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디아코니아)에 관한 묵상
"봉사"를 뜻하는 헬라어 단어는 διακονία(디아코니아)이다. 이 단어는 전치사 δια와 "먼지" 혹은 "재"(ashes)를 뜻하는 κόνις(코니스)의 합성어이다. 혹자는 이 조합으로부터 코이노니아의 의미를 추출하여, "먼지 많은 길을 가는 것" "먼지를 뒤집어 쓰고 일하는 것"으로 디아코니아를 해석하기도 하지만, 디아코니아와 코니스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성경 밖 세속 그리스어 용례에서 디아코니아는 다음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먼저는 식탁 시중이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기본적 의미이다. 이 의미가 확장되어 다음으로는 가사 노동 일반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 의미가 다시 확장되어 봉사 일반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첫 의미인 식탁 시중은 자유인 남성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 의미로 사용된 예는 적은 반면, 세 번째 의미(service 봉사)는 공동체(예를 들어 polis)를 위한 봉사라든지 신을 위한 봉사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오늘 날에 디아코니아는 세 번째 의미로 주로 알려졌는데 세속적 용례에 따라 정의하자면 디아코니아는,
1)자기 자신과 연관된 사람이나 공동체를 위하여
2)자원하여
3)자신을 희생하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디아코니아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한글 성경에서는 디아코니아가 다양하게 번역되었는데, 아래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경에서 디아코니아는 세속의 용례와 달리,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에 관련된 언어로 사용되었다.
헌금
먼저는 헌금이다. 이 헌금은 오늘날 우리가 드리는 (지교회를 위한)헌금과는 다르다. 예루살렘 교회에 보내는 헌금이다. 이 헌금은 "가난한 자들을 기억하기로 했다"는 갈라디아서 2장 10절에서 보고되는 예루살렘 회의의 합의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예루살렘 교회가 왜 가난한 자들과 동일시 되었고 이방 교회의 헌금이 필요하였는지는 별도로 다룰 주제이지만, 바울 사도는 예루살렘 교회에 보낼 헌금을 모금하였고, 이때 드린 "헌금" 혹은 "헌금하는 행위"를 디아코니아라 불렀다. 아래 성경 구절들이 이를 보여주는데, 괄호 부분은 디아코니아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어도 결국은 헌금을 일컫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맥을 담고 있다.
고린도후서 9:11-13a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모든 일에 부요하게 하시므로, 여러분이 후하게 헌금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여러분의 헌금을 전달하면, 많은 사람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수행하는 이 봉사διακονία의 일은 성도들의 궁핍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감사를 넘치게 드리게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이 봉사의 결과로διὰ τῆς δοκιμῆς τῆς διακονίας ταύτης, 그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
로마서 15:31
나로 유대에서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로부터 건짐을 받게 하고 또 예루살렘에 대하여 내가 섬기는 일διακονία μου을 성도들이 받을 만하게 하고
(cf.25 그러나 이제는 내가 성도를 섬기는 일로 예루살렘에 가노니 26 이는 마게도냐와 아가야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도 중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쁘게 얼마를 연보하였음이라.)
고린도후서 8:4
이 은혜와 성도 섬기는 일에 참여함에 대하여τὴν κοινωνίαν τῆς διακονίας τῆς εἰς τοὺς ἁγίους 우리에게 간절히 구하니
(cf. 2 환난의 많은 시련 가운데서 그들(=빌립보교회를 비롯한 마케도니아의 여러 교회)의 넘치는 기쁨과 극심한 가난이 그들의 풍성한 연보를 넘치도록 하게 하였느니라.)
고린도후서 9:1
성도를 섬기는 일에 대하여는Περὶ τῆς διακονίας 내가 너희에게 쓸 필요가 없나니
(cf. 11 너희가 모든 일에 넉넉하여 너그럽게 연보를 함은 그들이 우리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게 하는 것이라.)
