 패턴에 익숙하다. 우리 스스로에게 마가복음의 등장인물과 같은 믿음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삶에 기적이 일어날 것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설마 내 삶에 기적이 일어날까? 요한복음의 패턴은 우리 삶에 기적이 일어나는데 반드시 우리의 믿음이 선행되거나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우리의 믿음이 약하거나 아예 없다 하더라도 우리 삶에 기적은 일어난다. 기적을 일으키시는 궁극적 주체는 우리의 믿음이 아니라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선물처럼 기적을 주신다. 사실 기적 없는 삶은 없다. 문제는 우리 삶에 일어나는 기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기적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믿음으로 응답하기를 원하신다. 

기적과 믿음의 관계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 믿음이 있다면 이제까지 과학의 언어로 이해해 온 일들이 신앙의 언어로 이해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 삶의 훨씬 많은 부분들이 기적으로 이해 될 수 있다. 믿음이 있다면 살아 있음이 기적이고 숨쉬는 일 먹고 싸는 일 우리의 일상 모두가, 놀라운 기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신앙의 삶은 그런 것이다. 우리 삶에서 기적을 회복한다는 것은 계몽주의 이전의 낡은 세계관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과학과 이성의 이름으로 우리가 잃은, 우리 삶의 소중한 요소를 찾자는 움직임이다. 성경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기를 독려한다.  

https://ibp.or.kr/wordspostachio/?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7923084&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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