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찍으며
마태복음 11장 28절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쉼표를 찍으며
박성룡
난 요즘 즐겨 쉼표(,)를 찍는다.
서두르지 않고 잠시 쉬어가기 위함이다.
지루했던 길 고단했던 발걸음에 쉼표를 찍고,
잠시 쉬었다 걷기로 한다.
헐떡이던 숨소리에 쉼표를 찍고,
부질없는 생각에 슆표를 찍고,
쉬어 가기로 한다.
하늘을 우러러 쉼표를 찍고,
땅을 굽어 쉼표를 찍고,
산과 들 바다를 마주하며 쉼표를 찍는다.
언젠가는 다가올 마침표(.),
그 작은 동그라미 속에 아주 들어가 갇히기 전에
느긋한 마음으로 쉼표를 찍는다.
** 제목과 달리 “언젠가는 다가올 마침표(.)”라는 시구에 마음이 쓰여 시인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시는 시인이 세상을 떠나는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쓴 시라는 사실입니다.
‘아, 본인의 시간을 알고 있었구나…….’
마음이 짠하고 뭉쿨했습니다.
? ! , . 물음표 느낌표 쉼표 마침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문장부호이지만 시를 읽은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쉼표(,)가 갑자기 “더 깊게 쉬어라”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가 깨닫습니다.
‘언젠가 내 생도 마지막엔 마침표를 찍을 것인데…… 내가 잊고 있었구나.’
일찍 가도 마침표, 느껴가도 마침표이니 굳이 고단한 길을 쉬지 않고 헐떡이며 가지 말고 쉼표를 찍으면서 가라고 시인은 권합니다.
흘러가는 시간에 쉼표를 찍고, 고단한 발걸음에 쉼표를 찍고,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쉼표를 찍고, 묻혀 쉴 땅에서도 쉼표를 찍으며 더 깊게 쉬면서 가라는 것입니다.
속도에 미쳐 빨리 가야 승리자가 된 것처럼 착각하는 부질없는 인생에서 벗어나 느긋한 마음으로 쉼표를 찍으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쉼표를 생각하면서 주변을 떠올려 봅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문 병아리가 하늘을 보면서 쉼표를 찍는 모습입니다.
개구리는 한 발짝 폴짝 뛰고 난 후 주저앉으며 쉼표를 찍고 있습니다.
거칠게 쏟아지는 폭포수는 아래로 떨어지며 깊은 웅덩이로 내려가 쉼표를 찍고 올라옵니다.
화려한 벚꽃도 가을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쉼표를 찍으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또다시 결실을 맺기 위해 땅도 쉼표를 찍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은 쉼표를 찍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사람들만 쉼표를 찍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성공이 무엇인지, 출세가 무엇인지, 경쟁이 무엇인지 그저 앞만 보고 잡으려 달려갑니다.
시인의 표현처럼 언젠가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데 왜 이리 쉬지 않고 달려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우리들을 향해 들려오는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이 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런 주님의 음성을 들은 고진하 목사님은 쉼표를 찍으면서 살아야 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흙이 흙으로만 가득해서는 무엇도 잉태할 수 없습니다. 삶이 삶으로만 가득하다면 생명의 고동을 느낄 수 없습니다. 적당량의 공기와 촉촉한 물기가 땅 속 깊이 잠든 생명을 일깨우듯, 쉼표는 삶의 고요와 평화라는 씨앗을 싹트게 하는 사랑의 여백입니다.”
여기에 저는 한 숟가락 얻습니다.
‘주 안에서 삶의 짐을 내려놓은 것이 인생의 쉼표이고, 삶을 행복하게 하는 몸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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