그리스도의 몸을 세움
디아코니아가 사용된 두 번째 범주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데 드리는 헌신이다. 위의 헌금이 물질을 드리는 것이라면 이 범주는 몸을 드리는 헌신에 가깝다. 성도들의 봉사의 일이나, 사도들의 말씀의 섬김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에베소서 4:11
그분이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예언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도자로, 또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습니다. 12 그것은 성도들을 준비시켜서, 봉사의 일을 하게 하고εἰς ἔργον διακονίας,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6:4
우리는 기도하는 일과 말씀을 섬기는 일τῇ διακονίᾳ τοῦ λόγου(=말씀으로 섬기는 일)에 헌신하겠습니다.
고린도전서 16
15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스데바나의 가정은 아가야에서 맺은 첫 열매요, 성도들을 섬기는 일εἰς διακονίαν τοῖς ἁγίοις에 몸을 바친 가정입니다.
16 그러므로 여러분도 이런 사람들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고 또 그들과 더불어 일하며 함께 수고하는 각 사람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주신 사명과 직분
디아코니아가 좁은 의미의 봉사의 일로 사용되는 것을 넘어, 넓은 의미에서 맡겨주신 직분과 사명을 감당하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용례이다. 그 직분/사명은 다름 아닌 전도자의 일이요, 이방인에게 복음 전하는 사도의 일이요,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화해자로서의 일을 말한다.
사도행전 20:24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τὴν διακονίαν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로마서 11:13
이제 나는 이방 사람인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내가 이방 사람에게 보내심을 받은 사도이니만큼, 나는 내 직분τὴν διακονίαν μου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고린도후서 4:1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어서 이 직분을 διακονίαν ταύτην 맡고 있으니, 낙심하지 않습니다.
고린도후서 6:3
우리가 이 직분이διακονία 비방을 받지 않게 하려고 무엇에든지 아무에게도 거리끼지 않게 하고
골로새서 4:17
그리고 아킵보에게 "주님 안에서 받은 직분을 유의하여 완수하라"βλέπε τὴν διακονίαν ἣν παρέλαβες ἐν κυρίῳ고 일러주십시오.
디모데후서 4:5
그러나 그대는 모든 일에 정신을 차려서 고난을 참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그대의 직무를τὴν διακονίαν σου 완수하십시오.
고린도후서 5:18
이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우셔서, 우리를 자기와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τὴν διακονίαν τῆς καταλλαγῆς 맡겨 주셨습니다.
남 대접
위에서 살핀 성경 속 디아코니아 세 가지 용례는 모두 "교회를 세우는 일"에 향해 있다면, 디아코니아의 세속적 의미를 담고 있는 구절은 아래 한 구절에서만 찾아 볼 수 있다.
누가복음 10:40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περὶ πολλὴν διακονίαν 분주하였다.
이상의 용례를 통하여, 성경에서 디아코니아는 세속적 용법과 달리 한 가지 방향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디아코니아가 헌금을 뜻하든지, 헌신을 뜻하든지, 사명을 뜻하든지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세우는 데 대한 언어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속의 용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봉사의 뜻으로는 마르다의 섬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스도의 몸이 세워지기까지 그 몸의 지체들이 드리는 헌금과 헌신 일체가 디아코니아이며, 교회는 디아코니아를 통하여 세워진다. 그런데 교회가 세워지고 나면, 교회는 예수님 하신 일을 이어가며,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이 되어야 한다. 요한복음 14장에서 주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요한복음 14:12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일도 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께로 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를 믿는 사람"은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전부, 곧 교회를 일컫는 말이다. "나를 믿는 사람"에 대한 원어는 ὁ πιστεύων으로 관사+분사 꼴로, 개인을 말하기 보다는 집단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디아코니아에 대하여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디아코니아에 의해 교회가 세워지고, 세워진 교회는 세상 속에서 "주님 하신 일"을 이어가야 한다. 교회는 그렇게 세워지고 그렇게 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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