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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4일 (금) 일점일획_‘바알스본’에 관한 묵상(IBP)
2025-10-23 22:12:30
묵상 관리자
조회수   198

‘바알스본’에 관한 묵상

 

바알스본은 출애굽기 14장 2절에서 ‘자유의 몸’이 된 이스라엘이 새롭게 마주하는 현실이다. 억압과 공포라는 믹돌의 방식과 다른 유혹과 예속을 암시하는 공간이며 대상이다. 출애굽 경로에서 바알스본의 위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지도에 따라 고센의 동쪽 지중해와 남쪽 수에즈만 등 두세 군데 표기되기도 한다. 또한 바알스본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지도까지 있어 혼란은 가중된다. 바알스본의 정확한 지점을 확인할 수 없다면 어원에서 출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알스본은 사실 ‘바알’과 ‘스본’이 결합된 합성어다. 그러니 ‘바알’(בַּ֣עַל)과 ‘스본’(צְפֹ֔ן) 그리고 ‘바알스본’(בַּ֣עַלצְפֹ֔ן) 등 세 가지 용례를 모두 분석해야 한다.

 

1) 바알: 역사적으로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에게 끊임없는 유혹과 경계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바알이 가나안의 정착과 농경 문화라는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바알의 다산과 풍요가 광야를 통해 다져진 야웨 신앙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이지 않는’ 야웨의 현존과 계시, 그리고 말씀에 의존하는 ‘귀의 종교’에 있어서 바알의 매력은 강력했다. 언제 어디서든 끌려가기 쉬웠기에 처음부터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바알은 가나안의 최고 신으로 풍요와 다산을 관장하는 농경 신이었다. 사전적으로는 ‘주인,’ ‘상급자’를 뜻하고 아랍어 동사로 ‘(첩을) 소유하다,’ 구스(Cuth)어로는 ‘부유하게 되다’를 가리킨다. 일반 명사로 남편(출 21:22; 삼하 11:26) 또는 주종관계의 종주권자(사 16:8)를 가리키는 용어 등으로 활용되었다. 고대 가나안에서 바알은 그만큼 상징성이 컸고 광범위하게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여러 곳에 등장한 것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바알 신앙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분포되었으며 그 영향력은 이집트의 나일강 하류에서 가나안 거의 모든 일대에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바알은 출애굽 이후 가나안 진입, 사사시대를 거쳐 남북 분열 이후 아합(기원전 871-852) 때에 절정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왕상 18장). 갈멜 산 대결에서 야웨가 승리했지만(왕상 18:39) 바알 신앙의 끈질긴 위협과 생명력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

 

다음의 지명과 인명을 보면 바알 세력이 얼마나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었는지 알 수 있다. 우선 바알은 사람이나 지역과 결합되어 자주 언급된다. 예컨대 바알스본(출 14:2), 바알므온(민 32:38), 바알브올(민 25:3; 호 9:10), 바알갓(수 11:17), 바알라(수 15:9), 기럇바알(수 15:60), 바알랏브엘(수 19:8), 바알브라심(삼하 5:20), 바알브릿(삿 8:33), 바알다말(삿 20:33), 바알하솔(삼하 13:23), 바알세붑(왕하 1:2; 마 10:25), 바알하몬(아 8:11),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인명으로는 바알하난(창 36:38; 대상 1:49), 기드온의 가나안식 이름 여룹바알(삿 6:32), 엘바알(대상 8:11), 에스바알(대상8:33), 므립바알(대상 9:40) 등으로 지명에 비해 적다. 나중에 여룹바알은 여룹보셋, 에스바알은 이스보셋, 므립바알은 므립보셋으로 각각 개명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자처한다. 후대의 신학적 성찰이 반영된 개명일 것이다. 이와 같이 구약에 인명 및 지명이 바알과 합성된 명칭이 빈번하게 쓰이는 이유는 바알 신앙이 그만큼 이스라엘과 유다의 생활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있었다는 뜻이다.

