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을 **
시편 104편 19절
"때를 가늠하도록 달을 지으시고, 해에게는 그 지는 때를 알려 주셨습니다.(새번역 성경)
노을
도종환
그대가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능소화보다 더 진한 노을이 그대 뒤에 있었다
그대가 기진맥진해 있을 때
감빛 노을에 어둠의 먹물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대의 한쪽 무릎이 주저앉을 때
노을은 한쪽 가슴이 까맣게 타고 있었다
포기하지 마라
재가 된 하늘 위에 사리 같은 별이 뜬다
그 별이 더 많은 별을 불러올 것이다
땀방울에 섞인 눈물 닦고 허리를 펴라
어둠 속에 어둠만 있는 게 아니다
저녁 바람도 초승달도 모두 그대 편이다.
** 낮이 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하는 시간이 노을이 꽃피는 시간입니다.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차지하지 않고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 주는 마침과 시작이 함께 공존하기에 노을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시인은 “그대가 기진맥진해 있을 때/ 감빛 노을에 어둠의 먹물이 흘러들고 있었다/ 노을은 한쪽 가슴이 까맣게 타고 있었다”고 묘사했고, 강민숙 시인은 ‘감빛은 잘 익은 감의 빛깔과 같은 주황색 황홀경에 점차 먹빛이 번지는 모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노을이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어둠의 먹물 안에 희망의 씨앗을 품고 흘러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시편 저자의 표현처럼 해는 노을이라는 때를 통해 어둠 속에 별이 희망의 씨앗으로 들어 있음을 알려줍니다.
때를 알려주는 노을 덕분에 우리는 어둠을 마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게 됩니다.
“포기하지 마라/ 재가 된 하늘 위에 사리 같은 별이 뜬다/ 그 별이 더 많은 별을 불러올 것이다/ 어둠 속에 어둠만 있는 게 아니다/ 저녁 바람도 초승달도 모두 그대 편이다.”
해가 지고 재가 된 노을 안에서 사리 같은 작은 별이 뜨는 것을 봅니다.
사리 같은 별이 더 많은 별을 불러오는 하늘의 시간이 노을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저녁 바람도 느낄 수 있고, 초승달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낮과 밤이 혼합되어 있기에 노을은 황홀한 시간인 것입니다.
노을을 통해 희망의 씨앗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지를 알게 됩니다.
마지막 골목에 이를 때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둠이라는, 절망이라는, 우리가 분별해야 내야 할 단어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아름다운 시이었습니다.
“때를 가늠하도록 달을 지으시고, 해에게는 그 지는 때를 알려 주셨습니다.(새번역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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