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8일 (토) 사진그림묵상_떨어지는 것들에 대하여-김민수 목사
2025-10-17 22:25:09
묵상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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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가을은 물러남의 계절이다.
한때 푸르고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바람에 등을 떠밀리듯 하나둘 땅에 내려앉는다.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은 애잔하다.
하지만 가을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무는 낙엽을 흘려보내고, 낙엽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흙은 다시 뿌리를 감싸 안는다.
가을을 보며 배운다.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야 할 때가 있고,
놓는 것이 끝이 아니라 순환의 시작이라는 것을.
떨어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리를 향한 이동일지도 모른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그 소리는 “너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계절도, 잎도, 마음도 다 흔들리고 떨어지며 살아간다고.
어쩌면 우리 삶도 그렇게,
한 해의 열심을 한 장씩 떼어내며 성숙해지는 것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색은 떨어지기 직전에 비로소 드러나고,
가장 깊은 고요는 떠난 자리를 지나며 찾아온다.
가을은 말한다.
지금 떨어지는 것이 있어도 괜찮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흙이 되는 길도 결국은 살아 있는 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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