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로마서 8장 26절
"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 것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새번역 성경 로마서 8장 26절)"
오래된 기도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기도는 하나님 앞에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리는 영적인 행동입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을 가슴이 느끼는 과정이 기도입니다.
기도는 머리가 생각하는 것을 가슴에서 이루어가는 체험입니다.
머리가 상상하고, 가슴이 반응한 단어를 하늘로 날려 보내 마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는 작업이 기도입니다.
그럼으로 작은 몸짓으로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능력입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기도는 아주 작은 몸짓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미 오랜 세월 동안 해왔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고, 걸으면서 이름을 불러 마음을 모을 수 있기에 기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행동을 기도라고 여기지 않고, 기도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기도는 오랜 습관처럼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내 몸처럼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말, 저런 몸짓이 모두 기도가 됩니다.
‘이런 것도 기도가 되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행동들도 기도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거나 숨을 천천히 들어 마시는 순간도 기도가 되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기도이기에 기도를 통해 섬과 섬 사이가 이어지고 삶과 죽음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통해서, 인간의 모든 순간에서 기도는 존재해 왔습니다.
인간은 기도하지 않고 살아온 적이 없습니다.
기도가 힘들고 어렵게 여겨지는 것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기도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도하기에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정성을 다하지 않고 과거에 매달리고, 미래의 생각을 가득 채워 기도하기에 힘이 드는 것 뿐입니다.
아바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지하지 않고 기도하기에 어렵게 느낍니다.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쏟으며, 그 순간에 오롯이 머물러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거나 숨을 천천히 들어 마시면 기도가 됩니다.
줄여서 말하면 순간을 정성스럽게 하나님께 연결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에 정성을 담아 하늘로 연결하면 그 행동을 통해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께 이어지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욱 우리가 위로 받고 용기를 얻게 되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연약한 나의 기도 현실을 아시는 주님께서 주신 위로의 말씀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전합니다.
"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 것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새번역 성경 로마서 8장 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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