 

2) ‘스본/사본’(צְפֹ֔ן): 구약에 152 차례 나오는데 동사와 명사의 경우로 정리할 수 있다. 주로 ‘북쪽’을 가리키는 뜻으로 번역되고 ‘스본 또는 사본’은 드물게 소리를 옮긴 음역이다. 동사로 ‘숨기다, 엿보다, 보관하다’는 뜻으로 쓰인다(출 2:2; 욥 15:22; 21:19; 시 10:8; 17:14; 27:5; 83:4; 119:11; 잠 25:23; 호 13:12). <개역개정>은 ‘북극,’ ‘북편,’ ‘북방’ 등으로 번역한다(출 26:20; 민 34:7; 욥 26:7; 시 48:2; 89:12; 잠 25:23; 아 4:16; 사 14:13; 렘 3:18; 겔 21:9; 슥 2:10; 6:8). 음역으로 ‘스본’은 단독으로 민수기에 한 번(민26:15), ‘바알스본’으로 두 차례(출 14:2; 민 33:7), ‘사본’은 여호수아에 한 번(수 13:27) 언급된다.

우가릿 문헌에서 스본/사본은 시리아와 팔레스틴 경계의 거룩한 산이다. 리핀스키(E. Lipiński)는 스본이 어디인지 추적하면서 신화적인 의미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바 있다. 고대 근동에서 스본/사본은 가나안의 주신 ‘바알’의 거처 또는 예배처로 알려졌다(수 13:27). 제우스 신전이 자리한 올림피아와 같은 바알 종교의 중심지라고 보면 된다.

한편 셈족어에서 방향의 기준이 항상 북쪽이라는 점은 스본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서다. 곧 스본이 방향을 지시하는 북쪽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 ‘본거지’라는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다. 즉 동사 ‘감추다’의 수동형을 강조한 한자 ‘은거지’라는 풀이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덧붙여 에스겔은 스본을 폭풍우와 관련된 자연 현상으로 묘사한다(겔 1:4; 38:6,15, 39:2). 비슷한 구절은 잠언에도 나온다. ‘사본의 바람이 비를 일으킴 같이’(잠 25:23). 이렇듯 스본/사본은 바알 신앙의 바람, 비, 천둥, 번개 등과 함께 북쪽 공간의 상징성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스본은 바알과 그를 추종하는 신들이 거주하는 공간, 또는 바알의 성소라는 의미를 확보한 것이다.

 

3) 바알스본:    직역하면 ‘바알의 북편,’ 또는 ‘북방의 주인’이다. 또한 앞에서 분석한 대로 바알스본은 ‘바알의 본거지,’ 혹은 ‘북방의 터줏대감’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제 바알스본이 왜 출애굽의 초기 여정에 등장하는지 물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속박의 땅’ 이집트를 벗어났지만 그들 앞에는 또 다른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출 14:2). 곧 폭풍과 풍요, 비와 다산의 신 바알, 그의 본거지 바알스본을 눈앞에 마주하게 된 것이다. 출애굽 이후 자유의 기쁨을 누리던 순간 이스라엘은 예기치 못한 복병 바알과 그들의 본거지를 바로 눈앞에서 직면한다. 사실 바알은 이후 광야생활과 사사시대를 넘어 안정된 왕국을 건설한 후에도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유혹에 빠뜨리고 넘어지게 하였고, 바알스본은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바알의 본거지였던 셈이다. 바알의 다산과 풍요의 가치는 이스라엘 야웨 신앙을 필연적으로 혼합주의에 물들게 하는 대상이었다(삿 2:11-15, 3:8-11; 왕상 16-18). 곧 ‘보이는 신’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의 야웨 신앙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는 바알에 대하여 초기부터 경각심을 갖을 수밖에 없었다. 유혹은 항상 ‘먹음직 하고 보암직 하고 탐스러우며’ 달콤하다(창 3:6). 출애굽의 자유를 지나치게 만끽하다가 은연 중 빠져들 수 있는 바알의 본거지가 바로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https://ibp.or.kr/wordspostachio/?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7972917&t=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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